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우리가 결혼하니까
우리가 연애할 때는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카페에서
우유 거품 가득한 머그잔 앞에 두고 마주 앉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손 녹여주는, 그런
따듯한 시간이 좋았다.
그런 게 좋았다.
그런 걸 원했다.
그런 게 필요했다.
그런데 우리가 결혼하니까
퇴근시간 지하철역으로 마중 나와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고민하며 걷는 귀갓길이 좋다.
후식으로 먹을 과일을 고르는 즐거움도 크다.
하루 중 있었던 일,
요즘 하는 고민들을
멀리까지 나가지 않고
가까이에서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든든하다.
하루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구시렁구시렁 잠꼬대하며 꿈길을 헤맬 때
옆에서 다 듣는 사람이 있어서
그건 솔직히 좀 부끄럽다.
그렇지만 나도 코 고는 소리 들으며
우리 짝꿍 잘 살아있구나, 여기니까
이건 뭐 쌤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