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Pre A 유치 당시는 절박했다. 2016년 창업 이후 2년 가까이 아이템을 찾으며 시간을 보낸 탓에, 창업 4년차임에도 샤플 아이템은 출시 1년, 매출 내기 시작한지 낸지 몇 달 되지도 않던 시절. 한달 천만원 남짓 매출로 7명 직원과 회사를 꾸리려니 당연히 적자였다. 초기 엔젤투자 자금과 차입금, 정부지원 등으로 인건비 겨우 매우고 사무실은 무상 입주해 버텼다.
초기 고객을 기반으로 연초부터 모 대기업과 투자 검토를 진행했다. 밸류와 계약 문구 검토까지 마치고 계약서 서명 직전, 투자사 경영진에 의해 투자는 취소됐고 서비스 사용권만 3억원에 넘기라는 급작스런 요구에 고민했다. 하소연 겸 을지로에서 만난 대학 선배한테 소주 얻어먹다 TBT 이람 대표님을 소개 받았다 (술마시다 갑자기 이람 대표에게 소개 카톡 보내는 선배한테 계속 보내지 말라 했다. 우리 아직 준비 안되었다고 ㅠㅠ)
몇 일 뒤 사무실까지 찾아와 사업 상황과 고민을 들은 TBT 이람 대표님은 단호했다. 자신들이 투자 못하면 다른 곳이라도 구해줄테니 사용권 매각 같은 딜은 받지 말라고. 그로부터 한달여 IR - 투심 - 10억 투자결정까지. 첫 VC, TBT와는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좋다고 직원들과 제주 워크샵을 다녀왔다.
2019년 제주워크샵: 사진 속 7명 중 6명은 아직도 함께. 한분은 퇴사, 잠자리는 어디갔는지 모르겠음(...)
2020년 구주 매각과 엔젤투자자 EXIT
2020년 매출은 작년보다 3배 성장, 고객도 늘었지만 직원도 늘어 겨우겨구 먹고 사는 수준. 아직 제품은 갈길이 너무 멀었다. 더구나 갑작스러웠던 코로나로 해외 출장이 막혀, 출장가 몸으로 때워가며 유치하던 해외 고객사 확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국내로 눈을 돌려 국내 고객 발굴에 나섰다. 부족한 제품으로 겨우 발굴한 이랜드, 샤넬 등 요구사항 높은 고객 니즈 맞추기에 정신없던 시절. TBT와의 투자 인연으로 4월에 한국투자파트너스, 10월에 IMM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 검토를 희망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그래도 어디서 들어봤지만 IMM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그때도 지금도 우리 회사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역할을 담당 해주고 계신, TBT 한서윤 팀장님께 IMM이 큰 곳이냐고 물어봤고, 그 때 팀장님의 표정은 참(...)
자료원: 더벨 / 크다고 좋은 VC는 아니겠지만, 모두 국내 Top 운용자산(AUM) 순위의 회사였다
좋은 VC와 함께할 기회였지만 아직은 돈을 붓는다고 성장이 빨라질 것이라는 자신이 없었다. 더우기 코로나 초기, 전세계적으로 매장이 문닫고 오프라인 현장이 다 죽어가는 상황. 투자를 통한 성장보단 오히려 고객의 (욕설)목소리에 더 귀기울이며 제품과 팀웍을 키울 상황이라 생각했다. 작은 조직에 마케팅을 하지 않았기에 월 현금흐름은 얼추 맞추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완곡한 거절이 초기 엔젤투자자 두 분에 대한 구주 거래로 이어졌다. 한 분은 직장 생활 중 모셨던 대표님, 다른 한분은 직장 생활 중 홍콩 근무할 때 고객사로 모신 상무님. 모두 엔젤투자 경험도 없으셨지만, 창업하겠다는 얘기에 법인설립도 안된 회사에 묻지마 투자해주셨다. 한투파, IMM 통해 4년여를 기다려 몇 배의 수익으로 EXIT 하셨고, 그 이후로 엔젤투자는 쳐다도 안보시는 것 같다(...)
