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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 and Terri Aug 09. 2020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늦여름

가장 힘들었던 1학년 1학기, 첫 번째 이야기

2학년 친구들한테 물어봤을 때, 첫 번째 학기만 잘 버티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대부분의 과목들이 Intense 하고 학점도 생각보다 받기 어려워 보통 1~2명 정도 낙오자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보통 F를 받으면 그 학기가 유급 처리되어 전체 재수강을 해야 한다. 참고로 맥길 대학원 학점 기준은 절대평가라서 총점의 65% 아래로 받으면 F이다.) 그리고 장학금을 받으려면 학점을 3.3(B+) 이상으로 유지해야 되는데 이것 또한 생각보다 만만치도 않다는 조언도 들었다. 다행히 우리 학년에는 F를 받아 낙오한 친구가 없긴 했다.


사실 학부 전공도 경영학을 했었고, 미리 어느 정도 공부를 해 놓고 가서 크게 문제가 있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 가까스로 장학금 학점 커트는 맞췄으나, 학점을 아주 높게 받지는 못했고 결국 2학기 때 어느 정도 만회를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회사 그만두고 긴장이 풀려 이렇게 살았나 싶기도...




학사 일정은 7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3주간 불어 수업을 시작으로, 월~금 오전 3시간 동안 주 15시간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1주일 정도 짧은 방학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Boot Camp라는 2주짜리 과정에 들어간다. Boot Camp는 불어 수업과 마찬가지로 의무는 아니나, 재무관리, 회계와 통계학 기초를 배우는 과정으로 어차피 9월 초에 개강을 하면 바로 첫 과목이 회계와 통계라... Boot Camp 때 미리 기초를 닦아두는 게 좋다. 대부분 이 Boot Camp 기간에 맞춰서 도착하기도 하고. (가끔 이때 늦게 오는 친구들은 보통 비자에 문제가 생겨 늦게 입국하는 경우) 그리고 재무관리는 별도로 인터넷 강의가 제공되어 듣고 시험 또한 봐야 해서 이것도 밤에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해야 했다.

Boot Camp 때는 하루에 오전/오후 3시간씩 인텐시브하게 수업을 듣고, 중간중간 Career Service Session 등 각종 이벤트들이 있어서.. 학교에서 그냥 아침/점심을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그리고 그전까지 활기가 넘쳤던 애들이 대부분 그냥 집에 가서 쉰다며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가 버리는 매우 재밌는 현상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Boot Camp가 끝나면 지옥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된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나라라 그런지 이런 이벤트들은 모두 필참이 아니긴 하나, 동기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웬만하면 참석하는 것이 좋다. 비용도 전부 무료고. 동기들과 강에서 카약을 타는 경험이나, 다 같이 호텔에서 나이 지긋한 MBA 동문들과 식사를 하는 경험 등 이때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이벤트들이 많긴 하다. 당시에는 귀한 줄 몰랐는데 특히 지금 이런 COVID 시대에서는 다신 하지 못할 경험이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애 보느라 아내가 제일 고생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매일매일 이벤트들이 있었던 1주일. 2~3개 정도 빼고 거의 참석을 했었다.


마지막으로 Boot Camp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8월 마지막 주부터 1학년 1학기가 시작된다. 1학년 1학기는 총 5개의 모듈로 진행되고, 1학년이 끝나면 도쿄 맥길 캠퍼스로의 학년 전체 Study Trip으로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그러나 COVID로 Study Trip은 아직 기약이 없다....) 참고로 올해부터 모듈이 3개로 축소되었고, 과목들도 조금씩 바뀌었다. 아무래도 기존 모듈에 대한 문제가 많다고 학교에서도 인지를 한 것 같고, 실제로도 이렇게 수업을 해 보니 매달 모듈이 바뀔 때마다 시험을 보는 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뭘 배웠는지 기억도 안 났던 것 같다. 물론 모듈이 한 번씩 끝나면 Wrap-up 강의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들을 당시에는 좋았는데 지나고 나면 기억이 안 나는 그런 강의 같았다.

1학기는 총 5개 모듈로 구성되어 있고 모듈마다 학점과 시간이 다르다.

