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간다는 것
K 씨는 처음 봤을 때부터 나이 많은 할아버지로 보았는데 , 얼굴 주름이 유난히 많았고
특히 머리가 거의 없고 즉 대머리 레벨에다가 그나마 보이는 남은 머리털도 정말 하얀 흰색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자부심과 인맥 등 여러 면에서 수많은 경력, 노하우를 보여주던 K 씨를 보면서 이 사람은 본인이 젊을 때부터 평소 좋아하던 일을 계속해온 것으로 추측이 가능해졌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그에게서 아우라가 보이고 자부심이 느껴지는데 나처럼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억지로 (?) 일하는 사람과는 얼굴 표정부터 K는 뭔가 차이가 있었다.
어느날 여러 사람이랑 커피 마시디가 우연하게도 생일 이야기가 나와서 K 가 나의 생일을 물어서
순간적으로 잔머리를 돌려서 숫자 두 개를 낮추어서 말을 했는데 그러자 K 는 자기가 나보다
두살 밑이라고 한다. 오 ... 그러면 내가 연배라는 뜻인데 내가 이 할아버지 보다도 나이가 두 살이나 더 많다는 말이 된다. 아니다 정확히는 4살이나 더 많은 것인데.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의 눈에는 완전 할아버지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갑자기 심한 현타가 왔다. 결국 이젠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들었음을 인정하고 조용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님 아직도 40대 후반으로 나 스스로 혼자 계속 생각을 우겨야 하나.
나이는 단순한 숫자놀음이라고 서둘러 억지로 애써 매듭을 지어보려 하지만
설마 나도 K처럼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물론이고 눈부신 자부심도 보이고 있을까.
평소 아니면 평생 동안 ,
내가 어떤 일을 좋아했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뚜렷하게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아는 지인 중에 C 씨가 있는데 뉴질랜드 이민 26년 차 (?) 정도로 말하자면 이민고참인 셈.
두 부부가 자녀분들 다 키워놓고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농장 딸린 시골 전원 집을 그림같이
꾸며놓고 사시는데 큰 면적에 땅에서 올리브 도 키우고 각종 야채도 키우고 병아리도 키우며
소위 농사하는 전원시골 생활을 하시는 모습을 보며 이분들은 정말 이 일들이 좋아서 하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분이 농장에서 같이 일하시는 행복한 모습에.
그래서일까 이분들은 그렇게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농사는 대다수의 이민자들이 선택하지 않는 힘들고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음에도.
나의 생각이 맞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더 젊어 보인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지금부터라도 빨리 찾아보자.
내 생각엔 난 아직 40대이지만 나는 더 젋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