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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프로 Apr 14. 2021

제각각의 타이밍

모르니까 인생은 드라마

페이스북에 떴다. 7년 전 사진이. 직장생활 7년 차다. 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히 다르다. 영어는 더 편해져서 어느 때고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다. 중국어는 대학 졸업한 시점 대비 유지 정도는 하고 있는 것 같다. 직장생활은 편해졌고 다만 더 좋은 라이프를 꿈꾸는데 그 시점이 아득하다는 점이 오늘따라 씁쓸하다, 희망보다는 아득함의 감정이니. 오늘 회사 동기와 점심을 먹었다. 퇴사를 한다고 한다. 여느 때처럼 오랜만에 가볍게 안부나 물으려고 점심 먹자고 했는데, 이직할 곳이 정해졌단다.


서른넷. 적지 않은 나이다. 남보다 인생이 적어도 다섯 박자는 늦지 않나 싶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국 유학을 떠났다. 경희대에서 1년  있다 외국에 신입학을 했으니 일단 2년 정도 늦어졌다. 중국은 휴학이 1년 단위다. 휴학을 1년 하는 동안 이런저런 활동을 했지만 이로 인해 졸업이 1년 늦어졌다. 연애사는 더 늦다. 남들 다하는 꽃다운 시기라는 대학시절 도통 이성에 관심이 없었다.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졸업시즌에 만난 첫 번째 남자 친구를 필두로 지금까지 연애하고 있다. 스물여섯 즈음 연애를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여섯 살쯤 늦은 듯싶다. 80%의 친구들은 이미 시집 장가 다 갔다. 과연 정말 내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졸업 후에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불만족하고 다음 회사에 이직해서 다니는 동안 팀원과 상사는 완벽했지만 그 완벽한 환경 안에서 가짜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감정을 포함한 모든 것이 가짜였다. 진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다. 1년이라는 기한을 내게 주었다. 1년 안에 합격하지 않으면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수험생활 동안은 바로 전 가짜 인생을 사는 기간보다 힘들었다. 그동안 앞 뒤 없이 그만둔 회사들이 떠오르면서 후회막심했다.


데드라인 1년이 끝났고 목표했던 정부기관 취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았다. 10월 가을이었다. 웬만한 기업 채용기간이 모두 지났던 시점이었다. 그때 뜬 어느 기업의 신입 공채를 지원했다. 이전 경력 2년을 가지고 경력직으로 가기에는 모두 최소 4~5년 경력을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에 다시 막내 생활을 지속해야 했다. 나이 어린 동기들과 회사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스물아홉에 다시, 신입으로 입사한 거다. 그러니까 연차를 인정받지 못한 2년에, 공부한 1년까지 합하면 최소 도합 3년이 남들보다 뒤처진 거다.


직장생활도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 직장 내 업무도 조직도 어느 하나 안정적이지 않았다. 적응하는데 3년을 쓴 것 같다. 입사했던 부서에 남은 직원이 지금은 아무도 없다. 당시 부서장은 부서 내 직원을 2년 내 20명 이상 퇴사시키기로 유명했던 분이었다. 파란만장한 조직변경과 인사이동을 거쳐서 지금에 왔다. 이제야 안정적인가 싶더니 업무가 문어발이다. 현지법인관리, 사업 추진, 해외영업, 전략 제안, 신입사원 관리 등이다. 스페셜 리스트인가 제너럴리스트인가. 커리어 측면에서도 고민이 많다. 회사 내 신입들은 너무 쉽게 이전 경력을 인정받고 들어온다. 나보다 연봉이 비슷하거나 높다. 회사에 일하는 수준만큼 보상은 충분한가, 연초 승진 승급 시즌에 유독 괴로웠다. 경력은 7년 차인데, 보상은 4년 차로 받고 있으니.

지금까지 다각도의 경험을 쌓아오기까지 어느 하나 쉬이 얻은 적이 없다. 제 꽃 피울 수 있을까. 남들보다 최소 2~3년 늦는 내 인생은 언제 꽃 피울 수 있는 것일까. 그 타이밍이라는 게 언제 오는 걸까. 모르니까 그게 묘미고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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