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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승 Mar 12. 2022

샤플앤컴퍼니 투자 기록(2)

시리즈 A 60억 투자를 마무리하며

샤플앤컴퍼니 투자 기록(1)에서 이어집니다.


투자 라운드 준비


        2019년: 

            대기업 계열의 투자사와 첫 IR(실패)

            TBT와 Pre A(신주)


        2020년: 

            한국투자파트너스(구주)

            IMM인베스트먼트(구주)

 

        그간은 매번 1:1 협상이었다. 소개를 받던, 먼저 연락을 주시던 한 군데에서 연락오면 만나서 회사 소개하고 가격맞춰 계약하면 되는 과정. 쉽지는 않지만 복잡하지도 않다. Pre A 수준 회사의 밸류라는 것이 뻔하기도 했고, 더구나 구주 매각 때는 대표의 역할이 딜러 수준이라 밸류 관련 어려움도 많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멀티 VC와 투자 유치, 라운드가 성공할지도 모르겠지만 라운드 끝에 누구와 사인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나는 처음이지만 상대해야하는 심사역들은 일년에도 수십번씩 비슷한 경험을 쌓은 고수들. 게다가 고수들끼리 서로 잘 아는 좁은 업계.


투자 과정에서의 마음가짐


        초심자가 고수를 상대할 때는 룰을 정하고 기계적으로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투자가 끝난 지금도 내 접근이 맞는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3개월간의 라운드 과정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어 당시 메모를 공유해본다.


나는 처음 상대는 고수: 잔머리 쓴다고 속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님. 기계적 대응

        투자사와 모든 자료 실시간 공유, 매주 1회 진행상황 업데이트. IR에서도 있는데로 얘기했다. 그간의 성과, 시장의 성장, 우리의 문제와 극복 계획, 그럼에도 예상되는 실패 가능성. IR 이후에도 공손하지만 기계적으로 대응했다. 부탁한다고 투자할 것도 아니니.


유명한 곳에서 투자 받는다 성공하는 것 아님: 투자사 브랜드에 목숨걸지 말자

        당연히 스타트업 입장에서 유명 투자사가 함께해주면 힘이 된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투자받은 VC를 검색하고 입사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투자사 브랜드에 너무 목숨걸 필요는 없다 생각했다. 투자 잘 못받아 망할 수는 있지만(...) 유명 투자사에게 투자받은 것 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으니. 지금도 제품과 직원이 최우선, 그리고 고객, 그다음에서야 투자자 순으로 생각한다. 기존 VC 주주(TBT, 한투파, IMM)들도 이미 업계에서 유명한 하우스라는 점에서도 이번 라운드에서 VC 브랜드는 후순위였다.


덮고 나올 수 있는 용기: 부족하면 덮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랑 김정은도 덮는판에(...)

        1년뒤가 아닌 이번에 라운드를 열게된 가장 큰 이유. 자금이 급한 것은 아니니 상황이 안되면, 투자 라운드 중단하고 1년쯤 뒤로 미룰 수 있다 생각했다. 다만 구성원들에게 투자 유치 실패가 회사의 실패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이 고민이었다. 매월 진행하는 월간 미팅에서 매달의 투자 진행상황 공유하고, 최대한 밑밥을 풀었다. 이 투자 안받아도 괜찮다고. 안쓰러워서인지 다들 속아주는 척 해준거 같다(...)


투자 라운드 과정


10월 8일 투자 라운드 시작

        한달가량 IR 자료를 준비해 10월 8일, 희망하는 밸류를 메일 본문에 적어 IR Pitch Deck을기존 투자자에게 보냈다(너무 높다고 욕 많이 먹었다(...)). 투자자 평등 원칙으로 1주일에 한번씩 투자 진행상황을 정리해 기존 투자자들과 함께 공유했다. 그리고 다음주, 그간 연락 준 심사역들에게 IR 자료를 보냈다(역시 밸류도 함께).


      2021년 연말 이전 투자 계약 서명을 목표로, 역산해 10월 8일 IR 자료를 보냈다. 12월 중순부터는 대부분의 하우스가 업무를 중단하는 것을 고려할 때 2달 조금 넘는 기간. 그간 경험 고려하면 짧은 기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길게 끈다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판단 의도적으로 짧게 정해 시작했다(결론적으로 틀린 생각이었다)


IR - IR - IR

      기록을 뒤져보니 13군데 VC의 심사역과 미팅 진행(평균 1~3차례), 3군데는 까이고(...), 2군데는 우리쪽에서 거절, 1군데는 잠수(잠수 이별은 들어봤어도 심사역 잠수는...). 결국 13개 VC로 시작해 7군데 회사와 IR을 진행했고 감사히도 IR을 진행한 곳은 모두 투자 의사(구두 텀싯)를 주셨다. 이 모든 일이 10월 8일 IR 시작 후 한달반에 일어났다.


