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프로젝트 S2 #1
세상은 예상치 못한 일투성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대비를 해둔다고 해도,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일들이 많다.
모토로라 코리아, 제약회사인 한국 릴리의 마케팅팀과 홍보팀을 거쳐, 구글 코리아에 커뮤니케이션 총괄 임원으로 12년을 근무하다 2019년 구글 본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팀의 디렉터를 맡아 실리콘밸리로 떠난 저자, 정김경숙(로이스 김) 씨도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다. 16년간 몸담은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이메일 한 통으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열심히 채워가던 그에게 이 일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2023년 초,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에 정리해고 바람이 불었고, 구글에도 일어날 일이라는 걸 알았다 하더라도, 그게 꼭 내가 속해있는 팀에게 일어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로이스, 구글이 정말 좋은 직장인 건 맞아. 너는 구글과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지. 네가 2~3년 뒤에 구글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겠다고 했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았어. 그때는 네가 구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직급도 더 높아져서 절대 스스로 그만둘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거든.. 이번에 회사가 먼저 네 손을 놓아준 게 아닐까? 두둑한 퇴직금 패키지까지 주면서 말이야. 얼마나 고마운 일이니?” P 22/188
이런 예상치 못한 충격이나 슬픔을 받아들이는 순서는 흔히 상실의 5단계(부정 - 분노 - 타협 -우울 - 수용)로 설명된다. 이 다섯 단계가 순서대로 오지 않거나 반복이 될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금방 지나가거나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저자는 자신의 성격이 급한 탓에(?) 며칠 만에 다섯 단계를 모두 거쳤다고 말한다. 회복탄력성, 시간 관리, 지속적으로 사람 만나기,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기가 자신이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비결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경력을 살려 하루빨리 새로운 기업에 직장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난 이십몇 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나에게 당분간 휴식을 주기로 마음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구글의 임원이었다면 정리해고 당시 든든한 패키지도 있었을 테고, 또 찾고자 한다면 그간 연결된 인맥도 좋을 테니.
저자의 선택은 “꼭 하고 싶었지만, 회사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는 것이었다.
- 슈퍼마켓에서 일하기: 특히 트레이더 조의 크루 멤버 되기
- 공유 운전 플랫폼(우버나 리프트) 운전사 되기
- 스타벅스 바리스타 되기
- 인앤아웃 버거에서 일하기
- …
저자가 만든 목록에 있는 15개의 일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저자 본인이 서비스나 제품이 되어 고객과 만나고, 고객을 감동하게 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일, 그리고 생활과 밀착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고객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열망은 구글에서 일하며 고객과 현장에서 멀어진 데서 생겨났다.
저자는 엄청난 추진력으로 3가지의 “알바”를 하고 있다. 트레이더 조의 크루 멤버,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으며 리프트(Lyft)의 운전사가 되었다. 만 명 만나기 프로젝트도 함께.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내가 언제까지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회사를 그만두거나, 아니면 (정리)해고가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저자가 엄청난 에너지로 이 시간을 채워가는 것을 보며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