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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덕텐트 Sep 10. 2022

9월의 기도

어느 청년의 작은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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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은혜가 항상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이렇게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동안의 날들을 다 내려놓고 겸손한 마음을 갖고 겸허하게 다가갑니다.

     

아버지 우리가 지난 여름날을 참 지독하게도 아등바등 살아냈습니다. 찌는 더위와 땀인지 비인지 모르게 흐르는 것들, 태풍과 강우, 전 세계를 뒤흔드는 전쟁과 바이러스 같은 것들로 저희들의 삶은 한순간도 평안하지 못했습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더운 나날 동안 우리들은 어쩌면 방법을 알고 있었으면서 애써 회피하고 못 본 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더욱더 아버지를 향해 내 몸을 기울이고, 나아갔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 정답이 아닌 곳에 집착하며 빙빙 헛도는 삶을 살았습니다.

     

아버지 저희의 여름날은 어쩌면 정말 버겁고 어려웠습니다.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더욱 쓰러졌으며, 두려운 날에 더 불안해하며 어둠 속에서 방황했습니다.

늪 같은 곳에서 자꾸만 잠식되는 영을 갖고 원망만 하며 고개를 처박곤 했습니다.

     

꿈은 세상 밖에 찢겨 버린지 오래이고, 소중한 인연들과 이웃들과의 순간을 감사히 여기지 못하고 푸념만 주구장창 늘어두며 살았던 내 지난 여름날을 고백합니다.

     

아버지 먼 발치에서 보시기에 너무나도 속상하셨을 삶을 제가 살았습니다. 때론 울다 지쳐 잠에 들기도 했고, 망가지다 못해 붕괴 되어가는 내 영과 육을 두고 스스로에게 쓰디 쓴 말과 생각으로 자해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들을 이 자리를 빌어 내려놓고 회개합니다. 무너져가는 상황 속에서조차 주님을 찾지않고, 기만과 허영심으로 가득 제 자신을 채웠습니다.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아버지를 찾으며 노래하겠다는 마음은 온데 간데 사라져버리고, 후회와 미련으로만 삶을 살아냈던 자신을 돌아봅니다.

     

주님, 그러한 여름을 살다가 이제 가을이 옵니다.

이번 여름은 덥기도 덥고, 습하기도 하며, 비와 바람도 엄청나게 몰아쳤던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삶과 터전을 잃었습니다. 내 이웃의 삶을 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렸던 제 자신을 부디 용서해주세요.

     

그런 여름날이었지만 가을이 옵니다.

오곡이 완연하게 드러내는 풍요의 계절입니다. 우리는 비록 아직도 아프고 헤매고 있지만

주께서 저에게, 아버지가 사랑하시는 이 세계에게 거두실 것들을 풍요롭게 거둬가세요.

     

거친 풍랑 속에서 고요한 땅과 세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찢겨지는 듯한 비바람을 견뎌 마침내 가을의 삶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각자의 삶에서 맺어갈 희망들을 올해에는 풍요롭고 풍성하게 키워주세요,

     

주님의 사랑을 반만이라도 닮고 걸어가셨던 십자가의 삶을 그림자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기 원합니다.

제 삶이 비록 혼란함 투성이고, 갈피를 오고 가며 지독하게도 잡을 수 없는 형편의 모습이지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살아가는 제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세요.

     

가을엔 정말이지 가을처럼 살아가길 원합니다.

남들을 먹일 열매를 수확하고 나면 겸허히 겸손하게 내 가진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벗어내는 자연의 나무들처럼

나를 겉치레만 의기양양하게 꾸미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찾아올 봄날의 새싹들을 위해 나를 한없이 쓸 줄 아는 어른이 되길 원합니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을의 저와 함께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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