       의도적으로 미팅 간격은 최대한 짧게 잡았고, 문의나 요청은 최대한 빠르게 답변해 공이 우리쪽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창업 후 가장 바쁜 일정을 보낸 시간이었고, 야근과 주말 근무는 당연했다. 영업해 돈버는게 차라리 쉬운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일정이었다(...)


IR 분위기

      당연하겠지만 VC마다 IR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딱딱한 곳도 부드러운 곳도 날카로운 곳도. 최악의 경험은 IR 하는데 투자자 대표님이 주무신 것이고, 반대로 큰 생각 없었는데 IR 때 질문의 Quality가 좋아 꼭 받고 싶은 곳도 생기곤 했다. 다만 화상으로 하거나, 회의실이 너무 커서 참석자와 대표간 거리가 너무 먼 경우는 전달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코로나 시국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IR 중의 내 마음(...)


리드투자자 선택

     받은 텀싯을 놓고 고민 끝에, 11월 말 IMM인베스트먼트를 리드 투자자로 해 이후 투자 프로세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IMM은 2020년 구주 매입으로 주주로서 인연을 맺었고, 금번 투자전 지분율도 낮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지분율대로(pro rata)만 투자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리드 투자자로 나섰고, 결과적으로 이번 투자로 VC 중 최대 주주가 되었다. 우리 회사에 가장 많이 방문해준 심사역이 IMM인베스터먼트(조석영 심사역)기도 하다. 역시 투자건 영업이건 자주 봐야 이해도 생기고 신뢰가 생긴다.


예상치 못한, KDB 산업은행

     IR만으로도 정신없던 11월 중순, 전라도 광주까지 출장 가 한국전력 IR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전력 특성상 전국에 많은 현장이 있을테니, 현장 업무 디지털화 SaaS 솔루션을 만드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만나고 싶은 고객이었다. 다만 한국전력 IR 대회는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 육성이 주 목적으로 알고 있기에 수상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일단 참가해 어떻게 한전 관계자 분들 명함을 받아 영업해볼 생각으로 참가했다. 근데 왠걸, 마음을 비우고 해서인지 뜻하지 않게 IR 대회 대상(한전 사장상)을 받았고, 사장상 덕인지 한국전력 통해 한전 자회사와 사업 연결이 되었다(이 글을 쓰는 3월달 계약까지 완료!).

 

한국전력 자회사 영업갈 때마다 PPT 첫장은 이걸로 시작(...)


      IR 끝나고 심사 위원 중 한분이었던 KDB 산업은행 심사역님이 명함을 주셨다. KDB 산업은행이 직접 투자도 하는지 처음 알게된 날이었다. 한국전력과 같은 공공부문을 주요 고객군 중 하나로 추진하던 상황이라 국책은행을 투자자로 하는 것은 영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그만큼 프로세스가 복잡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담당 심사역님들은 상당히 스타트업 친화적이었고 한달 내 모든 프로세스를 마칠만큼 빠른 대응이었다. 자기자본 투자라 실질적 펀드 만기가 없고, 대출이나 후속 투자를 위한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는 것도 분명한 장점이고. 적극적으로 소개해주고 싶은 투자사다.

 

IBX

    우리에게 첫 투자를 해준 친정같은 투자사, TBT 이람 대표님이 IBX를 소개해주셨다. 아직은 트렉레코드가 많거나 규모가 큰 곳은 아니지만 TBT와는 인연이 있는 투자사이고 이람 대표님 소개라는 이유로 함께 가기로. 앞으로의 관계가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함께하지 못한 곳들

    정말 열정적인 심사역님들때문에 꼭 함께 하고 싶은 곳도 있었다. 나는 저렇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연차가 많지는 않지만 정말 열심히 소개하고 미팅을 진행하는 모습에서 함께하고 싶었던 분들. 많은 VC를 모실 수 있는 회사 밸류가 못되다보니 완곡히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IMM, KDB, TBT, IBX 공교롭게도 모두 세글자 영어 약자로 된 VC를 모시고 그렇게 시리즈 A가 끝났다. 결정된 뒤에도 입금까지는 3주 가량이 더 걸려 1월말 입금 완료.


샤플앤컴퍼니 60억 투자 뉴스




투자 유치 통해 얻은 것


당연히 투자금을 얻었다(지분율 잃었고). 그러나 투자금 외에도 회사에 다양한 것이 남았고 투자금 대비 결코 작지 않다 생각한다.


