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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Nov 06. 2020

[day 32-33] 스카이다이빙을 했습니다.

스위스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스카이다이빙.


스위스 여행의 마지막이자, 유럽여행의 마지막 날. 


스위스 여행 내내 남편이 마음을 졸이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스카이다이빙. 여행을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 거금을 내고 예약을 했는데, 문제는 기상 악화로 인해서 스카이다이빙을 못하게 되면 환불을 안 해준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여행을 간 기간 내내 스위스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정말 많았다. (숙소 주인이 안타까워할 정도 ㅠ)  스위스 여행 내내 아침마다 스카이다이빙 업체랑 전화 & 메일로 가능 여부를 계속 확인했었는데, 어제까지 계속해서 날씨 때문에 안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기적처럼 마지막 날 아침에 구름이 좀 걷혀서 오늘은 할 수 있다고 연락이 온 게 아닌가! 우리 숙소에서 다이빙 장소까지 약 2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예약시간까지 간당간당하는 바람에 정말 부리나케 준비해서 허겁지겁 출발했다. 

부리나케 달려가는 중 

급하게 시간 맞춰 도착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업체 이름이 SKYDIVE였다. 이때 까지만 해도 나는 페러글라이딩을 하는 줄 알고 왔는데, 업체 이름이 스카이다이브길래 남편에게 '자기야, 여기 업체 이름이 스카이다이브인데 스카이다이빙도 하나 봐'라고 말하면서 불길한 기운이 머리를 스쳤다. 


'응, 맞아 우리 스카이다이빙 할 거야.'


후... 내가 무서워서 안 하겠다고 할까 봐 패러글라이딩이라고 속이고 스카이다이빙 하러 왔던 거였음. 여행 계획을 남편이 전부 다 짰고, 내 성격이 뭔가를 꼼꼼하게 챙기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냥 당연히 패러글라이딩 이겠거니 하고 왔는데 당했다.  조금만 신경 썼으면 스카이다이빙 하러 오는 거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는데 정신없고 무신경한 스타일이라; 전혀 몰랐다. 



기분이 안좋은 나 & 진짜 싫은 마음을 표현한 나 


이걸 왜 숨기냐, 무서워서 하기 싫다 등등하니 안 하니 옥신각신 잠깐 실랑이를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안 할 수가 없어서 일단 하기로 했다. 진짜 무서웠음. 그리고 준비할 때 무슨 각서를 쓰는데 당연히 뭐 무슨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고 어쩌고 저쩌고 뭐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있는 각서임. 

어쩌고 저쩌고 뭐 쓰여있는 각서 


그래도 이왕 왔는데 재미있게 해 보자는 마음으로 각서도 쓰고, 무슨 비싼 돈 내야 하는 영상 촬영도 신청했다. 이왕 하는 거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놓는 게 본전일 거 같아서... (비용이 은근히 비싸더라. 한 20만 원 정도...?) 알고 보니 이 스카이다이빙이 인당 백만 원이 넘는 고액의 액티비티였음. 스위스 여행 내내 남편이 스카이다이빙을 하냐 못하냐를 두고 엄청 전전긍긍했었는데 가격을 듣고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더라. 여하튼 각서도 쓰고 영상 촬영하는 옵션도 하겠다고 하고 나면, 소지품을 캐비닛에 넣고 우주복 같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우주복으로 갈아입음.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 같은걸 진행한다.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랑 간단한 주의사항 같은걸 듣고 나면 나랑 같이 뛸 다이버가 배정된다. 그리고 나면 우리를 실어 나를 비행기를 기다리면 된다. 이 날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더라.  배낭여행 온 대학생들, 신혼여행 온 신혼부부 등등.. 같이 뛰어내릴 사람들이랑 대기하면서 다른 나라 어디 여행하셨냐 등등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이때 엄청 쫄아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ㅋㅋㅋ 주변 사람들이랑 스몰 토크하고, 날아다니는 비행기 구경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까만 깨 같은 것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라. 깨처럼 떨어지는 물체가 바로 우리 앞 팀 사람들이었다.  다이빙하는 모습을 구경하니까 더 떨리고 긴장됐음. ㅠ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로는 사진이 없다. 왜냐면 소지품을 맡기고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 알고 보니 스위스 관광 와서 스카이다이빙을 많이 하더라. 왜 굳이 스위스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었는데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이해했다. 하늘로 높이 올라갈수록 알프스 산맥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진짜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멋지다. 경치를 구경하느라 내가 곧 여기서 떨어질 거라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로. 


