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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류 바닐라 Feb 01. 2021

[아무튼, 이메일] 1. 문화 차이로 치부하기엔

시간에 대한 몹쓸 반항

이메일로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여 보낸 후, oo 내용을 보냈으니 확인하시고 답장 부탁드린다고 또다시 메신저를 열고 보내는 삽질의 연속이다. 이메일을 보낸 후 여러 번 답장을 받지 못해 생긴 버릇이다. 시간에 대한 몹쓸 반항이다.


이메일의 효율적 활용에 대해 글로벌한 직장 경험과 책을 통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 다녔던 회사 중 일부 직장과 프리랜서로 밥을 벌어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나 혼자 얘기하니' 기분이 시작되었다. 사뭇 다른 한국 사회의 반응에 정말 의구심이 든다. 지금도. 다음 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는 세상에 살면서 빠르고 간편한 메신저 사용에 이메일이 밀린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터다. 편리함을 위해 탄생한 메신저는 국민들이 거의 매일 찾을 만큼 지지를 받는다. 회사든 개인 일이든 중요한 서류와 기록에 남겨둬야 할 계약서 등까지 모두 메신저로 해결하는 분위기인 것에 우려가 된다. 회사에서 단체로 대화하는 그룹 메신저라면 중요한 안건이나 서류를 올린 후 그룹에 속한 사람들이 한 마디씩만 올려도, 중요했던 서류와 안건은 저어기 위로 올라가 한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업무나 개인 일을 하다가 그룹 채팅을 뒤늦게 열어 본다면 스크롤 다운을 하지 않는 이상 아까 그 중요 서류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내용과 기한이 있는 사안의 서류라면 업무와 회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순간이다. 중요한 계약서를 올린 후에 서로 점심 메뉴를 상의하고 장소도 정하고 또 어디쯤 왔는지 계속 올려댄다면, 정작 계약서를 처리해야 하는 담당자는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ㅡ오늘 무엇이 땡기니 어디 어디를 가자는 사담 같은 거 말이다. ㅡ사람들이 메뉴 정하기에 대한 대화를 ㅡ혹시 중요한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가 한 마디라도 언급이 되어 있다면 알아야 하니 말이다. ㅡ읽으며 계약서를 찾는 데만 금쪽같은 시간을 써야 한다. 시간만 낭비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알고 싶지도 않는 정 과장과 이대리의 식성과 사담을 읽게 되고 그들의 취향을 알게 되는 찝찝함은 덤으로 날아온다.    


아래 예시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지 못한 내용을 모아봤다. 역시 이메일을 보내고 거의 답을 받지 못해 메신저를 열어서 한 명 한 명에게 다시 '복붙'하여 내용을 보내면서 답장을 부탁했다. 답장을 받아 그 달의 프로젝트를 짜야하는데! 당황하며 물었더니 "어머 죄송해요. 이메일 로그인을 안 한지가 수년이라 아이디를 까먹었어요 하하하."

지저쓰 ㅜ


아이러니하게도 편리한 메신저가 몸에 익은 사람들중 일부는 미팅이나 수업 수업 시간을 알면서도 급하게 답장을 원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심지어 전화를 한다... 과외를 받고 있는 학생은 무슨 죄인가. 나는 학생에게 무척 미안해해야 하고 이 순간 때문에 겨드랑이에 땀이 차도록 에너지를 쏟는 것도 모자라 ㅡ공평해야 하니까 ㅡ 시간을 좀 더 들인 후 다음 약속들이 자연스럽게 밀리면서 신경이 예민해진다... 미리 정리한 내용으로 이메일을 주고받고 서로 컨펌하기로 했으나 일을 미루다 당장 자신이 필요하고 급하게 되었으니, 상대의 입장은 무시하고 바로 전화를 하여 답을 얻어낸다. 그 시각 내 시간을 돈 주고 예약한 이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고, 잠시지만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나는 멘탈을 붙들어 매고 집중하기에 예정된 하루의 에너지보다 몇 배를 쓰게 되어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일이 끝나면 그만 뻗어 버리고 만다.


<최근 상대방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다>

*급한 연락은 ㅡ카톡 말고요ㅡ 문자 또는 이메일 부탁드립니다.

*Zoom 수업 시 예약된 시간에 Starting 합니다. ㅡ계속 카톡 계속 안 주셔도 되고요 수업 중에는 전화+문자에 답을 못할 수 있으니 예약된 시간 직전에 대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 Zoom 레슨 예약 후 숙제는 꼭 이메일로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메일 알려주시면 공부할 자료 보내드릴게요.

*이번 주 Zoom 수업 예약하신 경우 이메일로 링크를 전송했니다

*1:1 화상 수업 후 보내드린 영작 시험지 이메일로 제출 바랍니다.

*시험지를 이메일로 보내면 바로 시험을 본 후 제출 (이메일)해주세요.

*홈스쿨링 학습+숙제 체크 리스트 이메일로 모두 공유했습니다.


매주 일정이 바뀌는 학생만 *<수업 요일+시간> 예약 문자 or 이메일(drew.davies@icloud.com)로 주말까지 부탁드려요.

수업 시간대 (1~7pm) 전화 통화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

<언젠가 한 번 올려본  중고 사이트 거래를 위한 멘트>

oo 제목으로 이메일 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직거래는 oo역. 거래 원하시는 분만 이메일 주세요.

감사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련한 요청 메시지>

oo 님

바쁘시겠지만 확인 부탁드립니다.

서류는 제 이메일(drew.davies@icloud.com)로 부탁드리겠습니다.


1. 건강보험증 사본

2. 납부 확인서

3. 재직 증명서

4. 소득세 납세증명서 또는 소득금액 증명원


이메일 확인 후 추가 사항 있으시면 (이메일) 답장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서하늘 드림


사진=업무 정리를 하거나 보고서 작성 이메일을 쓰는 일상은 직장 생활을 했을 때나 지금이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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