사업에 대한 시각

     대부분의 심사역들은 평균 이상의 스마트함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간 많은 회사들을 보면서 쌓은 짬은 무시할 수 없고. 컨설팅펌 출신들도 많고 투심 과정에서 본인들도 내부적으로 까이다보니(!) 투심보고서 준비 과정에서 정말 깊게 보고 질문한다. B2B SaaS의 경우 우리 제품과 경쟁사 제품을 써보거나 고객사 인터뷰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하루에 몇차례 질문받고 답변하는 와중에서 시장과 우리에 대한 시각이 많이 정교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IR 자료 = 면접시 회사 소개자료

      VC가 회사에 돈을 투자한다면 입사지원자들은 자기 인생을 투자하는 사람들이기에, 투자자에게 IR 하듯, 입사 지원자에게 20분 가량 대표가 IR 형태로 회사를 소개한다. 투자 유치 과정을 통해 반복해 다듬어진 IR 자료는 계속해 입사 시 소개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또 면접때마다 회사 소개 과정을 반복했기에 IR 때도 부담이 없고. 면접시 마다 대표가 20분 가량 회사를 소개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다. 특히 하루에 면접이 여러차례일 경우 정말 토할거 같은 때도 있다. 영상으로 녹화해 보여줄까도 생각해봤지만, 입사자들을 통해 들어보면 그나마 면접 당시 대표가 직접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였다 해서 다른 부분이 인상적인 회사가 되기전까진 계속해야 될 듯 하다.


커진 꿈

투자 유치 여부 결정부터 진행과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구성원과 공유하면서 많은 구성원들의 꿈이 더 커졌다 느낀다. 시장도 우리가 해야할 일도 좀 더 또렸하게 보이고 그 일을 해냈을 때 이룰 수 있는 성장에 대해서도 더 명확해졌다. 투자금만큼이나 크게 얻은 부분이다.




아직 잘 모르겠는 부분


밸류는 언제 어떻게 얘기해야하나?

위에서 적은 것처럼 복수 VC와의 투자 유치 단계가 처음이라,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밸류를 적어 메일로 돌렸다. 어떤 VC는 당황스러웠다고 했고 어떤 VC는 차라리 명확했다고 했다. 어느 방식이 이 업계 표준이고 또 회사에 유리한지는 아직 모르겠다. 모르면 직구라고 하신 이전 직장 대표님(이자 초기 엔젤투자자님)의 말씀을 따라 직구(원하는 밸류를 첫 메일 본문에 적어)로 던졌고 어찌되었건 마무리 되었다만, 밸류를 언제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정

앞에서 언급한대로 10월 8일 시작해, 2달내 텀싯을 받고 연내 마무리라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한달반만에 텀싯은 받았는데, 이후 2달이 더 걸려 입금되었다(총 4개월). 몇달 늦은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목표한 2021년 재무제표에 반영은 어렵게 되었다. 복수 VC와 진행시 리드 투자자의 텀싯 이후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은 배웠는데 일반적으로 얼마나 일정을 잡고 시작해야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대형 하우스와 중소형 하우스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타트업 투자자들 역시 운용자산(AUM)이 큰 대형하우스를 선호한다는 뉴스를 본다. 투자자 중 3개의 대형하우스(한투파, IMM, 산업은행)과 2개의 중소형하우스(TBT, IBX)를 경험하면서 몇가지 느낀 점이 있다.


대형하우스는 운용자산(AUM)도 크니 후속 투자에 유리할 수 있겠지만, B2B SaaS와 같이 상대적으로 초대형 투자금액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 부분을 너무 고려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아직 경험이 짧아 그렇고 M&A나 IPO 등의 단계에서 각 회사별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대형하우스에서 받아 좋은 점은 사람을 채용하거나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좀 더 프리미엄이 붙는 느낌은 있다(정당한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하다) 반면 한투파, IMM 사장님 핸드폰에 내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지 않을꺼고 내 이름도 모르실 것이다(회사 이름이라도 기억해주시면 다행). 결국 담당 심사역이 회사와의 연결고리가 되는데, 심사역은 당연히 언제든 이직 가능성이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심사역이 우리 회사를 담당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자신이 발굴해 어렵게 투심을 통과시킨 회사를 바라보는 마음과, 다른 심사역에게 물려받은 회사를 바라보는 마음은 당연히 다를 것이다. 반면 TBT, IBX와 같은 소형하우스 대표님과는 언제든 카톡할 수도 있고, 아쉬울 때 이런저런 부탁도 할 수 있다(들어준다고는 안했다). 당연히 좀 더 빠르고 좀 더 개인적이고 좀 더 유연하다.


뭐가 더 좋은지는 아직도 모르겠고, 아마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이상한 곳(?)에서 투자받아 힘들어 하는 대표들도 있다는 것으로 봐서는, 레퍼런스가 많이 없는 소형하우스 투자유치시 좀 더 레퍼런스 체크 정도면 어떨까 싶다.


이상 글을 마무리 합니다 :)

저희 회사 관련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jun.lee@shoplworks.com


(+광고)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이 글을 남깁니다.

끝이 성공일지는 몰라도 과정에서 각자에게 멋진 포트폴리오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이 많네요. 같이 해봐요.


저희와 함께 이 길을 가고 싶으신분은 -> 샤플앤컴퍼니 채용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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