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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Oct 30. 2022

서울아트북페어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서울아트북페어에 다녀왔습니다.


글을 꾸준히 쓰기로 작정한 이후에 처음 한 일은 원고를 여기저기 응모해보는 일이었습니다. 우연찮게 원고를 보낸 출판사에서 작고 소박한 저의 글을 실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출판의 과정을 기다려온 저는 자식을 낳아본 적도 없지만, 마치 갓 태어난 아기를 보러 가는 기분으로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행사는 총 3일 동안 진행되었고 저희는 둘째 날인 토요일에 방문을 했는데, 너무 많은 인파를 보곤 덜컥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북페어가 처음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음에 한번 놀라고,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음에 마음이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글들 중에 나의 글은 보잘것없고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가도 그래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기에 책에 실릴 수 있었다며 스스로를 안심시켜보았습니다.

북페어는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 주었습니다. 무엇도 책이 될 수 있었고, 세상의 모든 글들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 같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진행하지 못했다가 오프라인으로 오랜만에 진행하는 행사였기에 북페어를 기다린 분들도 많았습니다.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발을 동동 거리며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부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있었고 왜 아트 북페어라는 명칭이 붙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아트와 북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구경을 마치고 최종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매대에 당당히 놓여있는 책을 마치 신생아를 안는 마음으로 두 손으로 소중히 감싸 쥐었습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습니다.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 표지를 보며 울컥, 목차를 보면서 또 한 번 울컥, 내가 쓴 글이 활자로 인쇄되었음에 울컥하였습니다.

작은 나의 생각 안에 있을 때에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글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는 내가 쓴 글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누군가 에게는 그저 넘어가는 페이지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작은 스크래치를 남길 수도 혹은 잔잔한 여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좋은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겨났습니다.


아직은 작은 결과지만, 하나씩 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씩 천천히 물러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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