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팀플이 이렇게 힘든지 진작에 알았더라면
1학년 1학기 내내 영어와 씨름하기도 했지만 정말 힘들었던 건 바로 '조별 과제'이다. 보통 외국에서 MBA 과정을 한다고 생각하면 메인 화면 사진과 같이 다국적 사람들끼리 서로 건설적인 의견을 나누고 하는 상상을 할 텐데 현실은 이와 참 달랐다. 나도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의견들을 나누면서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해 배우고 싶었는데 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할 때마다 이런 경험을 하긴 쉽지가 않았다.
이번 포스팅은 어떻게 보면 자기반성도 많이 들어가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팀플을 할 수 있을지 공유해 보도록 한다.
#1. 조원 찾기
학기가 시작하면 Case Competition(공모전), Club Activity 등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참석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이런 것들에 열심히 참석할 만한 마음의 여유 및 흥미가 딱히 없었고, 특히 육아 문제 때문에 저녁 시간 모임을 기피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조별 과제 시작 전 친해질 계기가 많지가 않았다.
보통 공모전이나 다른 활동들을 같이 하는 조원들과 자연스레 팀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 조정이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 활동들을 하면서 잘 맞다 싶으면 굳이 다른 사람들과 팀플을 하면서 리스크 테이킹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 심리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사실 내가 간과했던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굳이 관심이 없는 공모전이나 클럽 활동 등을 하면서 스터디 그룹을 억지로 만들 필요성은 없다. 당시에 내가 조금 더 Active 하게 좋은 조원들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든다.
다른 학교들의 경우, 학교에서 스터디 그룹을 지정해 주거나 수업 때 그룹을 지정해 준다고 듣긴 했다. 물론 이 그룹이 안 맞으면 더더욱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어떻게 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약간은 수월하지 않을까 한다.
#2. 리포트는 문체도 중요하다
그나마 잘 돌아갔던 조별 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마지막에 전체 교정 작업을 누군가가 했냐 안 했냐가 중요했던 것 같다. 다행히 조에 영어 교사로 잠깐 일을 했던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가 최종 교정을 하고 제출을 했고, 최종 리포트에 내가 쓴 문장들이 엄청나게 간결하고 깔끔해진 걸 보고 다시 한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교수들은 생각보다 리포트를 깐깐하게 본다. 캐나다 대학들이 더더욱 그렇다. 특히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이나 모호하게 쓰인 문장 등이 있으면 가차 없이 감점을 하는 걸 여러 차례 보고 난 뒤, 꼭 영어 Native Speaker가 조원 중 한 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비영어권 친구들과 같은 조가 되어 리포트를 썼을 때는 생각보다 영어 때문에 발생하는 트러블이 많았다. 특히 마지막 교정 작업 시 문법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다.)
물론 영어 작문에 자신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이메일 쓰는 것과 Academic 하게 리포트를 작성하는 건 굉장히 다른 일이다. 본인이 영어 실력에 자신이 있더라도, 수십 장짜리 리포트를 교정할 자신이 없다면 Native Speaker는 꼭 조원 중에 필요하다.
#3. 평판 관리의 필요성
MBA에는 그래도 머리가 웬만큼은 돌아가는 친구들이 온다. 그 말인즉슨 인간 관계도 무조건 100% 이타적이지는 않다는 얘기고, 득실 관계를 어느 정도는 따져가면서 관계를 맺는다.
보통 조별 과제를 두 번 정도 돌고 나면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이 되고, 과목에 따라 약간 조원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친분 관계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도 마케팅 과목에서는 조를 힘들게 짠 반면, 데이터 분석 과목에서는 정말 가만히 있었는데 서너 팀에서 같이 하자는 문자가 와서 좀 놀라기도 했다.
조별 과제를 하면서 정 기여할 부분이 많지 않다고 느껴지면 회의록 정리라던가 공유 폴더 만들기, 서식 만들기 등 회사에서 막내가 하던 일들이라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어쨌든 누군가가 해야 되는 일이기도 하고, 평판 쌓기에 좋은 전략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을 정말 잘해서 모두가 같이 과제를 하고 싶어 하는 인도 친구도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런 거 못하는 애들, 정말 많다. 오히려 한국 회사에서 막내로 위에서 깨져 가면서 '수직적' 회사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더 잘한다.
#4. 다양한 Background를 가진 팀
내 첫 번째 조는 나를 제외한 전원이 재무 Background를 가진 친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재무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자기가 하려고 하고, 재무와 상관없는 내용은 내가 떠맡게 되는 이상한 역할 분배가 발생했다. (결국 내가 나중에 불공평한 것 같다고 얘기해서 바뀌긴 했지만) 그리고 데이터 분석 과목들도 코딩을 '그나마' 할 수 있는 인원이 나 혼자라 내가 코딩을 독박으로 혼자 꾸역꾸역 하는 경우도 생겨서 조를 짤 때 어느 정도 Background를 고려해서 짜는 게 좋다.
그리고 역할 분배 시에도 '할 수 있다 / 못 한다'를 분명히 말하는 게 좋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데드라인을 코 앞에 두고 못했다고 하면 처음부터 못하겠다고 한 것보다 더 안 좋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듯이, 조별 과제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5. Diverse 한 그룹을 만들어 보자
기본적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 쪽 친구들은 말이 많이 없다. 그리고 서양 쪽 친구들도 때로는 과묵한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정말... 중동/인도 쪽 친구들은 말이 끊이지가 않는다. 이건 조별 과제 때도 마찬가지다. 인도인 3명이 조에 있으니 아무도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서로 말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물론 나는 Racist가 아니다. 우리 학교에 온 중동/인도 친구들이 그냥 원래 말이 많은 걸 수도 있고, 어쩌다 보니 나랑 같이 조별 과제를 했던 애들이 특히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거나 Diversity가 한쪽으로 너무 쏠린 집단으로 들어가면 힘들어지는 것 같긴 하다. 과거에 대학원 다녔던 친구가 말하길 중국 친구들과 같은 조를 하면 서로 자료 정리를 하려고 해서 자기가 발표 독박을 쓰고, 인도 친구들과 같은 조를 하면 서로 발표를 하려고 해서 자료 정리 독박을 썼다고 하는데 이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긴 하다.
4번에서도 말했지만 커리어 백그라운드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MBA에 온 목적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공부를 하러 온 것인 만큼, 때로는 본인의 Comfort Spot을 깰 필요는 있으니 가급적이면 다양한 Background의 사람들과 조별 과제를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