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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의 기록자 Nov 07. 2022

입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24절기 중에 입동이라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됨을 뜻하지요. 아직도 거리에는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 있는데 겨울이라는 녀석은 참 성미도 급한 것 같아요. 추운 지방에서는 벌써부터 물이 언다는 이야기를 하겠지요.


겨울의 시작이 되면 엄마들도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가족들과 함께 먹을 김장을 해야 하거든요. 딸로 존재할 때는 엄마의 일이었지만,  며느리가 된 지금은 제가 해야 할 일이 되었답니다. 힘을 합쳐 김장을 하면, 1년 내내 식탁에 놓일 김치 덕분에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날이 추워지면 밖으로 나가는 일이 귀찮아지기도 합니다. 직장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밖에서 식사를 하는데 오늘 같이 밥을 먹는 동료가 쉬는 날이에요. 그냥 식사를 거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밖으로 향했습니다.


평소에는 둘이서 하는 일이었는데, 혼자 하게 되면 꽤나 단조로워지는 것 같아요. 식사메뉴를 고르는 데에도 서로를 향한 배려가 묻어있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제가 먹고 싶은 것을 먹었어요. 조금이라도 거리가 먼 곳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밥을 먹자마자 회사로 들어갔지만, 오늘은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하는 여유가 생겼답니다.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는 번화가 근처에 있어서 점심을 먹으면 어디든 갈 곳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회사는 작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이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좁은 골목길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둘이서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던 것이 혼자이기에 가능해졌어요.


산책을 하면 매일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사람이 있어요. 아저씨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인데, 아저씨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강아지를 안고 나와요. 아저씨 품에 안긴 강아지는 코를 킁킁 거리며 그날, 계절 냄새를 맡습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할 법도 한데 그들은 그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답니다. 품에 안겨 있는 강아지도 익숙한 듯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3번 나오는데 제가 출근하는 길에 한번, 그리고 점심시간 마지막으로 퇴근길에 늘 같은 자리에 그렇게 서있습니다.


매일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둘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서로의 곁이 위로가 되기도 하겠지요. 그러다 문득 회사 동료 생각이 났습니다. 오늘만큼은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내일 그 친구가 오면 제 마음을 담은 커피 한잔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동이래요. 이번 겨울은 아주 많이 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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