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과제과제과제과제과제의 연속..
세라믹 주얼리 아티스트
도화 김소영의 대학 이야기
<지난 이야기>
수능이 끝나도 끝난 게 아닌 '미대 입시'
https://brunch.co.kr/@dohwaceramic/4
이 이야기는 과거 본인의 이야기를 담았기때문에 다른 학교와 현재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성신여대 공예과 입학을 축하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합격 통지서.
떨어진 줄 알고 있다가 등록금 마감 날에 알게 된 합격 소식은 그만큼 나에게 더 소중했다. 누구나 그렇듯 고등학교 때의 목표는 단 하나. 수능과 대학 입시. 솔직히 나에게는 수능보다 실기, 석고소묘가 전부였다.
늦은 입시의 시작이었던 고2 때 동네 미술학원에 다녔고 정말 늦은 고3 여름, 홍대 영원한 미소로 옮겨 더 큰 물에 가보니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내 안의 경쟁자는 재수, 삼수생 언니 오빠들이었다.
수시가 얼마 남지 않았던 시점에서 그림 바꾸는데 2주는 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때 난 이를 꽉 깨물었다. 일주일 만에 그림을 바꿔 놓는 걸 보여주겠다고. 나는 정말 일주일 만에 그림을 바꿔놓았고 5개월의 시간 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인해 실력이 많이 늘 수 있었다.
언제나 생각했던 거지만, 그때 홍대 영원한 미소 대빵이셨던 최용태 쌤에게 정말 감사하다.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일명 OT
대부분 오티 때 친구들이랑 거의 친해지기 때문에 가는 게 좋지만 나는 당일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학교 오티를 가지 못했다..
못 간 게 아쉽긴 했으나 다행히 같은 미술학원에 다녔던 친구랑 같은 과가 되어서(같이 수시로 들어옴) 안심이었다. 아무래도 학교에 갔는데 다 모르면 좀 어색할 것 같으니 말이다. 입학 후에는 3월 말 신입생 파티 때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선배들과 신입생들이 함께하는 신입생 환영회 = 술파티
우리 과는 술을 엄청 먹이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요새 오티나 신입생 환영회 때 술 많이 먹여서 사고가 나기도 하는데 그런 못된 관습은 없어져야 한다. 적당히 해야지..
특히!
미술대학이 술 엄청 잘 마시고 담배도 많이 핀다고 하는데 정말 맞는 얘기이긴 하다.
울 학교 미술대학에는 공예과, 산업디자인과, 서양화과, 조소과, 동양학과 이렇게 5개의 학과가 있었다. 이 중에 특히 순수미술 쪽 서양, 조소, 동양화과 친구들이 술을 그렇게 잘 마셨다.
신입생 때는 오티에 못 갔지만
2학년 - 공예과 과대표
3학년 - 공예과 정학생회장
4학년 - 미대 정학생회장
이렇게 3년 동안 학생회에 몸담고 있었기에 매년 오티에 참여는 물론 진행까지 해온 3년의 결과로 봤을 때,
정말 잘 마신다.. 나는 내 자체가 술을 잘 못 마시기 때문에 과 행사 때 술을 부어라 마셔라 강요 하지는 않았는데 내 기억에는 조소과였나 밥 솥에 소주랑 맥주를 말아.. 마셨다는...
결론은
대체적으로 미대는 술을 잘 마신다.. 무서울 정도다. (물론 예외는 있다)
다행히 내가 함께 했던 공예과 A반(한 반당 20명 정도로 A, B 반으로 나뉘어 있었음) 친구들은 담배 피우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친했던 애들은 술을 잘 안 마셨다. 내가 외적으로 봤을 때 생긴 게 좀 강하게 생겨서(소주 나발 불 것처럼 생겼다 소리 많이 들음..) 사람들이 보면 술 잘 먹는 줄 아는데 소주 한잔 마시면 싯뻘개짐.. ^_^;
(저 때 책을 제대로 안읽었나봐....)
대학 새내기 포스.. 이러니 술 잘 먹게 생겼다는 소릴 들었지.. 대학 시절, 특히 1학년 때엔 별별 머리를 다 했었던 것 같다. 대학생 때 여러 머리를 해봐야 정말 나에게 잘 어울리는 머리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때는 파마하고 맘에 안 들면 일주일 만에 다시 파마하고 그랬다.. 가발도 껴보고.. (좀 심각했던 편)
"새내기 여러분, 헤어스타일은 이미지에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친답니다.."
1학년 1학기, 2학기 시간표
울 학교 공예과의 전공 과목은
섬유(섬유색체실기), 금속(금속기초실기), 도자(도자표현기법), 컴퓨터기초실기, 크로키, 기초공예디자인 이렇게 여섯 과목이었고 그 외에 한 학기당 교양 과목이 세개였다.
4년 동안 체육 교양만 3개를 들었다. 이게 최대 였음ㅋㅋ 스키, 태보, 골프..
한 번쯤 해봤을 법도 한 수강신청 동전 꼽기.
수강 신청하는 날 피시방 가서 키보드 엔터 오른쪽에 100원짜리 끼워놓고 초광클을 한다.
어느샌가 수강신청이 되어있다. 어떤 과목이 재미있을까 괜히 설레고 하고 싶은 건 또 그렇게 많았다. 특히 체육 과목. 공부라는 걸 해볼 생각으로 교양으로 일본어를 신청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저거 다 공부했던 기억도 안 난다 ;;
그렇게 시작한 1학년 수업.
