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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ang Kim Jun 30. 2024

나의 인생여정

라떼이야기, 해외거주, 정착이야기

1년전 즈음, 미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페친께서 한국으로 적을 옮긴다는 글을 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한국 국적의 재외 분들은 전부 이 페친과 비슷하게 결국에는 한국에서 정착하는 삶을 원하더라. 다들 고국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는듯 하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 대해서 그리 애틋한 마음은 없다. 물론, 한국에서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도는 해보겠지만, 이러한 시도는 내가 다른 나라에 좋은 기회가 있을 때 하는 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해외라는 곳이 정착하기 힘들고, 인싸(정착)가 되기 힘들긴 하지만, 기회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 보다 잘사는 나라는 잘 사는 나라데로, 한국보다 못사는 나라는 못사는 나라데로 기회가 있는 곳이 해외이다. 하지만, 기회가 많다고 해서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회를 잡는다고 그 나라에 잘 적응하고 사는건 또 다른 문제이다. 한 나라에서 살아남아 어느 정도 정착한 한국인들이 하나 같이 한국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그와 같은(기회를 잡고, 잘 적응하는) 여정을 지내고 정착의 단계에서 뒤를 돌아보니, 이 짓거리를 한번 이상 해 먹기 힘들다는 생각도 있으리라.


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착"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나의 첫해외 시절인 석 박사 할때, 원래 계획은 미국에서 박사를 마치고, 미국에 정착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졸업하기 1년전 911이 터졌고, 미국의 일자리는 완전히 얼어 붙었었다. 기존에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들 조차 짤려 나가는 시절이니, 나같이 갓 졸업한 비영주권자에게는 기회 자체가 없었다. 석사 마칠 때 즈음 한국 모 기업에서 리쿠르트를 왔었는데, 그 때, "설마 내가 여기에 갈까?"라는 자만감으로 계약서도 제대로 않읽고 사인했던, 그 회사에 어쩔 수 없이(다른 곳이 없었으니) 입사를 했고, 그로 인해 반강제로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0년, 한국 생활에 완전히 정착하고 직장 생활 잘 하고 있을 때, 나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왔다. 아시아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경영 대학원 부교수. 회사 때 받은 연봉과 바로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저렴하지만, 필리핀의 물가 수준을 생각 했을 때는 파격적인 대우 였고,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니고 할 때라 다양한 경험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기회를 잡았다. 필리핀 정착 첫 해에는 고생했지만, 이후에 난 잘 적응 할 수 있고, 몇 년만 더 지내면 잘 정착(다행히 가족들도 잘 적응 했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두번째  해외 무대였던 필리핀에서의 삶이 정착 될 때즈음, 새로운 기회를 찾아 아부다비(UAE)로 떠났었고, 그렇게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났던 UAE에서는 적응은 커녕,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고난의 시기를 말그대로 "견뎌내던" 시기였다. 그때의 나의 삶은 그야 말로 살얼음이었고, 외노자가 겪는 불이익이란 불이익(인사 불이익, 임금 불평등, 임금 체불, 불공정 계약, 비자 강제 취소, 상사갑질, 자국민 갑질 등등)은 다 겪었던 때였다. 그렇게 6년간을 버틴 UAE생활은 마카오라는 기회를 계기로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그게 코로나 터지기 바로 직전인 2019년이다.


UAE에서의 삶에서 배운 점은 기회가 고난일 수 있고, 고난이 기회일 수 있으며, 내가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할 지는 내가 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얼핏 보기엔 내가 결정하고, 내가 주도하고, 내가 계획한것 같지만, 내 뜻데로 되는건 아무 것도 없다. 주어진 삶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감사하고, 가족들이 별탈 없이 그 어려운 시기를 잘 견겨준 것만 해도 감동의 물결로 눈물이 날 지경이니 말이다. 


그래서, 난 미래에 대해서 그리 정해두지 않는다. 한국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건, 마카오에서 마카오 학생들을 가르치건 그런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불편한 것도 없다. 주어진 곳에서 최선을 다 할 수 있고, 그 나머지를 알아서 챙겨주는 그 분의 섭리를 느낄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Only God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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