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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Feb 08. 2024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결국, 사랑이었네

언젠가 출근길 내내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퇴근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끔 전자책을 보기도 했지만 자극적인 기사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 같았다.


틈만 나면 인터넷 기사를 보는 습관.

보고 나면 딱히 무엇을 얻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 끝도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켜고 끄고.. 내가 정서불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보다는 그냥 안 좋게 형성된 습관인 듯하다. 문제는 나 스스로 필요에 의해 들인 습관이 아니고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무엇인가에 의해, 나도 모르게 따라가는 습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좋은 칼럼이나 기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사이에 섞여있는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자극적인 기사, 누가 죽거나 살해되었다는 기사, 불륜 치정극, 연예인 이혼, 방화.... 이것저것 내용들을 보고 나면 기분이 참 별로인 것 같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클릭을 하고 있다(내가 자극적인 기사를 점점 더 많이 보고 있구나..)


언젠가부터 정치 기사들도 교묘해지는 것 같다.

정론을 표방하는 것 같으면서도, 팩트를 전달하는 것 같으면서도 누군가를 혐오할 수밖에 없는, 화를 낼 수밖에 없는 그런 장치(의도)를 숨겨놓는 것 같다. 어느 한 진영이 전멸해야 끝나는 전쟁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유튜브는 어떤가?

알고리즘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자주 보는 주제를 끊임없이 보여주며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든다. "너 이런 거 좋아하지?, 그럼 이거 봐라~ 안 봐? 그래도 결국 보게 될걸?" 마치 나를 끊임없이 몰아세우는 것 같다.


TV도 질 수 없다.

왜 그리 이혼이나 가정파괴적인 프로그램들이 많은지... 우리 이혼했어요, 이혼할 결심과 같은 가상이혼에 대한 프로그램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관찰예능이란 분야가 활성화되면서 좋은 이미지를 쌓는 연예인도 있지만 사건사고가 터져 오히려 나락으로 가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건지... 결국 돈인가...이렇게 생각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다 잘못되었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재미있게 볼 것이고 교훈을 얻을 수도 있겠지. 어찌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고마운 콘텐츠이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에겐 말이다.



하지만 난 이제 이런 것들이 피곤하다.

사람들과의 연결이 더 편리해지긴 했지만 톡 없이는 못 사는 세상이 되었고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번호도 이젠 외우기 힘들어졌다.

인터넷 기사들도 신문사마다 선별해서 볼 수는 있지만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같다.

이제는 브런치에도 이혼에 대한 글들이 너무 많다. 아픈 상처를 공감받을 순 있겠지만 사람들이 결혼생활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도 있을 같다(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인 같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세상을 판단하냐?"이렇게 말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편리한 세상, 애쓰지 않아도 내 앞에 뭔가를 딱딱 가져다주는 그런 편리한 세상이 오히려 더 피곤함을 부추기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누군가, 그리고 어떤 기업들은

창의적이고 편리한 세상을 만든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고 프레임을 씌워버린다. 서로 싸우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그것으로 돈을 벌고 생존하겠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예속된다.



나는 이제 인터넷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말이다.

집에서도 가급적이면 TV를 보지 않는다.

그런다고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조용한 마음을 가질 수는 있을 것 같다.

문명의 혜택을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난 고요해지고 싶다. 나만의 방법으로 말이다.


독서를 하든, 산책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사색을 하든....


나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선택한 방법으로 나를 지키고 사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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