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m and Terri Aug 05. 2020

드디어 캐나다, 드디어 첫 모임

처음으로 MBA 동기들을 만나다


지난번 글을 보았겠지만, 5월에 집을 구하러 몬트리올로 다녀왔었다. 그때 잠깐 시간이 나서 앞으로 2년간 같이 공부하게 될 친구 둘을 만났다. 보통 Whatsapp으로 우리나라 카톡처럼 단톡방?에 초대를 받고 눈팅을 하다 마침 소규모 모임이 있다는 톡을 보고 가기로 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때는 간단한 톡 하나 보내는 것도 문법 틀렸을까 봐 조마조마하는 상황이었다...)

3번이나 방문해서 이제 익숙한 MBA 학관에 잠깐 서류를 전달하고, 학교 앞 카페에서 둘을 만났다.


#1. 넌 왜 MBA에 왔니? 여기 와서 뭘 하고 싶니?


이게 처음 들은 질문들이었다. 사실 이 질문을 한 러시아 친구는 지금도 크게 안 친한 소위 '진지충'이다... 이 친구들을 만나고 난 뒤 학교 생활이 심히 걱정되었으나, 다행히 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얘가 좀 특이한 아이인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으니까. 정말 무슨 인터뷰 식으로 대답을 마치고, 이런저런 얘기를 30분 정도 한 뒤 에어비앤비까지 가는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겠다며 걸어가는 길에는 비교적 정상적인?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본인의 취미나, 자기는 한국 스타크래프트랑 LOL 경기 가끔 챙겨본다는 얘기 등등. 아무튼 솔직히 이때 아주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다.


소개팅도 이러면 성질나는데 처음 만난 MBA 동기가 이런 질문들을 영어로 던지면 정말 황당...


#2. 와 너 술 진짜 잘 마신다! 나 한국 사람이랑 처음 술 마셔봐.


7월 초에 도착해서 1주일 동안 이삿짐 풀랴 집안 세팅을 하랴 정신이 없어서 누굴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마침 누가 단톡방에 자기 생일이라고 다 같이 맥주 한 잔 하자고 해서 파티에 참석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시원한 맥주도 밖에서 한잔 하고 싶었고 1주일째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이 집주인, 통신사 직원, 이삿짐센터 아저씨, 아파트 경비밖에 없었으니...


생일의 주인공인 페루 친구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로, 남미 사람들은 모두 활발하고 시끄러울 거라는 편견을 깨 준 친구이다. 내 선입견과는 달리 상당히 내성적이고, 비/클럽보다는 펍을 즐기고, 크로스핏을 좋아하는 기골이 장대한 친구이다. 그리고 이 친구도 한국 사람이랑 술 마시는 게 처음이라며 진짜 글로벌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게 MBA의 목적이 아니겠는가.


한국에서 회식으로 워낙 단련된 몸이라 아직 MBA Social Event 등에서 딱히 취해 본 적은 없다

아무튼 이 친구의 친구와 셋이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약 4시간 정도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오히려 편안한 분위기라서 영어도 생각보다 술술 나왔던 것 같고, 조금 학교 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3. 우리 내일도 만나고 모레도 만나!


며칠 뒤, 그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불어 수업을 듣거나 현재 몬트리올에 살고 있는 동기들끼리 모두 모여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처음이라 바짝 쫄아서 시간도 칼같이 도착했는데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서 앉아 있었고, 그 뒤로 한 명씩 온 덕분에 모두와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사실 식사 중에는 크게 얘기를 많이 하진 못했다. 우선 하필 캐내디언 여자 아이들 테이블에 앉는 바람에 영어가 무척이나 빨랐고, 모히또를 한 잔 마시고 있기도 했거니와 익숙하지 않은 포크와 나이프로 열심히 뼈를 발라가며 (하필) 닭 요리를 먹었기 때문에 듣기에 주력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한 명씩 주문받고 한 명씩 결제를 하는 것, 우리나라처럼 자기소개를 돌아가면서 하지 않는 것 등 매우 익숙하지 않은 풍경들이 많아서 뭔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학교 생활을 서양에서 해 보지 않은 내게 모든 게 하나하나 작은 충격이었다


식사를 하고 난 뒤에는 다 같이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다가, 누군가가 문득 다 같이 학교로 산책을 가자고 해서 10명 넘게 우르르 가서 학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또 누가 학교 뒷산인 Mont Royal에 안 가봤다고 해서 다 같이 올라가서 단체사진을 찍고... #2에서 소개했던 페루 친구네에 모여서 이런저런 노가리를 까다 다 근처 중국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난 뒤 작별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한 친구가 '우리 내일도 만나고 모레도 만나!'라고 얘기를 했는데 아직도 그게 기억에 남는다. 물론 같이 불어 수업을 들으면서 현실이 되었지만...




아무튼, 이게 본격 수업 전까지 MBA 동기들과 만났던 만남들 이야기이다. 사실 일기 형식으로 소소하게 써 봤는데 이때 아주 영어가 지금만큼 유창하진 못해서 많이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지금도 아주 능숙하진 않지만) small talk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이 뒤로는 가족들이 캐나다로 와서 Social Event에 100% 참석하지는 못했으나, 잠깐이나마 이렇게 모임에 나가서 동기들을 알아두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McGill의 경우 워낙 소수라서 별도의 스터디 그룹도 잘 없고, 보통 한 번 이렇게 처음에 친했던 친구들끼리 적어도 1학년 1학기까지는 쭉 가는 분위기이다.)


그래도 뭔가 Self-Reflection 차원에서 남겨두자면...


1. 먼저 연락하는 걸 어려워하지 말자


초반에 맘에 들고 잘 통하는 친구가 있을 것 같으면 바로바로 연락해서 친해지도록 하자. 이게 학교 생활을 한지 너무 오래돼서 이런 사소한 감이 떨어져 있었기도 하고, 사실 한국에서도 친한 친구들 아니면 카톡을 먼저 막 날리는 타입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이런 거에 정말 감이 떨어졌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 (남 일 같지만 한국에서 회사만 계속 다니면서 애 보느라 바빠서 단톡방 같이 들어가 있는 친구들 몇 명만 만나면 정말 이렇게 된다.) 여기 애들도 Whatsapp으로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친해지고, 페북 친구 맺고 인스타 맞팔하면서 친해진다. 사실 지금 회사에서도 LinkedIn 추가하고 회사 메신저로 이런저런 얘기들 하고 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다 아직.


2.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자


가끔 내 이름을 말하고 어디에서 왔다고 하면 '아~ 니가 걔구나?' 하는 애들이 몇 명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댓글로 남긴 자기소개를 당연히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쓴 글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누구나 자신이 했던 얘기나 남긴 글을 기억해 주면 고마워한다. 물론 몇 백 명씩이나 되는 MBA 과정에 진학하게 된다면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 보자. 앞으로의 대화가 보다 쉬워질 것이다.


3. 얘기하는 시간을 너무 아까워하지 말자


처음에는 대화에도 못 끼겠고, 특히 1:1이나 소규모 대화면 더더욱 자신이 없기도 한데 이런 상황을 계속 피하다 보면 영어도 안 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는 걸 느꼈다. 특히 사교적인 미국/캐나다 친구들은 자기 갈 길 돌아서 가면서라도 나랑 한 마디 더하려고 하는 걸 보고, 얘네가 말하길 좋아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하고, 최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내 말도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로 떠날 준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