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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력을 가로막는 진짜 이유: 머리와 가슴의 단절

너무 인지적인 사람은 정서적 연결회로를 차단합니다.

by 김권수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도 읽었고, 강의도 들었고,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런데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매번 같은 자리에서 망설이고, 고민하고, 결국 미루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지가 부족해", "게을러서 그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분석은 많은데 행동은 적은 이유

실행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분석하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사업 아이디어는 시장성이 있을까?"
"이 대화를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까?"
"이 선택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


끝없는 분석과 시뮬레이션. 하지만 이런 과도한 사고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기보다, 행동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뇌과학은 이것을 명확히 설명합니다. 너무 인지적인 사고는 감정 회로의 활성을 약화시킵니다.


감정은 행동의 연료입니다. 열정, 호기심, 두려움, 설렘 이런 감정들이 있어야 우리는 움직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머리로만 처리하려고 하면 이 연료 공급이 차단됩니다. 인지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머릿속으로는 "이건 좋은 기회야, 해야 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슴은 아무런 떨림도 느끼지 못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일정표를 만들고, 자료를 모으고,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첫 번째 실행은 미루게 됩니다. 감정적 동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창의성도 결국 감정에서 나옵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역시 인지와 정서의 연결이 필요합니다.

우리 뇌에는 정서계(insula, amygdala)와 인지계(PFC)를 연결하는 전대상피질(ACC)이라는 다리가 있습니다. 이 다리가 튼튼해야 감정의 신호가 사고로, 사고의 명령이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그런데 너무 인지적인 사람은 이 다리의 연결이 약합니다. 감정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머릿속에서만 맴돕니다. 그 결과: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무한히 저울질하게 됩니다

안전한 선택만 반복하게 됩니다

새로운 시도가 두려워 현상 유지에 머물게 됩니다

직관을 신뢰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검증하려 듭니다


노벨상을 받은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연구는 흥미롭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 환자들은 IQ는 정상이었지만, 일상적인 결정조차 내리기 어려워했습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직장을 선택하는 것까지 망설임이 계속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감정이 없으면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든 선택지가 똑같이 보입니다. 어떤 것도 특별히 중요하거나 긴급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계획만 세우고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일 수 있습니다.


실행하는 사람들은 감정을 활용합니다

반대로, 빠르게 실행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감정과 사고를 통합합니다.

그들은 직관을 신뢰합니다. "이게 뭔가 끌린다"는 느낌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그 직관을 논리로 검증합니다. 감정이 방향을 제시하면, 사고가 지도를 그립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행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스티브 잡스는 "점들을 미리 연결할 수는 없다. 뒤돌아봤을 때만 연결할 수 있다. 그러니 직관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감정적 확신(이게 맞다는 느낌)을 실행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작가 스티븐 킹은 "글쓰기는 텔레파시다"라고 했습니다. 독자의 감정을 움직이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그는 쓰고 싶은 장면이 가슴속에서 생생하게 느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감정이 준비되면 글이 흐르듯 나옵니다.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는 3가지 방법


1. 판단을 잠시 내려놓고 감각을 느껴보세요

어떤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잠시 분석을 멈춰보는 건 어떨까요?

각 선택지를 생각할 때 몸에서 어떤 느낌이 오는지 관찰해보세요. 가슴이 답답한가요? 어깨가 가벼워지나요? 배에 긴장이 느껴지나요? 입가에 미소가 번지나요? 이것은 비과학적 직관이 아닙니다. 정서계가 보내는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수천 개의 과거 경험이 압축된 신호입니다.


조용한 곳에서 5분간 앉습니다

눈을 감고 선택지 A를 떠올립니다

몸의 감각을 스캔합니다 (머리, 목, 가슴, 배, 다리)

선택지 B, C도 같은 방식으로 느껴봅니다

가장 편안하거나 활기찬 느낌을 주는 것을 주목합니다.


2. 완벽한 계획 대신 작은 실험을 시도해보세요

머리로만 접근하다 보면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고 하게 됩니다.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모든 위험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작이 계속 미뤄집니다.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이번 주에 뭘 시도해볼까?"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사업계획서를 쓰기보다 잠재 고객 5명에게 전화를 걸어보세요.
책을 쓰고 싶다면, 목차를 완성하기보다 가장 쓰고 싶은 한 장면을 1000자로 써보세요.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긴 편지를 구상하기보다 오늘 "잘 지내?"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보세요.

작은 실험은 감정 회로를 깨웁니다. 실제로 해보면 두근거림, 긴장감, 기대감이 살아납니다. 이 감정들이 다음 행동의 연료가 됩니다.


3. "왜?"를 묻기 전에 "어떻게 느끼나?"를 물어보세요

우리는 습관적으로 묻습니다. "왜 이걸 하고 싶지?" "왜 이게 중요하지?" 이것은 인지적 질문입니다. 논리적 이유를 찾으려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논리적 이유는 나중에 만들어집니다. 진짜 원동력은 감정입니다.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이 일을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이걸 하지 않으면 어떤 기분일까?"

"10년 후에 이걸 안 했다면 후회가 느껴질까?"


감정을 먼저 포착해봅니다. 그러면 이유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그리고 감정과 연결된 이유는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 냅니다.


연결은 다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실행이 어려운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도, 게으름 때문도 아닐 수 있습니다. 평소 너무 인지적이어서 정서적 연결이 약해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머리와 가슴의 연결이 약해졌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너무 오래 분석하고, 계산하고, 계획하면서 느끼는 능력을 잊어버렸을 뿐입니다.


이 연결은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 조금씩 감정에 주목하고, 작은 실험을 하고, 몸의 신호를 들으면 됩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실행력, 창의성, 결단력 이 모든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다만 머리에 갇혀 있을 뿐입니다.


너무 인지적이어서, 분석하고 판단하고 생각하면서 신중하려는 패턴 때문에 뇌의 정서적 연결고리가 약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분석과 판단을 잠시 미루고 일단 느끼고 작게라도 움직여보세요. 정서적 연결고리가 회복하면 실행의 확신도 강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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