1학년 때부터 만들었던 다양한 작품들
옛날부터 과정 사진 찍는 거 징글징글하게도 좋아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완성된 작품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과정이 있었기에 완성이 있는 거라 어쩌면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보는 바로 위의 작품은 친구들과 교수님한테 독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작품이다. 침핀 6천개 씀. 짝짝짝....
그나저나 사진 다 찍어서 포토샵으로 맨날 싸이에 올리느라고 잠 못 잤다.... 사진 올리다 보면 해 중천에 떠 있고 학교 갈 시간 ㅋㅋㅋㅋㅋㅋㅋ
엄마가 그거 어따 써먹냐고 맨날 잔소리 했는데 결국 그걸로 일도 하고 있고.. ㅋㅋ 포토샵은 재미부터 시작해서 학교 과목까지 많이 해보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우선 1학년 때 만든 도자기만 공개하겠다. (다른 학기 사진은 다음 포스팅에...)
아 작품들 정말 풋풋하다... 지만
어쩌다 보니 이것저것 막 집어넣었는데 무언가 나의 숨겨져있던 판도라의 상자를 공개하는 이 꿀렁꿀렁한 기분은 뭐지...
꿈이라는 것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입시 하나 보고 달려왔다. 중고등학교 때 막연히 '홍대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홍대.. 많은 미대인들의 워너비였으니까.
수시에 합격해서 막상 대학교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꿈이 사라졌다.
열정이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어릴 때부터 그림 하나만 보고 미대만 보고 살아왔던 인생이었다. 물론 디자이너의 꿈은 있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였다.
이 당시만 해도 내가 도예작가가 되리라곤 꿈에도 상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1학년 수업을 다 듣고 섬유, 도자, 금속 중에 전공으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각자 원하는 전공을 1위, 2위 순으로 매겨서 성적순으로 자른다. 그리고 2학년부터는 섬유, 도자, 금속 중에 전공으로 선택된 과목을 중점적으로 듣게 된다.
나는 무엇을 선택했을까?
1지망 : 섬유
2지망 : 도자
이유는? 다른게 없었다. 그 당시에 섬유와 선배들이 취업이 잘 된다는 얘기가 있어서 했던 것. 하지만 정말 섬유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도자기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금속은 당시 돈도 너무 많이 들고 차가운 느낌에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대부분이 섬유로 몰리는 바람에 엘리트 급의 점수를 가진 자들만이 섬유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과 발표날 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했고 과 사무실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그날 함께 떨어져 도자기과가 된 친구들과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며 축배를 들었더랬다. (도자기과 대략 20명 중 2명? 빼고 모두 떨어져서 들어감..._)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부터 나는 결심을 했다.
이왕 하는거 정말 열심히 해서 이 과 안에서 제일 잘 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이랬던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도자기 작가를 하고 있으니..
어떤 한순간이 그 사람의 운명을 뒤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에 감히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나조차도 그때는 도자기의 매력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비록 내 미래를 도자에 연결시키지는 않을 테지만"
하지만 그 뒤에 쓰여있는 "나 진짜 열심히 할 거야. 두고 봐"
바로 이 생각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과제 스트레스. 일상이 시험기간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다른 미대도 마찬가지겠지만 공예과 과제가 만만치 않다.
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니 금방 완성되지 않고 수업시간은 기본이고 공강 시간과 나머지 밤 시간까지 해야 과제를 끝낼 수 있다. 작품 사진 과정 샷을 보면 알 수 있을 듯.
언제나 과제의 연장선..
그리고 그게 한 과목이 아니다 보니 여러 과목을 한꺼번에 진행해야 해서 더 힘들다. 1학년 때부터 과제 때문에 몇 번 밤도 새고 그랬다.
일반 대학 같은 경우 시험 기간에 엄청 빡세게 하지만 공예과는 하루하루가 중간 고사고 기말고사다.
매일이 과제에 늪.
사실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었고 실제로 다이어리에도 과제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는 글을 엄청 썼었다.
그래도 나의 일학년은 미팅 소개팅도 많이 해보고 남자친구도 사귀어보고 이별도 해보고.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고 신나게 (자주) 놀았었기에 후회가 없다. 만약 매일같이 과제만 하고 공부만 했다면 2학년부터 4학년까지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제를 안 해간 적도 많았지만 수업은 절대 빠지지 않았다. 잠을 자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서 내 대학 인생에 F는 없었다. 사실 F 맞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업 참석만 해도 그건 면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지만 에프는 맞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굳이..
참고로 막판에 다들 학점 채우려고 4학년 돼서 힘들게 다니거나 졸업 못하고 더 다니거나 그러는데 나는 4년 내내 학점 꽉 꽉 채워 들어서 나중에 못 나온 과목 3개나 버렸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웬만하면 학점은 넉넉히 따 놓는 게 좋은 것 같다.
학점 버리는 희열감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 훗.
하지만
"새내기 분들, 1학년 때 많이 많이 후회 없이 노시길"
넌 진짜...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 거니
나에게 공예과란
과제 과제 과제 과제 과제 과제 과제 과제 과제 과제 과제 과제의 연속......
그리고....
바로 이런 것. 또라이들의 집합체...
여러분들도 새내기 때 많은 추억을 쌓아 두시길 ^^
이제 곧 개강과 동시에 빡세게 작업할 모든 공예인들이여 파이팅!!!
- 대학생활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