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죽순림 Mar 24. 2021

버티면 승리한다 라는 말의 의미

버틴다는 말의 의미

비트 코인의 광풍 이후 "존버" 라는 말이 엄청나게 유행하게 시작했고, 최근에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이 후 "버티면 승리한다"  "버텨줘서 고마워" 라는 말들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 많은 사람들은 "승리한다" 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가져다 주는 희망의 메세지를 기억하고 가슴에 새겨두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브레이브 걸스에 동조하고 환호를 보내게 되는 건 "승리한다" 라는 결과보다는 "버티면" 이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그 전제 조건의 무게, 그리고 자신과의 동질감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두들 쉽게 얘기하지만 그 "버팀"이 주는 무게감이 얼마나 클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브레이브 걸스만 해도 그녀들은 버티기 위해서 남들 다 가지 않는 서울에서 12시간 걸리는 백령도까지 가서 흙먼지를 뒤집어 쓰며 공연을 했고, "비록 불러주는 곳이 그곳뿐이어서" 라는 말을 하지만 60번이 넘는 위문열차 공연을 다녔습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그룹을 유지해 오면서 버티고 또 버텨왔고 그 무게감에 짓눌려 버티지 못하고 모든 것을 놓으려던 순간에 비디터님이라는 유튜브가 만든 동영상으로 인해 거짓말 처럼 그녀들의 성공 신화는 다시 쓰여졌습니다. 그 와중에 아마 수도 없이 내려놓고 싶고 방황하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 동시에 이번에는 잘 될거야 라는 생각들이 수십번 교차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마 그녀들의 성공에 우리들이 더 크게 환호하는 것은 그렇게 버텨온 모습에 우리 자신을 투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스킬에 비해서 지금 담당한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내가 받는 평가들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 야근을 하고 고민하고 내려 놓고 싶어도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놓치 못하는 우리들, 그리고 이 버팀의 끝에 승리, 혹은 성공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투영되면서 그들의 성공이 대리 만족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도 수 많은 걸그룹들이 그렇게 버티면서 하루하루을 연습실에서 혹은 작은 행사나 방송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엄청 노력하면서 버티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이돌의 시대라고 불리우는 요즘, 정말로 자기만의 끼외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제 2의 브레이브 걸스를 꿈꾸면서 아직도 새벽에 연습실에서 한 방울의 땀을 흘리고 있을지 모른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버틴다고 해서 브레이브 걸스처럼 기회가 찾아오는 그룹은 정말로 흔치 않습니다.


브레이브 걸스만 해도 용감한 형제라는 유명한 작곡가가 프로듀싱한 그룹이라는 인지도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버티기에 딱 좋은), 남들은 혀를 내두를만한 위문 열차 공연 횟수 (위문 열차만으로 교차 편집이 가능한) 그리고 백령도 까지 다녀올 수 있는 노력과 열정, 성의, 그리고 좋은 노래 및 실력 (사실 멤버들 다들 노래를 잘하고 특별히 퍼포먼스 적으로 구멍이 없는 것도 역주행 이후 화제가 된 부분이었습니다.)등등 이런 여러 요소들이 최적의타이밍에 시너지가 나며 한 번에 폭발을 하게 되면서 이루어진 결과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이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회사에서 버티고 있는 나 자신도 나의 위문열차가 있는지, 나의 백령도가 있는지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내가 되어있는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만의 비디터님이 있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나일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작가의 이전글 어느날 아침에 일어난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