상공 4000m까지 올라가서 떨어지는데 전문 다이버 앞에 매달려서 자유낙하하는데.. 와 떨어질 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남편이랑 내가 우리 비행기에서는 1등 2등이었는데, 남편이 내 앞에서 '엌' 소리 내고 사라지고 나서 내가 바로 떨어졌는데 ㅋㅋ 뭐 무서워하고 이럴 시간 없이 그냥 막 바로 떨어졌다. 앞 순서라서 차라리 다행이었던 게 두려워할 시간이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이게 엄청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서 처음에 떨어질 때만 바이킹 타는 것처럼 무섭고 나중에는 그냥 현실감이 없어져서 별로 안 무섭더라.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주변에 펼쳐지는 경관을 감상하기 바빠서 무서워할 겨를이 없었다. 떨어지는 내내 '대박이다'만 한 백번 외쳤던 듯.  진짜 설산과 주변의 천혜의 자연경관을 최고의 뷰(하늘에서 내려 보다 보면서)로 감상할 수 있다.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고민 말고 하시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ㅋㅋ 비싼 돈 주고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여기 올리지 않을 거다. 왜냐면 떨어지는 내 모습이 진짜 ㅋㅋㅋ 너무나 사실적이기 때문에.. 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올리지 않음.  남편이 거짓말 쳐서 좀 화나긴 했지만 스카이다이빙 한건 후회하지 않는다.  스위스의 절경을 하늘에서부터 떨어지면서 관람할 수 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나서는 그날 일정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발 닿는 대로 공항 가는 길에 드라이브를 하면서 쉬었다. 인터라켄 호수를 끼고돌면서 경치가 좋은 곳이 보이면 아무 데나 서서 쉬어갔다. 여행 내내 흐린 날씨라서 좀 속상했지만 구름이 은은하게 깔려있는 산과 호수, 들판이 만들어 내는 그림도 분위기 있고 멋있어서 어떤 날씨여도 스위스에 오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드라이브하면서 내려오는 산 중턱에서 
호숫가에 벤치가 있는 쉼터가 있길래 잠시 차를 세워놓고 낮잠을 잤다. 


여행 후반부에 들어오면서 피로가 쌓이기도 했고, 아침 일찍 스카이다이빙 때문에 엄청 서둘러 나왔기 때문에 둘 다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호수 주변을 드라이브하다가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 있길래 차를 세웠다. 호숫가 주변 풍경도 구경하고, 맑은 물도 구경하고. 그리고 차를 세워두고 차 안에서 둘 다 낮잠을 자면서 피곤을 좀 풀었다. 


요렇게 인증숏 찍고 낮잠 잤음. 

저녁 비행기였는데 렌터카도 반납하고 여유 있게 시간 보내고 싶어서 좀 여유 있게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여행 막바지라서 데이터가 부족한 바람에 구글 맵의 내비게이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공항 진출입 록에서 길을 몇 번이나 잘못 들어서 헤맸다. ㅠ 차에 내장되어있는 내비게이션이 썩 똑똑하지 않아서 한참 길을 잘못 들었다.. 출발할 때는 너무 일찍 공항으로 가는 거 아닌가 했는데 렌터카 반납 과정에서 길을 한참 헤매는 바람에 공항에 도착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일찍 출발 안 했으면 엄청 촉박하게 비행기 탈 뻔했다.   


여하튼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해서 여유 있게 체크인하고, 수속도 밟았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딱히 면세점에서 뭘 사고 싶은 물건이 없었기 때문에 (있었어도 예산 압박으로 못 샀을 듯) 면세점도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 공항의 면세점도 딱히 물건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격도 딱히 저렴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편이 좋아하는 위스키만 구매하고 면세점을 나왔다.  우리는 대한항공을 타고 귀국했는데 대한항공은 터미널이 다른 곳에 있는지, 인천공항처럼 전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 젖소 울음소리가 나서 ㅋㅋ 스위스의 유명한 물건이 소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음.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에 넘나 신나있는 나. 


우리가 탄 비행기

여행하면서 음식이 안 맞아서 힘들거나, 남편이랑 진짜 대판 싸우거나, 너무 빡빡한 일정으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국 언제 가냐고 빨리 한국 가고 싶다고 그렇게 노래를 불렀었는데, 막상 진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눈앞에 두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진짜 신나기도 했지만 우리 여행이 진짜 마무리된다는 생각에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도 들었다. 우리가 진짜 여행을 왔었구나, 내가 진짜 한 달이나 유럽에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 한국 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면서 실감이 났다. 


한국 갈 생각에 신나 있는 나.

그렇게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배가 고파서 기내식을 리필까지 해가면서 신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한국 냄새에 감격하면서 돌아왔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유럽 음식에 너무 시달려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김치찜을 먹겠다며 그렇게 남편에게 나 말리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결국 기내식을 과식하는 바람에 결국 김치찜을 못 먹고 집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꼬박 33일 만에 집에 돌아와서 느낀 건 집이 최고라는 거! 시차 적응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계속 잠이 와서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는 정신 차려보니 4일이 지나있더라. 여독이 풀리느라 그랬던 듯. 


일 년이 지난 뒤에야 이렇게 여행기를 남기는데, 남편이 바득바득 우겨서 간 여행이었지만 정말 잘 다녀왔다는 걸 새삼 느낀다.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앞으로 이런 여행을 향후 몇 년 동안은 꿈도 못 꾸게 되어으니 말이다. 이 모든 여행을 혼자 척척 준비한 남편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덕분에 두고두고 돌아볼 멋진 추억이 잔뜩 생겼다. 단풍이 멋지게 들었던 독일의 어느 정원, 햇빛이 보석처럼 부서지던 남프랑스의 바다, 그림 같이 멋졌던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눈발이 흩날리는 스위스의 융프라우, 언젠가 꼭 다시 가고 싶은 프랑스의 미술관과 에펠탑의 야경까지.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신기해했던 여러 풍경들이 이제는 나도 갖고 있는 추억이 되었다는 게 새삼 감사하다.  남편이 아니었다면 절대 못 했을 경험이고, 남편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만들지 못했을 추억이다. 고마워 조남 편! 


여행기가 갑자기 남편에게 쓰는 감사편지가 된 것 같지만 ㅋㅋ 남편이 없었다면 이 여행기는 없기 때문에ㅋㅋ 어쩔 수 없다. 


유럽 여행기의 마무리는 남편이 만들어준 여행 요약 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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