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에서 시작된다.
곧 한국을 가야 한다.
지난 3년간 아무것도 못했던 상황을 역전해야만 하는 절박한 심정에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국제선 장거리 비행기들도 열심히 출발 준비를 하니
나도 이제는 실타리 같은 한줄기 줄을 찾기 위해서 이다.
한국내 거래처 담당자들도 3년이 지나면서 그동안 다 바뀌었고
정말 다시 ZERO에서 출발해야 한다. 늘 항상 그래 왔듯이….
한국에서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할 텐데 장기체류, 사업을 하려면
외국인이라서 F4비자 (-원래 한국 국적이었던 사람에게 주는 재외국민 체류비자)를 받아야 한다.
해서 최근 여권용 증명사진이 필요해서 어제 갑자기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20분 후 사진을 찾으러 가서 가게에서 건네준 나의 증명사진을 보고 순간 깜짝 놀랐다.
받아 든 사진에는 내가 아니고 완전 나이 든 할아버지 모습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나 또래 남자 아저씨( - 30년 전 이민 동기) 들,
그들의 하얀 머리를 보면서,
“이젠 다들 나이가 많이 든 표시가 나는구나 “…. 라 생각했었고
아직도 머리숱이 전혀 빠지지도 않고 염색도 안하는데 까망색인 나는 여전히 젊다고 자만했다.
나보고 “ 왜 그렇게 그대로 하나도 안 변했냐고 …” 했었는데
오늘 증명사진을 보니깐 그게 아니다.
머리가 아니라 얼굴과 목주름이었다. 나의 문제는 머리가 아니고.
얼굴 큰 주름에 가로로 크게 늘어진 긴 목주름 까지.
그들은 크고 길게 그렇게 나타났다.
누가 봐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늙은 전형적인 늙은 아저씨 모습 그대로이다.
“ 할아버지까지는 아니네….. “ 라며 애써 혼자 억지주장을 해보지만
사진 처음 보는 순간 깜짝 놀랐던 가슴의 기억은 오늘 아직도 씁쓸한게 여전하다.
흔히 말하는 “뽀썁”이라는 기술이 이곳에는 없음에 누구를 한탄할 수도 없고.
있는 대로 현재 모습 그대로 찍었으니 사진 카메라에는 전혀 이상이 없을터
아직 한창이라고 생각하던 내가 그동안 나에게 속고 배신당한 느낌.
기계가 객관적으로 인증해준 지금 현재 나의 모습을 알고 나니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지만 그 누구를 원망할 순 없고.
이렇게 나의 시대는 서서히 가고 있구나..........
이젠 말 그대로 소위 다음세대를 위한 인수인계의 시점 ?
이 세상에서 나 혼자 늙어가는 것은 아닐 텐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고 분한 느낌이 든다.
나의 얼굴과 목에 이렇게 큰 주름을 만들고 떠나버린 이놈을 상대로
크게 손해배상을 하고 싶은데.
이런 일 잘하는 변호사님 혹시 어디에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