2008년 직장 생활 중 홍콩 초대법인장으로 사무실 오픈하던 시절, 사진 속 두분이 투자자가 되주실 줄은 몰랐다.
공동창업자도 일부 EXIT했다. 직장생활부터 함께한 워낙 똑똑한 친구라, 회사가 속도를 못내며 괜히 커리어만 망치는는거 아닌가라는 미안함이 있었는데,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또한 구주 매각을 통해 나를 포함한 구성원들이 스톡옵션이 돈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도 성과였다. 물론 한국투자파트너스, IMM과 같은 좋은 VC 분들을 주주명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 순수 구주거래였기에 회사에 들어온 돈도,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도 없었지만 여러모로 모두에게 좋은 거래였다(고 나혼자 생각한다).
2021년 8월 시리즈 A 검토 시작 상황
2021년 8월, TBT 첫 투자 이후 2년. 상황은 또 달라졌다. 2019년 첫 매출 이후 매년 3배씩 성장, 월 1억원 남짓의 매출, 4년차 유료 고객 이탈율은 0%. 7명이던 구성원은 20여명이 되었다.
SaaS 사업이다보니 인건비와 사무실 비용, 서버비 정도 제외하면 별도로 들어갈 고정비는 없다. 겨우겨우 먹고는 사는 상황이지만 초기 TBT 투자금도 그대로 있었고 차입금은 다 갚았다. 전반적으로 자금 고민은 후순위이다보니 어떻게 알고 연락주시는 VC분들은 미팅 요청은 완곡히 거절했다.
다만 아직도 광고 등을 통해 대규모로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사용자가 알아서 쓸 수 있는 수준의 일반적인 SaaS 제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품을 써보고 싶은 고객은 우리에게 메일을 보내 신청해야했고, 계정이 오픈되도 사용자가 알아서 진행할 수 있는 SaaS 다운 온보딩은 없었다.
어렵게 온보딩이 끝난 고객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2~30번씩 우리 APP을 사용하고 런칭이후 4년간 유료고객 이탈율이 없을만큼, 사용하는 고객은 엄청 많이 쓰게 되는데,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반드시 사람이 개입되어야 하는 그런 제품이었다.
다양한 현장 업무를 해결해줄 수 있는 All-in-one 소프트웨어를 추구하기도 했고, 당장 월 매출을 만들어주는 대형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능 개발에 집중하다보니 SaaS 다운 기능은 뒤로 밀린 상황이었다. 생존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지만 가슴이 쓰렸다.
계획은 이랬다. 2022년 1Q까지 회원가입/결제 등 SaaS의 기본을 갖추고, 이후 국내외 마케팅을 시작, 2022년 3년 연속 매출 3배 성장 지속. 시장 가능성을 입증하며 시리즈 A 투자 유치 시작(짠~). TBT 투자금도 그대로 있고 차입금도 없던 상황이라 여차하면 대출받아 좀 더 투자할 수도 있으니, 2022년까지 필요한 자금은 확보해둔 상황이다 생각했다.
그러던 중 사무실에 찾아온 심사역 한분이 "일반적으로 대표들 생각보다 최소 두배의 시간과 두배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시리즈 A 라운드 오픈을 제안했다.
투자 유치 고민이 시작되었다. 몇 년간의 경험으로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현장 업무 디지털화라는 시장이 존재함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문제는 우리가 해낼 수 있느냐. 또한 자금을 유치하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느냐? 계획대로 2022년말까지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 좋은 조건에 투자를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만약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실패를 위한 여유는 고려되었는가? 등의 고민.
마침 개발자를 시작으로한 우수 인재 전쟁은 한창이었고, 많은 스타트업이 큰 자금을 투자받는 상황에서 투자 유치 기사 없이 좋은 인재를 모을 수 있을 것이냐는 현실적 고민도 있었다. 내부 직원들과 몇차례 고민 끝에 2021년 투자 라운드를 오픈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