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적응 중인 유학 생활 2년 차
이번 가을도 온라인 수업으로 확정이 되면서 올해 더 이상 학교를 갈 일이 없어졌다. 거의 10년 만에 학교로 복귀한 거라서 참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신입생 때 노트에 강의 필기하던 게 복학하니 다들 슬라이드 노트를 인쇄하고 있었고, 지금은 노트북 혹은 태블릿을 안 쓰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이런 기술의 변화에 관한 것들을 제외하고, 학교 다니면서 놀란 것들이 세 가지가 있다. 사실 알고는 있었던 것도 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있다. 문화적 차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차이가 있을 줄은 은 몰랐다.
1. 학식 없는 대학교
미국 대학교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캐나다 대학교들에는 대부분 학식(학교 식당)이 없다. 있어도 카페 정도가 있고, 언덕 위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대학원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및 펍이 있다. 그런데 음식도 늦게 나오고 팁도 줘야 하는 등 가성비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술 마실 때 안주 겸 햄버거나 타코 같은 것들을 주문해서 어쩔 수 없이 먹는 정도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교 식당은 기숙사에 딸려 있는 식당뿐이고, 도서관 카페에 샌드위치와 스시/포케 등을 팔긴 하나 이것도 영 비싸고 신통찮아서 정 급할 때 말고는 사 먹는 학생들이 없다. 차라리 학교 밖에서 서브웨이나 근처 식당들을 이용하는 게 더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친구들은 거의 도시락을 싸 다니고, 캠퍼스 건물들 곳곳에 전자레인지와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더 놀란 건 도시락들을 쉬는 시간 교실이나 복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고, 더더욱 놀란 건 수업 시간에도 종종 먹고, 까무러치게 놀란 건 양치질하는 학생들 또한 거의 드물다는 거......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 부류는 한국인들과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남미인들 뿐이다.) 특히 인도 학생들이 도시락으로 카레를 싸와서 스터디룸에서 먹고 나오면 다음에 들어간 사람들 모두 괴로워했다. 나중에는 나도 익숙해져서 등굣길에 샌드위치 같은 걸 사 와서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먹곤 했지만, 그래도 먹는 내내 미안한? 생각이 들긴 했다. 아무튼 여기서 익숙해져야 할 문화 중 하나인 것 같다.
2. 교수도 내 친구
2학기 때 소비자 행동론 수업 때 교수한테 질문이 있어 'Professor...'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교수가 내 말을 멈추면서 바로 'Call me Bob! Don't call me professor'라고 말해 그때부터 그냥 그 교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이 교수처럼 대부분 Professor라고 불러도 딱히 막지 않는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학생들도 그냥 교수들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아시아 학생들은 이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수업 때 질문 난사도 굉장히 많다. MBA 학생들이라 유달리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교수가 자기가 생각하는 점과 다른 발언을 하면 바로 손들어 다시 설명해 주길 요구하거나 자기 생각은 이러한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등의 질문들을 참 많이 한다. 심지어 교수와 논쟁을 벌이는 친구들도 많은데, 이것 또한 처음에는 참 낯설었으나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이렇게 순발력 있게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참 어렵고 나도 아직까지 좋은 질문을 하는 법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수업이 아닌 네트워킹 이벤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Recruiting 담당자들이 좋아할 만한 질문들을 척척 준비해서 던지는 친구들을 보면 참 대단했다) 아무튼 우리나라와 달리 교수에 대한 예우는 크게 없고, 교수들도 심지어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만 입고 수업에 들어오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참 캐주얼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3. 멈추지 않는 Small Talk
여기서 느낀 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과묵한 사람들은 참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 아이들은 수업 전후나 쉬는 시간에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사실 크게 중요하거나, 재밌는 이야기는 없다. 그런데도 뭔가 화제를 찾아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거 보면 한편으로 놀랍기도 했다.
Small Talk이 어려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디오 (위 비디오 링크)
초반에 Small Talk이 어색해서 그냥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더니 내가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다른 애들과 커피라도 사 마시러 가기도 했다. 복도나 교실에서 얘기하는 건 안 그래도 수업 듣느라 피곤한데 다른 애들 얘기까지 영어로 들으니 더 피곤해서 도저히 못할 일이기도 했고. 아무튼, 여기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의 Small Talk은 필수인 것 같다. 2번에서도 얘기했지만 네트워킹 이벤트나 심지어 회사 다닐 때도 그렇고. (1년 정도 있어보니 누가 안부를 안 물어봐 주면 섭섭하기도 하지만 막상 물어보면 대답이 유창하게 나오진 않는 것 같긴 하다. ㅎㅎ)
두 편 연속으로 공부하는 얘기만 했던 것 같은데, 다음 편은 공부 외의 것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