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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내 감정을 해석하고 이해하기 전에 온전히 느끼는 것이 소중하다.

by 김권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고 해석하려고 합니다. 뭔가 원인과 이유를 알게 되면 문제가 해결되고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믿음 속에는 착각이 숨어 있습니다.
감정을 지나치게 분석하는 순간,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억누르게 됩니다. 그 결과 자신의 진짜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감정은 내면에서 정체되고 삶의 활력은 사라지며, 무기력과 방향 상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감정은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경험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진정한 욕구가 무엇인지 이해하며, 삶의 에너지를 얻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이 겪는 심리적·정신적 번아웃과 공허감은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데서 비롯됩니다.


해석이라는 착각 – 감정의 차단, 분리

감정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은 지적으로 그럴듯합니다. 이유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고, 나름대로 질서를 찾는 시도니까요. 그러나 이런 과정은 감정을 ‘직접 느끼는 기회’를 빼앗습니다. 감정을 설명으로 바꾸는 순간, 생생한 체험은 사라지고, 감정은 머릿속 개념으로만 남게 됩니다.


뜨거운 불길을 그림으로만 인식하고 해석하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경험하며 이해할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책으로 배운 개념적 지식이 현실에서 무기력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부모나 누군가 해석하고 단정할 때 자신의 감정은 닫히고 점점 무기력해집니다.


억압과 무기력의 연결고리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면 감정은 억눌린 채 내면에 쌓입니다. 겉으로 합리적이고 차분해 보일 수 있지만, 내면에서는 감정의 흐름이 막히고 정체됩니다.


불편한 감정을 직접 경험하는 대신, 생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통제하려는 방어기제를 심리학에서는 ‘주지화(intellectualization)’라 부릅니다. 감정을 지적으로 잘 다루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감정을 가두고 억압하는 것일 뿐입니다. 억눌린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속에 억지로 누른 공처럼, 언젠가는 더 큰 힘으로 튀어 오르거나, 에너지를 고갈시켜 무기력으로 변합니다.


감정의 메시지를 놓치는 결과-#나의 진짜 욕구

감정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메시지입니다.


* 분노는 침범당한 나를 지켜야 한다는 신호이자 행동의 에너지입니다.

* 슬픔은 내가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다시 돌보도록 이끕니다.

* 기쁨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밝혀주며 지속할 힘을 줍니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않고 지나치게 분석하고 해석하려고 할 때 감정이 전하는 소중한 메시지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감정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행동할 에너지를 제공하는데, 감정을 분석하느라 자신의 욕구와 에너지를 차단하게 됩니다.


존재와 다시 연결되는 길-#내 존재와의 연결

감정은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경험입니다. 우리는 감정이라는 경험을 통해 자아와 연결됩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감정을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자기 존재마저 소외시키고 부정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인정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자기 존재의 부정과 공허감, 무기력이 쌓이게 됩니다. 낮은 자존감은 자신의 감정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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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연습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억누르지 않고 충분히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을 버리고 충분히 느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1. 판단과 해석을 멈추고 감정에 머물러 보기

감정이 일어날 때 즉시 분석하려 하지 말고, 그 감정과 함께 머물러보기


2.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느끼기

감정이 몸의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관찰하고 체험하기


3. 판단하지 않고 충분히 흘러갈 때까지 수용하고 허용하기

감정을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허용하기


감정을 해석하고 통제하려는 태도는 언뜻 성숙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억압과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착각일 수 있습니다. 감정은 설명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먼저 온몸으로 경험해야 할 살아 있는 언어입니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는 순간, 우리는 방향을 잃은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통해 삶을 새롭게 이끌어가는 주체로 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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