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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리 Nov 03. 2023

동남아 러버의 목적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나른해지는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나는 동남아 러버다.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이라는 책 제목에 반해서 즉흥적으로 떠난 라오스가 처음이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런 나라가 있긴 있냐고 혹시 가서 인신매매 같은거 당하는거 아니냐고 겁을 줬었다.(14년전 라오스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었다...) 혼자 배낭메고 떠났던 그곳에서부터 나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나른해지는' 그 작은 나라들과 사랑에 빠졌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르게 덥고, 말도 안되게 엉망인 교통시스템에다가 때론 소름돋게 이국적인 무언가를 시장바닥에서 만나기도 했지만 개발되지 않은 자연은 숨막히게 아름다웠고 순수한 사람들의 웃음이 내 마음을 다 빼았았다.


두번째 동남아 여행은 "Pai" 가 목적이었다. 여행자의 낭만과 자유가 있는 조그만 소도시. 그곳이 태국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채(극도의 P형 인간) 혼자 갈거라고 했더니 당시 사귄지 한달쯤 되었던 남자친구가 따라나섰다. 방콕에서 치앙마이를 거쳐 빠이에서 닷새쯤 지냈던가. 바이크를 한대씩 빌려 타고 신나게 오프로드를 달리다가 바이크와 같이 넘어져 종아리에 지워지지 않는 화상흉터를 남긴 덕분인지 그때의 그 남자친구와 결혼했다. 그때의 조용하고 자유로웠던 빠이는 10년동안 많이 변했겠지? 늘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과 오랜 추억으로만 간직하고픈 마음이 갈등한다.


열흘간의 태국여행을 끝내고 방콕에서 남자친구를 먼저 한국으로 귀국시킨 뒤 혼자 육로로 캄보디아로 넘어갔다. 앙코르와트 방문이 목적이었지만 태국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넘어 가본것(이것이 동남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지), 톤레삽 호수 수상마을에서 본 사람사는 풍경이 더 기억에 많이 남았다.


라오스도 태국도 캄보디아도 다녀왔으니 이제 동남아 어딜 더 가보면 좋을까 궁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자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이번 여행은 미얀마"라고 했더니 남편이 기겁을 했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당시에 미얀마는 핸드폰 로밍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 나라였으니(10년전) 한국에서 오지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걱정만 하고 앉아있느니 꾸역꾸역 따라나선다. 사전 정보가 없어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없었음은 물론 타국들에 비해서 여행객도 확연이 적어 정보교류를 할 수도 없었다. 현지에서 어찌저찌 알아보고 다니는 우당탕탕 여행이었다. 그래도 지나고보니 양곤, 바간, 껄로, 인레호수까지 미얀마를 꽤 알차게 건강히 다녀왔고 매력적인 여행지로 강추한 덕분에 훗날 친구들을 여럿 미얀마에 보내기도 했다.


다음은 임신 7개월에 떠났던 베트남. 배가 꽤나 많이 불렀었는데도 리조트에서 수영하고 가만히 앉아 쉬는건 참을수 없지 없어. 호치민, 달랏, 호이안으로 도시를 옮겨가며 거의 배낭여행급으로 다녔다. 달랏은 당시에 정말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였는데 이젠 베트남 여행하면 많이들 가는곳이 되었지.   


늘 이번엔 어딜 가볼까 머리를 굴리던 동남아러버의 여행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멈췄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다시 후덥지근하고 흙먼지 매캐한 그 길위에 서 볼 생각이다. 그곳의 공기와 냄새를 사랑하는 나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나른하고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배낭을 멘 아이들은 과연…(먼산) 동남아는 나라마다 도시마다 너무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으니 어느 한 곳을 목적지로 결정하기가 쉽지가 않다. 혼자라면 6개월정도 길위에서 떠돌며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캄보디아에서 태국을 거쳐 말레이로, 말레이에서 인도네시아로 이동해가며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나는 아이둘과 함께 떠나는 첫 배낭여행이므로 과한 욕심은 내려놓기로 했다.


하기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참고 꾸준히 해내는데는 소질이 없지만 뭐 하나 꽂히면 참지못하는 P형 인간의 여행은 어쩌다 보게된 사진 한 장, 블로그 하나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생할것이 뻔하고 주요루트에서 벗어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거나 혹시나 가서 기대한 것보다 실망이 클지라도 가고싶으면 간다. 그게 나에게는 여행의 의미랄까. 이번엔 여기다.

Danau Toba

또바 호수는 수마트라 섬에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라고 한다. 폭이 30킬로미터, 길이는 100킬로미터인 화산호수로 깊이는 500미터라고 하니 직접보면 호수라기보다는 바다같지 않을까. 호수 가운데 사모시르 섬이라고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섬이 있다. 이곳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수영, 낚시 말고는 할일이 별로 없어서 온통 후기에는 “종일 호수보면서 멍때렸다” “고요하게 하루를 보냈다” 라고 남아 있었다. 그나마 가장 액티비티한 활동이 사모시르 섬으로 들어가 스쿠터나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도는것이라니. 미얀마의 껄로, 베트남의 달랏, 태국의 빠이를 사랑하는 나에게 꼭 가봐야 할 곳이 아닐수 없지.


그래, 우리는 인도네시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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