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 Aug 25. 2020

[day 25] 당일치기 이탈리아 남부 투어

폼페이 유적지 & 아말피 해안도로 & 쏘렌토

이탈리아 여행 셋째 날의 일정은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이탈리아 남부 투어. 남부 투어에는 폼페이 유적지 + 아말피 해안도로 + 쏘렌토 방문이 포함되어있었다. 로마에서 남부 쪽으로 가는데 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일정이어서 새벽 일찍 모여서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워낙 이른 아침에 출발했던 터라 관광버스를 타고 중간에 휴게소를 들렀었다. 가이드분이  휴게소에서 파는 빵과 커피가 맛있다며 아침 요기거리로 추천해주셨다. 약간 시간이 촉박해서 화장실을 퀵하게 다녀오고 요기를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겁지겁 배를 채우느라 ㅋㅋ 휴게소 사진은 못 찍었다 ㅋㅋ 다만, 줄 서서 기다리는 한국 관광객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새치기하는 이탈리아 할머니들 덕분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한 줄 서기 문화가 없다는 걸 유럽의 문화가 모두 선진적이진 않구나 라는걸 느꼈다. 


여차저차 2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달려서 도착한 폼페이 유적지는 이 모든 게 땅속에 묻혀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시의 완성도가 대단했다. 말과 마차가 이동하는 도로를 마차의 규격에 맞게 만들었다거나, 그 도로를 사람이 건너기 쉽도록 돌로 횡단보도를 만들어 뒀다거나.... 공중목욕탕, 화장실, 지금으로 치면 아파트에 해당하는 연립주택에 해당하는 건물까지 구현되어있었다. 


인도와 마차가 다니는 도로가 구현되어있는 곳.

사람이 사는 주거단지부터 시작해서 시장이나 법원 등의 공용건물들이 모여있는 광장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유적지를 실물로 본다는 것 자체도 매우 신나고 흥분됐지만 이 모든 인프라와 건축물이 고대에 만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폼페이 내부의 광장에서 

폼페이 유적지 내의 광장 한편에는 발굴된 수많은 유물들이 창고형 건물 안에 그냥 방치되어있는 느낌으로 쌓여있었는데... 가이드분 설명에 의하면 발견된 유물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중요도가 낮은 유물들은 이렇게 보관해 두는 거라고 한다. 이렇게 유물들이 보관되어있는 창고를 쭉 둘러보면 중간중간  폼페이 유적 지하면 떠오르는 사람 모양의 화석을 몇 가지 볼 수 있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화산재를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사람들의 모습이 꽤 생생한 모양새로 남아있어서 신기헀다.  어린아이, 청년, 강아지 등이 있었는데 의외로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정교한 모형이었다. 


넘어진 상태로 변을 당한 사람
화산재와 연기를 피하려고 코와 입을 막고 쭈그린 사람 모양
어린아이의 모습.


남부 투어 일정이 그리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유적지 전체를 다 둘러보지는 못했다. 유적지의 일부를 구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가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도시가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의 화산 폭발이라니.. 투어를 하면서도 폼페이 화산 폭발이 얼마나 대규모였는지 상상이 안 가더라.  

 

폼페이 외곽의 성벽


이렇게 폼페이 유적지 투어를 마무리하고 나서 단체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여행사에서 지정해놓은 음식점이었기 때문에 대단히 좋은 식당은 아니었지만 맛있게 식사했던 기억이 난다. :) 


샐러드와 까르보나라와 토마토파스타 


점심식사 이후에는 아말피 해안도로를 거쳐서 쏘렌토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원래는 포지타노 마을에 들러서 유람선? 페리?를 타는 것이 정석 루트인데 이날 날씨가 안 좋아서 유람선이 운영을 안 한다고...ㅠㅠ 그래서 변경된 일정이 쏘렌토 마을 투어라고 안내해 주셨다.  아말피 해안도로 투어를 하면 꼭 오른쪽에 앉으라고 하던데 여기에 대해서는 가이드 분들이 형평성에 맞게 오고 갈 때 자리를 바꿔서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시더라. ㅋㅋ 자리 걱정하지 마시길!  아말피 해안도로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가를 연결하는 도로인데, 굽이굽이 이어지는 절벽과 바닷가의 풍경이 유명한 해안도로이다. 

