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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미르 Dec 20. 2018

현실의 비웃음

<20번째 커버곡>

Natural - Imagine Dragons


Imagine Dragons - Natural (Official Video)


압도적인 물리적인 힘, 우세한 사상적 가치, 우월한 물질적 풍요, 배타적인 정치적 권력 등 인간 세계를 지배해 오는 것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고, 지금도 이 세상을 주무르고 있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냉혹한 세상의 이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것이 사회의 초년생이든,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든 모두에게 적용된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말은 어느새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만큼이나 현실적이지 않은 말이 되었다.

살만한 세상은 위에서 언급한 요건을 갖춘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세상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정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 더 이상 아니라고.



이 곡의 화자는 조소 섞인 충고 아닌 충고를 하고 있다.

너무 순진하게 현실에 발을 내디딘 자들에게 비아냥거리는 모습이 오히려 더 적절할지도.

그 정도 각오도 없냐고, 그것도 모르면서 이곳에 들어왔냐고, 겪고 또 아프면서 배우는 거라고.

정말 철저히 강자의 입장에서 아랫사람 대하듯 강압적인 말투가 이어진다.

단호하면서도, 쉴 틈 없이 뱉어내는, 게다가 자신은 상관없다는 느낌까지 대놓고 풍기는 그런 말투를.

돈 많고, 빽 좋은 세상이 살만한 그 누군가들처럼 말이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보컬이 화자라면, 그 누군가의 권력, 재력 등 배경은 곡에서 연주되는 악기들의 사운드라 할 수 있겠다.

이 곡은 악기들의 연주조차 가차 없다.

*마이너코드로 연주되면서 곡 전체에 깔려있는 기타의 사운드는 마치 영화 ‘*다크나이트’의 *고담시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

보컬 코러스로 만들어진 *인트로*프리-코러스 파트는 어둠이 깔리고 찬바람이 부는 도시의 경관을 보여준다.


*마이너코드 : 단조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 : 범죄와 부패로 들끓는 고담시를 지켜나가는 배트맨과 광기 어린 악당 조커의 대결을 그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고담시 :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도시

*인트로(Intro) : 곡의 시작을 이르는 말

*프리-코러스(Pre-Chorus) : 코러스 앞에 위치한 반복적인 파트, 벌스와 코러스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라스베이거스 클럽들을 전전하며 공연하던 밴드에서 이제는 자신들만의 암울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로 전 세계에 자신들을 각인시킨 밴드 이메진드래곤스(Imagine Dragons)의 곡 ‘Natural’이다.

물론, 이메진드래곤스는 밝은 분위기의 곡들도 많고 또, 대중의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그들의 진가는 이렇게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곡에서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마치, ‘*Radioactive’, ‘*Beliver’과 같은 곡들 말이다.

특히 보컬 댄 레이놀즈의 목소리는 한껏 힘이 들어가 울부짖을 때 그 매력이 폭발한다.


*Radioactive(Night Visions, 2012) : 이메진 드래곤스에게 1번째 빌보드 1위를 기록하게 해 준 곡. 절규하는듯한 보컬이 인상적인 곡이다.

*Believer(Evolve, 2017) : 이메진 드래곤스에게 3번째 빌보드 1위를 선물한 히트곡. 둔탁한 드럼의 사운드가 일품인 곡이다.


왠지 모를 공포감을 주는 보컬뿐만 아니다.

발밑부터 서서히 깔리는 짙은 안개처럼 섬뜩한 느낌을 주는 뮤직비디오도 일품이다.

이 세상에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노래를 듣고 있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약자로 만들어버리는 곡의 중압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나도 모르는 사이 들려오는 드럼의 떨리는 사운드는 나를 덮쳐오는 어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발버둥처럼 느껴진다.

약자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힘든 세상은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세상은 강자가 살아가기에 편안하기 그지없다.

분명 동떨어진 두 개의 세상이지만, 그 두 세상은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

이 곡은 철저히 강자의 말을 전달하며 그 괴리감을 듣는 이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이미 이 세상은 이상주의자들, 몽상가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환경이 되었다.




P.S. 이 악물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자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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