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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Nov 01. 2022

우리의 낡고 작은 집.

생활비가 없던 우리가 겨우 모은 보증금으로 얻은 곳. 작은 방 한 칸이었지만, 마음만은 넓은 전원주택이었다. 대학을 다니며 저녁에는 학비를 벌기 위해서 알바를 했다. 고된 생활이었지만 쉴 수 있는 곳이 있음에 안심이 되었다.


너는 매일 밤 나에게 맥주를 건넸다. 맥주 맛도 모르는 나는 맛없다며 늘 한 모금 먹고 남겨버렸지만, 너는 개의치 않았다. 너는 술을 먹을 때만큼은 혼자 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리의 청춘이 너무도 안쓰러워 움츠러든 너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주었다. 서로가 있음에 작은 위로가 되었다. 존재만으로도 그랬다.


하루를 견딜 수 없는 날에는 하염없이 울었다. 내가 눈물을 흘리면 너도 따라 울었다. 그렇게 흘린 눈물은 바다가 되었다. 우리는 바다에 가만히 누워 전부를 흘려보냈다. 어떤 날은 스스로 만들어버린 섬에 자신을 가두어 버리기도 했다. 갇혀버린 너를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었다. 그저 네가 괜찮기를 빌며, 서로가 서로의 엄마가 되어주었다. 눈빛만으로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작고 낡은 바다에서 서로가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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