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성장 노트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기 위한 대상을 찾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꽂힌 독화살을 빼내는 독 단지를 찾는 거죠. 그게 자신의 주변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고요. 물론 악의적이거나 의도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저 누군가 계속 나를 위로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럼으로써 그날그날 내 마음이 풀리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은 끊임없이 위로받고 싶어 합니다. 사는 게 녹록지 않기 때문이죠.
얼마 전 지인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그 지인은 사업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속상하기야 하겠지만 차를 마시는 내내 자신의 고통만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저는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를 만날 때마다 점점 더 피곤해지고 더는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네. 위로받고 위로해 주는 따듯한 관계, 그런 세상, 좋습니다. 저 또한 그게 좋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런 관계는 대부분 기울어진 관계로 발전합니다. 마음이 더 힘든 사람이 덜 힘든 사람에게 고통을 쏟아내는 거죠. 일단 그런 관계가 만들어지면 프레임은 깨지기 쉽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말하는 사람, 한 사람은 듣는 사람의 구도가 만들어지는 거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은 나만큼 아픈 일이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다 상대방이 말을 해도 듣지 않고 계속 내 이야기만 계속하게 됩니다.
예전 한 회사에서 제가 강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너무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팀장과 관계가 좋지 않았고 너무 몰아붙이는 팀장 때문에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죠. 매일 야근에다 주말에도 출근하고 일은 일대로 많고.. 그때 옆 부서에 저와 친했던 동료가 있었습니다. 저는 시간 될 때마다 그와 회사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세 한탄을 했습니다. 그 사람을 회사 친구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건 이래서 이렇고.... 이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고.... 팀장 때문에 미치겠고.... 그래서 회사를 나가고 싶고.... 그 XX 같은 놈이..."
처음 몇 번은 잘 들어주었고 같이 공감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그 친구의 얼굴은 일그러졌습니다. 이윽고 화가 폭발했습니다.
"그만해! 이제 그만하라고!, 애들처럼 징징대지 좀 말라고!" "그 사람 잘못도 있지만 대부분 당신 스스로 잘못하고 있는 게 더 많아. 그건 안 보이지?, 이제 못 들어주겠다" 과장이면 과장답게 굴어!" "나는 니 감정 쓰레기통이 아냐. 니 엄마도 아니고!" "힘들면 니 엄마한테 가서 말해!!"
그는 엄청 화를 내면서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한동안 커피를 든 체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섭섭함과 화였습니다. 거의 본능적으로 드는 생각이었죠.
"아니, 동료가 이렇게 힘들다는데 그런 이야기도 못 들어주나?
저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맞기도 했습니다.
연이어 드는 두 번째 생각은 좀 더 이성적이었습니다.
"그래... 누구나 회사 생활이 힘들고 사람 사는데 어려움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다만 우리 모두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상황 아니겠는가... 속상하고 힘들 때 가끔 마음을 털어놓을 순 있지만 그걸 계속 들어주는 사람은 없잖아... 나는 말하는 사람이고 당신은 계속 들어주는 사람? 그런 관계는 없어. 그건 가스라이팅에서나 보는 것 아닌가? 그럼 나는 그를 무의식적으로 가스라이팅 하려 했던 건가?..... 아무튼 나는 안달 법석 징징거렸던 거구나... 애들처럼 말이지. 힘들었겠다... 박 과장...
그 이후 저는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내 힘든 마음을 알아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가급적이면 스스로 독서나 사색을 통해 나를 안정시키고 행동을 통해 상황을 해결해 나가려 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으로 저는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내 마음을 나누고 위로받는 따듯한 관계와 일방적으로 내 마음의 독화살을 빼내어 상대방에게 버리는 그런 관계"를 구분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관계는 정상적일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 만났던 그는 아직 따듯한 관계와 독화살을 상대방에게 버리는 관계를 구분하지 못한 듯해 보였습니다.
돈을 받고 상담 해 주는 심리 상담사나 정신과 병원 의사 말고 끊임없이 나의 고통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등을 두드려 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신의 부모 외에는 없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부모도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충격이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우리는 이런 것을 자각할 수 없습니다.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누군가를 계속 희생시키는 거죠.
왜냐고요? 우리는 적당히 이기적이니까요. 그리고 그게 본능이니까요.
이 순간만큼은 내가 좀 편해지기 위해
상대방이 고통스러워도 괜찮다는 무의식이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성장은 "서로 들어주고 말해주는 따듯한 관계와 일방적으로 내 마음속의 독화살을 빼내어 던져버리는 기울어진 관계"를 구분할 수 있을 때 오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알아채는 방법은 스스로 의식하고 경계하는 것, 아니면 타인이 충격을 주는 것, 둘 중 하나겠죠. 이왕이면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위해 더 좋은 것 아닐까요?
누군가의 위로와 도움이 필요하다면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을 정하고 움직이는 겁니다. 그런 에너지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타인들도 진심으로 당신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어른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 마음은 그 누구도 다듬어 줄 수 없습니다. 그건 나만이 가능합니다.
나에게 꽂힌 독화살을
남에게 빼달라고 하지 마세요
사진: Unsplash의Nik
태준열 (taejy@achvmanaging.com)
리더십 코치/컨설턴트
25년 동안 음반회사, IT 대기업, 반도체 중견기업, 소비재 기업 등 다양한 기업에서 인사, 조직개발 업무를 경험하였으며 15년 동안 인사팀장/조직 개발실장을 맡아왔다. 현재는 리더십 개발기관 Achieve. Lab의 대표이며 팀장 리더십, 성과관리 등 강의와 팀장 코칭, 리더십 개발 컨설팅, 조직개발 활동 등을 활발히 이어 나가고 있다. 저서로는 <어느 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Synergy Trigger><존버 정신>이 있다.
<어느날 대표님이 팀장 한번 맡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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