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수능이 끝나도 끝난 게 아닌 '미대 입시'

연필 가루 자욱이 묻은 검은색 앞치마에 삼선 슬리퍼

세라믹 주얼리 아티스트
도화김소영의 미대 입시 이야기



홍대 영원한 미소



고3 때 그렸던 아리아스와 비너스 그림


홍대 입시 미술학원 거리
연필 가루 자욱이 묻은 검은색 앞치마에 삼선 슬리퍼
슬리퍼 끌고 멈춰 선 곳은 화방 앞
한 푼이 귀했던 연필 한 자루
어느새 손에 들린 삼각 김밥과 컵라면






당시 싸이월드 사진 캡처
12월 23일


수능이 끝나고 한 달째 입시 미술학원에서 12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수능을 준비할 때까지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끝나고 다시 돌아와 독서실에 가서 새벽까지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내 몸무게가 미달이라 40킬로가 안됐었다. 몸도 허약했고 살을 찌우기 위해 흑염소 즙도 먹고 운동도 하고 별별 것을 다 해 보았는데 실패했다. 그랬던 내가 고등학교 삼 학년이 되어서 살이 쪘다. 학원 끝나고 독서실 가기 전에도 밥을 먹어 총 네 끼를 먹고 입시 스트레스로 식욕이 늘었던 것이다.

 수능이 끝나 다른 친구들은 다 놀고 있는데 미대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겐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이다. 남들은 놀고 있는데 입시가 끝나지 않은 시작이라는 것은 정말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내가 유일하게 넣었던 성신여대 수시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1주일 동안 나는 정시를 준비하기 위해서 평소보다도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그날도  어느 날처럼 학원에 가고 있었고 그날은 우리 집이 멀리 이사를 가는 날이기도 했다. 가는 길에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나: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그래 잘 있었니? 성신여대 수시 붙었다며?! 잘했어. 축하한다 축하해~!"
나: "네?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 떨어졌어요.. ㅜㅜ"
선생님: "야 너는 네가 붙은 것도 몰라?? 빨리 다시 찾아봐!!"


나는 동공이 흔들려 왔고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미술학원으로 달려갔다.
"선생님 저 붙었다는데요???"
다시 확인을 해보았고 '합격'이라는 단어가 내 두 눈에 꽂혔다.
학원에서 일부러 학생들에게 결과를 찾아보지 말라고 하고 발표를 해주었고 나는 당연히 떨어진 줄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 이름이 누락이 되었던 것이다.

합격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대로 짐을 싸서 미술학원을 나가는데 기쁜 마음 반, 남아서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 반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리는 것,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수채화의 욕심도 있었지만, 아빠의 권유로 석고 데생을 선택했다. 남들보다 조금은 늦게 시작한 입시. 1년의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결과로 99:1의 경쟁률 100% 실기로 4명 뽑는 수시에 합격을 한 것이었다. 다음 연도부터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발상과 표현으로 실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석고 소묘의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었기에 더 열심히 준비했다.

힘들었지만 좋아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입시였다.               







성신여대 공예과 입학


싸이월드 사진 캡처

사실 예전엔 공학에 가고 싶었지 여대에는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았었다. 하지만 수시에 지원을 하며 다시금 붙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낮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밤에는 미술학원에서 매일 컵라면과 삼각 김밥으로 밥을 때우면서 그림을 그렸다.  대학에 가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될 것 같았고 대학에 붙은 나는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감동의 첫 월급


당시 싸이월드 사진 캡처


대학에 합격한 뒤 바로 다음 달부터 나는 미술학원에서 중학생들 실기 지도를 하는 알바를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을 가졌던 나는 수시에 붙고 나서 알바부터 시작해서 독서, 방 정리, 컴퓨터, 옷 사기, 놀러 다니기 등 그동안 참고 있었던 걸 다 하고 싶었다.


월 화 수 목 금. 낮 1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벌은 돈 40만 원. 그때는 시급이 3천 원대였는데... 그래도 미술학원이라 4100원으로 많이 받았던 편. 그렇게 아르바이트도 하고 대학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싸이월드 캡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인스타 @dohwa.ceramic

페북 도화김소영

홈페이지 dohwaceramic.modoo.a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