폼페이를 덥쳤던 베수비오 화산.  아말피 바닷가의 어딘가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둘러보지 못했지만 이 해안가 바로 앞에 위치한 동네가 바로 포지타노이다. 앤젤리나 졸리, 브레드 피트의 별장이 있는 동네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 부자들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별장을 마련해 두는 유럽 및 여러 부호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도시라고 한다. 이탈리아 남부가 대부분 경제적으로 부유한 동네가 거의 없다고 한다.  관광으로 수입을 대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 포지타노 마을은 그중에서도 휴양지로 으뜸인 곳인데 성수기의 숙박비나 물가가 정말 비싸다고....  

포지타노 마을 전경


해안도로를 둘러보는 중에 포지타노 마을이 눈에 보이는 전망대 같은 곳에서 잠시 내려주신다. 이 전망대에서 사진도 찍고 해안도로 주변의 풍경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이탈리아 남부의 특산물인 레몬과 오렌지로 만든 셔벗도 사 먹을 수 있다. :) 



해안도로에서 바닷가 풍경도 구경하고 전망대에서 셔벗도 사 먹고, 사진도 찍고 나서  쏘렌토에 도착했다. 우리가 방문한 쏘렌토도 이탈리아 남부의 자그마한 동네. 한 바퀴 둘러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마을을 한 바퀴 슬렁슬렁 둘러보고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쏘렌토 시내의 풍경. 골목골목마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로 복작거린다. 


이제 거의 여행 후반부였기 때문에 귀국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간단한 기념품을 사기 위해 쏘렌토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이탈리아 남부는 레몬이 유명한데 이 레몬으로 만든 사탕, 술 등을 기념품으로 많이 사가는 것 같더라. 우리도 사탕이랑 작은 리큐르를 몇 가지 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서 산 레몬사탕이 입덧을 완화시켜주는 입덧 사탕으로 유명하더라는!! (여행을 다녀온 지 몇 개월 이후에 내가 입덧이 한창 심할 때 이걸 알았다.ㅠㅠ)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나눠줄 사탕과 기념품, 그리고 내가 모으는 지역별 마그넷을 질렀다. 집합시간이 남아서 쏘렌토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젤라토 가게를 찾아서 크레페와 젤라토를 하나씩 먹었다. 



젤라토가게 전경. / 저런 레몬 기념품 가게가 엄청 많이 있다. 


돌아가는 길에는 피곤해서 둘 다 버스에서 잠들어버렸기 때문에 사진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중간중간 잠에서 깼을 때 펼쳐진 노을과 하늘 풍경이 엄청 멋졌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 여행하는 동안에도 날씨가 매우 좋았는데 특히 남부 투어 하는 날에는 하늘이 정말 최고로 예뻤던 날이었다. 남부로 가는 길에 봤던 하늘도, 로마로 돌아오는 길에 봤던 하늘도 모두 예뻐서 기분 좋았다. 


하늘맛집 이탈리아


테르미니역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이었다. 이 날 남부 투어에는 한식 도시락이 포함되어있었는데 숙소에 돌아가서 먹으라고 저녁시간에 나눠주셨다. 하루 종일 투어를 하고 나서 정말 피곤했었는데, 마무리를 한식 도시락으로 해서 정말 기분 좋았었다. ㅋㅋ 

완전히 지쳐있는 나 & 테르미니역 앞 광장의 밤 풍경

피곤하고 배고팠는데 여기서 뭔가를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야 했다면 아마 우리 부부는 엄청 크게 싸웠을 듯. 사진으로 보면 반찬이 되게 부실해 보이는데 나름 제육볶음에 계란 부침에 소시지 볶음의 구성이 나쁘지 않았다. 유럽을 돌아다니는 내내 빵과 밀가루 음식, 고기 요리에 힘들어하던 나한테 안남미가 아닌 찰진 쌀로 만든 밥과 한국 반찬은 완전 땡큐였다!  


이 날 잠들면서 자유여행인데 왜 이렇게 힘들고 피곤한 거냐고  남편에게 한탄했던 게 생각난다. ㅋㅋㅋ 술 마시러 나가거나 밤에 유흥을 즐기는 건 꿈도 못 꾸는 빡센 일정.. ㅋㅋㅋ 여하튼! 열심히 여행 일정을 짜준 남편 덕분에 한식 도시락을 숙소에서 나눠먹으며 이탈리아 세 번째 밤도 퀵하게 마무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 24] 바티칸 투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