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021년 3월 6일
들어오라는 봄은 아직 오지 않고
유난히 바람이 차가웠던 날이었다. 따뜻한 곳으로의 여행이 간절해지는 날씨였다. 3월 초의 바람이 12월의 그것보다 더 서늘하게 느껴지는 건 내가 이미 봄에 마음이며 몸을 가져다 놓았기 때문이리라. 봄에 마음을 활짝 열어놨는데 들어온 것이 늦겨울의 잔상이라면 남는 것은 감기 기운이라 포털에서 기온을 확인하고 저녁 외출은 머플러를 단단히 둘렀다.
생각해보면 내게 3월 초는 기온보다 춥게 입는 것이 당연한 시기였다. 기온과는 전혀 관계없는 3월 초 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 있다. 한 단어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3월이라는 것만으로 심리적으로 봄을 살기 시작한다. 퓨즈가 켜진 것처럼 3월 1일부터 봄이다 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같은 기온이어도 두터운 니트를 입지 않게 되고, 패딩을 의식적으로 피하게 되며, 기모가 넉넉한 타이즈를 돌돌 말아 정리함 깊숙이 넣어둔다. 괜히 어두운 옷보다는 밝은 색을 입고 싶어 지는 것도 당연해진다.
생각해보면 내게 다른 계절은 이렇게 돌아오지 않는다. 얼렁뚱땅 반팔을 입기 시작하다 보면 여름이고 반팔에 카디건을 걸치다가 팔의 맨살에 스치는 바람이 차가우면 아 가을이다 싶고 어느 비가 온 날 무심코 트렌치코트를 입고 출근하다가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왜 이리 추운가 싶으면 겨울이 시작되곤 했다. 날짜가 기준이 아닌 그냥 자연스럽게 오늘 입은 옷은 이제 못 입겠구나 하면 바뀐 계절을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낮 외출에 제법 밝고 한결 가벼운 옷을 입고 집을 나섰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제야 기온을 찾아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10도..? 내가 마음이 급했나 보다. 나만 또 서두르게 진심이었나 보다. 빨리 따뜻해져서 허파에 봄바람 들어 헤실거리고 싶은데.
15도쯤 되면 누가 삐삐 좀 쳐주세요. 모쪼록 감기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