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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w Yoon Dec 28. 2022

해외에서  취직해 보기

뉴질랜드 이민 30년째  

30년 전  뉴질랜드에서  첫 취직했던    그 옛날   "라떼"   이야기.

 


당연하게도   한국서 가져온 돈은  급격히  밑바닥을 들어내었다.

지출은 있고  수입은  전혀 없으니.  

가장으로서  집안에 있는 게  서서히  눈치가  보여서   고정수입을  위해   첫 직장을  잡아보려고 나섰다.   

당시 처참한  부끄러운  나의  영어가 가장  큰  걱정이었지만  

지금 아니더라도  어차피  언젠가는 맞을 매  라 생각하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영문이력서 100 여장 작성 하여  한국 경력과  관련이 있을  법한  회사를   

엘로우 페이지 Yellow Page   전화번호부책, 에서 다 뒤져서  이력서  100 장 우편으로 송부.

    

신기하게도  4일 후부터  회신편지가  도착했다.  거의  20여 통은  받은 기억.  우체부가 매일매일  몇 시경  

우편배달 온다는 것도 알게 되고   자주 보게 된  우체부 아줌마와 겨우 몇 마디 인사 이야기했던 기억도 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혼자  이력서를 작성하고  보낼 주소를 찾고   우체국에 가서  우편을  

보내는  이 자체가   뉴질랜드 시스템의  공부이고  경험이었다. 



친절하게도 받은  회신들은  

지금은  자리가 없지만  향후 자리가 나면  꼭 연락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 

아 이렇게  회신까지 보내주는구나.. ㅎ  

 


근데 문제는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이었다.  

너무나 두려운 게  상대방이 하는 말이  하나도  나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상대가 누군인지 모르고  영어로  전화를 받는 것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였고  무서웠다. 

아내는  갓난아기를 안고  나만  쳐다보고 있으니  가장체면에   정말  잘해야 하는데..   

아  정말…  

매일 걸려오는 그 무서운 전화를 받으며   혹시나 못 알아들을까 봐.....  

심장 졸았던 그 기억은    30년 지난  지금도  아직도 강하게  여운으로 남아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인터뷰까지  나가게 되지만  그놈의  영어는  더 확실하게  나의 발목을  잡았다.  

10번이 넘는  인터뷰 탈락 끝에    그들의  질문내용이 거의 다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예상문제를  만들고   나 홀로   모범답안을  만드는  준비를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무차별 공격을 당하니   

인터뷰  의자에  앉자마자  그들이 영어를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영어를 해야겠다는 것으로  작전변경.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합격!     

시간당 7불로    파트타임,     쓰레기청소 및   창문 유리 청소  담당 ㅎ 

 

한국에서  잘 나가던   과장님은   이젠 청소담당이지만    그럼에도  울  집사람은  너무나  좋아했었다.  

그때  우리은행  잔고   $ 700 불정도  ~~.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다.



일 하지  않아도    영어공부만 등록하면    영주권자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당시  뉴질랜드 정부가  공짜로 주는  복지혜택은  받지 말자는  아내와의  약속을   나는  지킨 셈이다.  

해서   이민 온 지  1년이 안된    1993년도부터     2022년도   지금 현시점까지 

이 나라에서  일하면서  당당하게   세금을 내는  이민자가  되었다. 

이 대목은   지금도  내가  두딸들에게   자신 있게   큰소리치는  이야기  ㅎ.    




뉴질랜드에서  직장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현지인들도 어렵다는 이야기만   계속 들었는데  

글쎄   막상  내가  실제로  부딪혀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항상  길은  열려  있었다.






영문학자는 아니지만 

나의 경험으로는   

영어의  시작은   상대에게   쫄지 않는  자신감부터이다.   

한국인이  영어 잘 못하는 것은  결코  창피한 게 아니었고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고     

틀려도  좋은 것이었다.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있기에.  


영어로부터  내가 먼저  도망가지 않는다면   이민생활  절반의 성공이다.





Kaikoura  New Zealand   photo   by    Andrew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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