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이야기
3월 9일부터 13일... 여느 때와 같은 월요일이 시작했고 금요일이 되었다. 그 사이 내 재산은 몇천만 원 단위로 손해가 커졌다. 그걸 지켜보는 과정은 내 재산만 아니라면 참으로 흥미로운 변화였을 거다. 코스피 지수 2000선을 지켰던 지난주 토요일이 되자마자 유가 선물 가격이 무려 10%가 사라지는 분쟁 아닌 분쟁이 발생했고 미국 시장은 생각하지도 못한 블로우에 7%의 급락을 보여주고 말았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의 진통을 겪었지만 사실 실감이 들지 않았다. 난 한국에 있었고 아직 그 진통은 우리나라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안함을 안고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었다.
월요일 장 개시 전부터 이미 내가 갖고 있던 KODEX 레버리지는 좀처럼 볼 수 없던 하락률을 보이고 있었고 난 이미 거기서부터 이게 꿈 인가 싶은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가지고 있었던 인버스 ETF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수익률을 내게 안겨주고 전량 매도를 한 상태였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전 매수를 시도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난 전혀 대비가 되지 않은 채 벨은 울렸고 지옥이 시작되었다.
이 지옥을 맛보게 된 이유를 잠깐 기록하자면... 레버리지 ETF는 지수의 변화를 2배 지수로 추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난 평소 레버리지의 풍부한 거래량과 몇 가지 보고 있던 지표가 제대로 반영되는 점을 고려해 여기서 이득을 얻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중국에서 발발했을 때에도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조합한 단순한 포트폴리오를 단기 거래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ETF가 아닌 개별 상장 주식을 사지 않는 이유는 회사의 내부 소식을 공시로 너무 늦게 반영하는 투명하지 못한 정보 비대칭성을 내가 이겨낼 방법이 없었고 시장 자체가 외국인, 기관의 자금으로 쓸려가는 것을 내가 거스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테마주나 내가 몸 담았던 게임 업계, 그리고 비교적 롱텀으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창업 투자사나 SPAC을 노려봤지만 내가 필요한 때에 이득을 내주지는 못했다. 찾고 찾다가 난 유동성에 내 돈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하루에 2천만 주 이상 거래되는 레버리지 ETF는 단기적인 이익이 필요한 나에게 더없이 적합한 상품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변명을 더 추가하자면 내가 레버리지를 매입했던 시점은 31번째 확진자가 나오기 전 이었다. 우한 통제가 먹히길 기대하고 국내는 이대로 확진자 감염 없이 잠잠하던 때에 매집이 완료된 타이밍 이었다. 확진자 수가 우한에서 멈추고 대통령이 생업이 너무 경직된다는 점을 걱정하던 때 였다. 난 그 말 그대로 사태가 점점 수그러 들 줄 알았지만... 오판이었다.
다시 시장 상황으로 돌아가면... 산업 침체가 아닌 코로나와 유가 폭락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4.5%가 날아간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연준에서 무려 0.5% 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조치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0.1이나 0.05% 인하에도 시장이 출렁거렸는데 무려 0.5% 라는 수치라면 학습 효과라도 변명해도 될 만큼 큰 수치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장은 공포가 지배하고 있었고 백신과 치료제, 치료 방법이 자가 회복밖에 없는 이 상황이 주는 공포를 비교적 통제가 된다는 한국에 있어서 간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장은 폭락을 시작했다. WHO에서 판데믹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만 내지 않고 있었지, 이미 세계 전역에서 코로나는 돌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는 저주스럽게도 악순환이 된다는 거였다.
유가 폭락의 분쟁과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미국은 이제 우리나라의 공포를 맛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폭발적인 확진자 검진을 기록하며 국가 봉쇄의 길을 걸었고 교황님의 기침 한 번에 세계가 벌벌 떨어야 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사람들조차 전염병에 쓰러질 수 있다는 공포는 유럽을 넘어 중동, 이란을 강타했다. 국가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보건부 차관이 코로나에 쓰러지자 이제 이 병은 서방, 동방을 가리지 않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중국 우한의 밤하늘에 울리던 히스테릭한 사람들의 절규의 이유를 전 세계가 알게 된 것이다.
미국에선 정유 업계의 침체에서 시작해서 FAANG 기업들로 공포가 전파되었다. 1분기의 가장 중요한 행사이자 2020년을 담당할 신제품을 발표할 애플과 구글의 개발자 회의가 취소되었다. 뿐만 아니라 IT업계의 굵직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MWC 도 취소되었다.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최정점이 취소되었고 생산 기지를 전 세계에 두고 있던 기업들의 공장이 코로나로 운영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 세계의 모든 사람은 삶과 죽음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세상이 멈출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다. 공포가 현재가 아닌 미래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걸 체감한 셈이다.
그리고 그 공포는 '공매도 한시적 부분 금지'를 외쳤던 화, 수요일을 제외하고 시장을 지배하였다. 2008년,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손해를 떠넘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의 '방임'하에 무려 1조 원의 돈을 개인들은 외국인, 기관에 갖다 바쳐야 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코스피 지수가 각각 -5%, -8%의 바닥까지 도달했는데도, 심지어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해 거래를 강제로 중지시켰을 때도 말이다. 시장 운영자인 정부에서 공매도 세력의 쏠림을 지목하고 금지를 때린 바로 그다음 날, 1조 원의 자금이 쓸려나가도 정부는 침묵했다. 누군가는 팔고, 누군가는 사는 이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1조 원은 개인이 흡수했다.
이제 금요일이 되었고 시장은 종료 벨을 울렸다. 그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정부에서 공매도 6개월 금지 카드를 뽑아 들었다.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는 장전 시간 외 거래 때 움직이는 종목들의 가격이 말해줄 거다. 분명한 건, 이 빌어먹을 코로나는 한국뿐 만이 아닌 세계 전역에서 무력화시키기 위해 백신, 치료제 개발에 서두르고 있고 유가 분쟁은 휴전이든 아니든 뉴스로 내놓을 만큼 표면화된 뉴스는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선발적으로 공매도 금지 카드를 뽑아 들었다. 외국인 자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절대적인 상황에서 이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기는 현재(03.13)로썬 잘 모르겠다. 지표나 참고 자료 없이 그냥 판단해 보자면 외국인 세력은 자국 시장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매도 포지션을 취할 테고 기관 및 기타 세력은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이 보인 지금(=일양약품, 코로나 억제 효과 있음) 저가 매수를 위해 '서서히' 매수 포지션을 취하길 기대할 뿐이다. 시장을 지배하는 코로나 이슈가 치료제 개발 이슈로 중화된다면 남은 건 코로나를 겪어서 실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은 기업들의 정상 가동이 남은 거니까...
공매도 금지 카드는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굵직한 하락장에서 공매도가 빠졌던 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금지를 외쳤지만 실제로 반영된 건 2000선이 붕괴되었던 때였다. 13일의 금요일 밤,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며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락장에서 반드시 작용하였던 그 주체를 막아버린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난 그저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