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교수님. 가까이 보니 눈이 참 예쁘네요. 깜짝 놀랐어~'
오늘 아침 학교 화장실 세면대에서 만난 학교 청소선생님과 인사 나누다가 선생님이 건네주신 칭찬
문득.
그 옛날. 곧 영국으로 출발하는 스무 살에게 프랑스에 오래 살다오신 화가선생님이 이렇게 말해주셨다.
늘 웃는 얼굴의 다정한 선생님이 정말 진지한 얼굴로 '나랑 하나만 약속해. 가서 약drug은 하지 않을 거라고'
그때는 그게 뭐 대수라고. 꿈도 못 꿔본 일이라서 '아 물론이죠~ 약속할게요'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한 일은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는 거였고 대마초는 그냥 길에서도 냄새가 맡아지는 거였다. 합법인 나라도 있었고.
친구들이 초대한 하우스 파티에서 내 앞으로 돌아오는 대마초에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노 땡스'라고 말하는 그 순간. 잊고 있던 그 선생님의 얼굴도 떠올랐다.
단 한순간도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다. 유학생인 나는 혼자인 나에게 더 엄격했는데 그건 아마 종교와 어른들과의 약속들이 나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 일거다.
그 뒤로 시간이 지나 이제 대학교로 가는 나에게 선배 교수님이 말씀해주셨다.
'하나만 약속해. 가면 너희 건물의 청소선생님들에게 예의를 다한다고.'
바로 튀어나온 나의 대답은
'아 물론이죠. 당연한 거 아니에요. 가장 감사한 분들인데요.'
학교로 온 지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잘하고 있을까.
우리 청소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으니 문득 그때 교수님과. 그 더 옛날의 선생님과 또 다른 많은 어른들이 나에게 가르쳐주신 약속이 떠오른다.
나도 누군가에게 다정한 어른이지만 엄격하고 바른 약속을 하게 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감사합니다. 저의 어른들.
#그림일기 #냅킨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