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수시로 외쳤던 걸스카우트 구호이다. 구호 시 손 모양도 따로 있었는데, 오른손의 검지, 중지, 약지를 펴고, 엄지로는 새끼손가락을 누르는 것이었다 (찾아본 바로는 엄지는 ‘선’으로서 ‘악’의 상징인 새끼손가락을 누르는 것이라고 한다). 무시로 외쳤던 ‘준비(Be Prepared)’는 걸스카우트의 가장 중요한 모토였다.
그 뜻을 새기지 못하는 앵무새 같은 나이였다. 뒤늦은 나이에 비로소 ‘준비’의 의미를 꺼내어 본다. 몸은 기억하지만 마음으로 깨닫기는 쉽지 않다. 무엇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가?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준비한다면 지금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의 삶은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닌가? 의구심은 여지없이 찾아오고, 내일을 위해 소비하는 오늘의 에너지가 아까워진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성경의 이 구절은 참조할만하다.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날과 그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한편으로 아들 손흥민을 키워낸 손웅정 감독님은 그의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회는 와. 기회는 오는데, 준비를 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만 남는 거야.”
그러므로 내게 참으로 필요한 것은, 지금 이후의 삶은 다르게 더 좋게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다.
“It could’ve been worse (이 정도로 다행이야).”라며 ‘지금, 여기’에 감사하는 말을 더 선호해 왔지만, “The best is yet to come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어).”라는 말에도 무게를 싣기로 한다. 지난 삶을 되돌아볼 때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하는 날은 분명히 오곤 했다. 이제는 두 구절을 모두 품고 살아가는 용기를 내야 하지 않을까? 시간은 ‘흐름’일지언정 오늘과 내일을 분리하는 ‘단절’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균형을 이루는 삶이란 ‘준비’와 ‘몰입’이 적절히 조화된 삶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서의 몰입은 ‘현재’에 빠져드는 것, 그리고 준비는 ‘미래’에 대비하는 것을 말한다 (※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이므로, 원천 차단하기로 한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저당 잡혀서는 안 될 것이며, 최소한의 대비 없이 현재를 낭비하는 것도 안 될 노릇이다. 현재와 미래는 적절하게 밸런스 되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는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50%의 현재, 기회에 대비하는 것으로 50%의 미래를 살아갔으면 좋겠다. 우리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것은 즐거움과 행복이 아닐까. 현재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되고, 준비가 되어 있으면 기회가 왔을 때 기꺼이 맞이할 수 있다. 손웅정 감독님이 미리 언급하였듯, 내일을 맞이하는 최선의 방법은 지성과 열정을 집중해 오늘 해야 할 일을 잘하는 데 있다.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중, 노란 형광펜으로 거듭 칠해둔 문구를 인용해 본다.
“사람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게 살아가야 한다.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것, 하루하루 자기 삶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성공이지, 그 결과로써 주어지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그리하여 1분 1초 뒤에는 실패에 조금 더 초연하기를, 성공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내가 되기를 바라본다. 오늘인즉 내일이고, 내일인즉 오늘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