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7.
손바닥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것 같아. 손톱이 가지런히 정리된 네 손가락들은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듯 내 손금을 따라 걷다 뛰기를 반복하지. 가벼운 바람이 부는 것 같아. 손가락 끝의 뭉툭한 느낌이 나는 오히려 좋아.
그래, 산들바람이 부는 것 같아. 내 손바닥을 건드리는 이 감촉이 내 마음 한 구석을 간질거려. 눈을 감고 흥얼거리지. 펼쳐지는 어둠 속의 맑은 하늘. 머리카락 사이로 불어오는 것만 같은 바람은 부드러워. 기분 좋은 무력감. 내 손바닥에 스며드는 것은 바람일까, 네 손가락일까. 오늘 또다시. 캐러멜 같은 네 목소리는 바람일까, 햇살일까.
손바닥 위를 뛰놀던 얇은 무언가가 멈추지.
-봄을 기다리노라.
한 걸음 더 걸어주려나.
-봄바람을 기다리노라.
망설이는 그 눈동자에 내가 있을까.
-너를 기다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