1. Global Leadership: 1학점 코스로 토, 일 주말 동안 15시간 수업을 하고 숙제 및 리포트 제출로 평가를 한다. 리더십에 대한 케이스를 몇 개 읽고 같은 조 친구들과 토론을 하고 워크샵 비슷하게 진행했다. (사실 수업 내용은 별로 기억에 안 남음. 개인적으로 오리엔테이션 직후 바로 수업에 들어가서 매우 피곤했던 기억뿐이긴 하다....) 8월 말에 리포트 제출을 한 뒤 12월이 되어서 성적이 'P'로 찍혀 있어서 그저 다행이었다.


2. Business Tools: 2학점 코스로 Boot Camp 때 들었던 회계와 통계 과목이다. 이때부터 72명의 Class가 오전/오후로 분반이 되고, 원하는 사람은 바꿀 수 있다. 나는 오후반이었고 수업이 매일 오후 2시 반부터 5시 반까지라 보통 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 학교 가서 수업을 듣고 곧장 아이 픽업을 가곤 했다. 사실 이때까지도 영어로 쉴 새 없이 진행되는 학교 수업과 과제에 적응을 못해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한국에서 공부하고 온 밑천이 있어 학점은 그럭저럭 선방했다.


3. Managing Resources: 이때부터 4주짜리 4학점 코스의 시작이다. HR/재무/IT(MIS)가 합쳐진 코스로 본격 케이스 읽기가 시작된다. 특히 HR의 경우 한 번 수업할 때마다 케이스 2~3개에 영어로 80 페이지 가까이 읽으려니 밤마다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또한 조별 과제 또한 시작되는데, 그 말인즉슨 조별 과제 스트레스 또한 시작된다. (조별 과제 및 팀플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얘기하도록 한다.)

MBA에도 이런 애들 꼭 있다. 전 세계 어딜 가나 이런 애들은 다 있는 듯.

그리고 맥길이 다소 Academic 한 학교라서 조별 PT보다는 오히려 리포트를 작성하는 일이 많았고, 안 그래도 어려운 영어로 리포트까지 몇 장 작성하려니 이것 또한 상당히 스트레스였다. 학기 내내 PT를 할 기회가 딱 한 번이었고 실제로 캐나다 회사에서 보고서 작성이 그렇게 많은진 모르겠으나 영어로 PT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은 점은 좀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COVID 이후로 발표 및 시험 대신 리포트 작성할 일이 더더욱 많아졌다. ㅠㅠ)


4. Value Creation: 누군가에겐 지옥의 코스였었으나 내게는 단비와 같은 코스였다. OM(생산관리) / 미시경제 / IT(MIS) / 마케팅 모듈이고 OM과 미시경제가 주라 비교적 Quant에 강한 나에게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특히 미시경제와 OM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고, 학부 때 들은 OM 수업에서는 정말 80년대 이론을 가르쳤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특히 Service Operation Optimization 관련 내용은 현재 기업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이론이고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사례와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인상 깊었다. 아무튼 막판에 조별 리포트가 역시나 발목을 잡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좋은 과정이었다.


최근 핫한 우버 이츠의 사례. Data Science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Service Operation Management도 재조명받고 있다.


5. Markets & Globalization: 반대로 누군가에겐 단비와 같은 코스였으나 내게는 지옥과 같은 코스였다. 전략경영 / 거시경제 / 브랜딩 어느 하나 자신 있는 게 없는 과목들로 구성되어 있고, 심지어 브랜딩을 제외하면 학부 때 학점 테러를 당했던 과목들이다. 그래서 학점을 보고 난 뒤 낙제를 안 면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코스가 가장 인텐시브하기로 유명한 코스로, 케이스 읽을 것도 많고 거시경제의 경우 수업을 따라가려면 교과서도 읽어야 한다. 과제들 또한 특이하게 케이스를 받고 24시간 내에 제출해야 하는 악명 높은 개인 리포트 + 30페이지 분량의 기업 전략 분석 조별 리포트 + 시험까지 있어서 모두가 텐션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가 된다. 그러나 수업 자체들은 매우 좋고, 특히 전략 수업은 (지금은 다른 학교로 갔지만) 맥길 경영대에서 가장 인기 많고 수업 잘하기로 소문난 스타 교수의 강의라 모두가 초집중 상태로 수업을 듣는다. 아무튼 이 코스도 끝나면 드디어 짧은 3주 간의 겨울 방학이 시작된다.

전략 수업 시간에는 항상 정신없이 태블릿으로 필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영어로 필기하는 게 너무 어려웠으나 점차 익숙해졌다.


이상 1학년 1학기 학교 과정에 대한 이야기고, 다음번에는 조별 과제 및 학교 이벤트 등의 얘기를 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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