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선 Jul 23. 2017

팀원을 성장시키는 리더

그리고 나의 실수들

※ 이 글은 완성되지 않은, 자기 고백형 일기에 가깝습니다.


창업 1년 차,

잡스라도 된 것처럼 확신과 열정으로 가득   시기이며, 동시에 너무나 부족해서 사업에 대한 고민이 단편적이고 단순했던 시절.


그 시절이 지나고 '의미 있는 사업'이 시작됐던 시기인 2년 차 때부터

3년 차, 4년 차에 접어들 때마다 우리는 매번 하나의 큰 문제를 반복해서 마주했다.


바로 '사람'에 대한 문제.


리더로서 어떻게 팀원을 성장시켜야 하는지 몰랐고, 어떻게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서 매번 팀원의 성장에 대해 고민했다. 누군가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하거나 책을 보면 항상 같은 답이 돌아왔다.


팀원을 성장시키는 건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 아니다.
스타트업 대표라면 본인보다 뛰어난 사람을 데려오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물론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의 특성 때문이다. '모바일에 특화된 스토리텔링 카드 콘텐츠 제작' 기존에 없던 일이기에 이 분야에서 나와 시형이 보다 잘 하는 사람은 없었고, 전문가 혹은 시니어라는 개념 조차 있을 수 없는 분야였다. 창업이자 창직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는 팀원들을 성장시켜야 했다. 단순히 에디팅 역량을 길러주는 것뿐이라면 그건 자신 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물리적인 '일' 외에도 감정이나, 관계, 동기부여, 지속성 등 수많은 문제들이 함께 엮여 있다. 이건 나에게 너무나도 어려웠다. 나는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고 창업 경험도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다 작년 말, 굉장히 아끼던 팀원 한 명이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나는 울었다.

정들었던 사람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리더로서의 한계를 봤기 때문에 울었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사람이 퇴사를 결정하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그 사람이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지 조금도 몰랐다는 점이다.


바로 이때부터 나는 팀원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제 1 목표로 잡았다.

그리고 고민 끝에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신뢰'라고 판단했다. 정확히는 '내가 당신을 믿고 있다는 신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 리더가 팀원을 믿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면 단기적인 성과는 올라갈지 몰라도 자존감이 점차 낮아진다. 낮은 자존감은 부담감은 높이고, 재미와 도전 의식은 떨어트린다. 둘째로, 일 외적인 것에 자꾸 신경 쓰게 된다. 리더가 항상 자신을 평가한다고 느껴진다면, 리더에게 단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쓰거나 리더가 원하는 틀 안에 자신을 맞추게 된다. 일을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사람을 신경 쓰는 비효율을 낳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팀원을 신뢰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밖의 것으로 평가하거나 함부로 그 사람을 규정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팀원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려는 이유는 그 사람을 돕고 보완하기 위해서였지, 평가하고 자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팀원을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현재의 단점에 대한 그런 식의 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팀원과 관련된 또 다른 큰 문제를 마주했다. 창업을 하고 나서 거의 처음으로 팀원과 '감정적인 대립'을 겪은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항상 팀원에게 신뢰를 표하고 감정적으로 캐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는데, 정작 감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다니. 처음에는 감정의 문제로만 해석해 화를 참기 어려웠지만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진짜 문제의 원인은 이거였다.


내가 팀원에게 신뢰받지 못했다는 것.


어쨌든 팀원과 대표는 함께 '일'을 하는 사이다. 아무리 좋은 관계가 유지돼도 정작 '일'에 있어서 리더가 팀원에게 깔끔한 업무 지시와 판단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일 외적인 문제(감정의 대립 등)로 먼저 드러난다.


팀원들이 '일'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나는 계속해서 감정과 관계에 대해 고민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건 정작 나 자신이 '일' 자체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결과적으로 팀원에게 나의 신뢰를 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팀원이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신뢰는 쌍방향일 때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신뢰라는 시소에 한 사람만 올라타면 그 사람은 올라갈 수 없다.


이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나서 나는 다시 고민했다. 그렇다면 팀원을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일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즉, 신뢰를 주고받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아직 나는 단 하나의 방법밖에 찾지 못했다.

'그만큼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

내가 직접적으로 실무에 관여하지 않아도,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그 일을 실제로 행하는 팀원의 어려움과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 누구보다 냉철하게 '일'을 바라보고 명확히 업무적인 판단을 내려주는 것. 그래서 팀원 스스로 해나가고 있지만 동시에 항상 든든한 리더가 옆에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난 이제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 그것도 '나의 능력 부족'으로 잃고 싶지 않다. 다행히도 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에는 팀원을 성장시키는 리더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상세히 나온다. 심지어 그 회사는 픽사. 우리와 규모에 있어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그들과 우리는 콘텐츠 회사라는 점에서 비슷한 문제에 봉착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내가 궁금했던 부분들,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그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공포의 가장 좋은 해독제는 신뢰다. 사람들에게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신뢰할 대상을 찾으려는 욕구가 존재한다. 공포는 빨리 형성되지만, 신뢰는 빨리 형성되지 않는다. 리더는 팀원에 대한 신뢰를 오랜 기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을 유지하고 진정성을 보여줘야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 에드 캣멀, <창의성을 지휘하라> 中 -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신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신뢰 부족으로 인한 문제 해결 비용보다 훨씬, 훨씬, 훨씬

낮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2년 동안 페이스북 콘텐츠를 제작하며 느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