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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준열 Mar 25. 2024

지하철 역에서 스펙터클 한 싸움을 보았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와 60 후반 정도보이는 여자(거의 엄마뻘인 듯했다) 둘은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곳에서 내려오는 방향, 올라가는 방향 모서리에서 어깨를 부딪치고 말았


"아!!!--------!!!!, 뭐야! 아이 씨!"

젊은 여자가 지하철 역이 떠나갈 듯 소리 질렀다. 거의 비명이라고나 할까? 그 정도 세게 부딪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60대 여성분이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아마 사과는 아니었겠지) 30대 여자는 어르신에게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고 어르신은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 그로부터 둘의 싸움은 커졌다. 이런 싸움은 처음 보았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젊은 여자는 거의 미친 사람 같아 보였다. 혹시나 어르신이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 지나친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지.... 그냥 얼굴에 "화"가 있었다. "나 화났어 건드리지 마!!" "너 잘 만났다!" 이렇게 얼굴이 말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젊은 여자를 보다가 갈길을 갔다. 눈을 마주치면 나에게 달려들 기세였기 때문이다. 어휴....



다른 사람 인생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만 뭐라 할까..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화나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폭발하게 만들었을까?... 회사로 출근하던 길이었을까?... 회사에 도착하면 어떤 기분일까? 평소에도 그렇게 사나운 사람일까? 남편이 있는 여자일까? 애는?.. 아니면 미혼일까? 미혼이라면 애인은 있을까?.. 그녀의 인생은 어땠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물론 유독 기분 나쁜 날이 있다. 이상하게 그런 날은 누군가 나를 건드린다. 약 올리듯 말이다. 그럴 때는 혼잣말이라도 안 하던 욕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과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냥 기분 나쁘게 한 사람과 싸우는 정도가 아니었다.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 같다고 할까?. 어휴... 아무튼 그런 사람은 처음 봤다. 내가 자리를 떠난 후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누군가 말리는 것을 보긴 했는데..계속 싸우고 있었을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몇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첫째, 내 와이프와 딸이 그사람 같지않아서 다행이다. 잘은 모르지만 어디 가서 저 정도로 뿜어내는 사람들은 아니다. 오히려 당하면 당했지....

둘째, 내 와이프와 딸, 아니면 어머니나 장모님이 저런 여자와 만나면 안 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셋째, 나도 분노게이지가 올라올 때 터뜨리는 유형의 사람이다. 몇 번 후회하고 반성을 한 적도 있었고.... 물론 그 여자 정도는 절대 아니지만 나도 화가 나면 뿜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마치 거울치료를 받은 듯 뭔가 불편하기도 했다.


요즘 내가 읽는 책은 마이클 A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다. 누구나 살면서 가슴속에 맺혀 있는 부정적 에너지 하나쯤은 있을 것인데 나 또한 그렇다. 책에서 시종일관 말 하는 것은 <내려놓고 흘려보내는 것>이다. 그 부정적 에너지가 가슴속에 맺혀 폭발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망치지 않도록 그냥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두렵고 속상하고 화나고 짜증 나고 걱정되고... 이러한 맺힌 마음 즉, 나를 공격하는 모든 부정성에 대해 싸우지 말고 투쟁하지 말고 그냥 인정하고 지켜보고 흘려보내라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 방법이 명상이든, 산책이든, 생각 정리든, 숫자를 세는 것이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부정적 에너지가 나를 감싸지는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냥 나를 통과하게 두는 것이다. 사실, 이런 말이 어렵긴 하다. 쉽진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음수련이란 의미에서 본다면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녀는 그렇게 악다구니 같이 소리치고 싸웠을까.... 가슴속에 맺혀 있는 뭔가가 그녀를 괴롭힌 걸까? 그녀도 알고 있을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봤을까?



모르겠다. 고민되는 상황과 괴로운 무엇인가가 나를 계속 괴롭히고 있지만 배우고 생각하고 실패하고 또 시도해 보고... 그렇게 흘려보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물론 책에 있는 내용이 다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마음에 와닿은 부분이 있는 이상, 명상이든 뭐든 지속적으로 내맡기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오늘 한 30초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책에서 읽은 내용을 누군가 영화처럼 그대로 펼쳐 놓은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한번 보라고 말이다.


네 안에 있는 두려움을, 슬픔을, 화를.... 흘려보내지 못하면 너의 인생도 어디로 쓸려갈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오늘 그녀가 속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하루속히 어둡고 부정적인 마음에서 빠져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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