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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환 Mar 22. 2020

내 재산 지키기... #.02

# 주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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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지난주의 이벤트는 공매도 금지였다. 13일의 금요일 하루동안 외국인 세력은 무려 1조원에 달하는 매도를 기록했고 그걸 방어하듯 개인, 기관, 연기금에서 돈을 쏟아 부었지만 폭락을 막을수는 없었다. 그나마 미국 시장처럼 위험 자산인 금, 채권까지 팔면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아수라장까지는 가지 않게 막은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난 공매도 금지 발표를 보고 외국인은 계속 팔겠지만 기관은 매수세로 변경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 희망 어린 판단이 깨진건 월요일, 단 하루로 족했다.


월요일(03.16) 시장 개시 전에 미국의 금리 인하 발표에도 소용 없는 괴멸적인 장세에 대한 불안이 아침발 뉴스로 계속 되풀이 되었다. 그래도 난 공매도가 금지 되었다는 표면적인 뉴스에 기대어 혼조세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9시 1분이 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기관이 패닉에 빠진듯 외국인과 함께 미친듯이 팔아 제끼는 거였다. 시장이 끝난 뒤에야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는 막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머리 끝까지 화가 난건 이미 늦은 후 였다. 오히려 개인이 금요일보다 더 많은 9천억원을 흡수했다.



화요일까지 정부가 벌여놓은 저 구멍은 막히지 않았고 앞으로도 막히지 않을거다. ETF나 옵션 쪽에서 시장 조성자로써 취해야할 포지션이 있는 이상 저걸 막으면 더 큰 혼란이 있을거라는 막연한 판단이 들었지만 자세한 내막을 찾아보기엔 시간이 없었다. 이미 손해가 극심했지만 하락장이 계속 될거란 판단은 수급이든, 뉴스든, 차트든 뭘 보든 틀린거 같지 않았다. 적은 액수나마 인버스 ETF를 운용할 수 있을거 같았고 실제로 화요일 하루동안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플러스, 마이너스를 오가며 춤을 췄다. 시장의 움직임이 너무 극단적이다 보니 중립이나 특정 가격대를 노린 포지션 잡기는 무의미해 보였다. 지수가 급상승하느냐, 급하락하느냐 라는 상황이었기에 그것만 잘 판단하는데에 초점을 맞췄다.




지수와 차트에서 눈을 떼서 뉴스를 찬찬히 살펴보니 눈에 띄는 뉴스들이 많이 보였다.



월~목요일까지 쏟아진 뉴스엔 악재로 취급할 법한 온갖 단어가 다 섞여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를 크게 놀라게 한건 오로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 금, 기타 등등의 안전 자산들도 모두 팔고 있다는 뉴스였다. 2008년이나 2013년 때엔 그래도 모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가격이 상충되어 그걸 토대로 위험을 회피하던 방식이 통용되었는데 이번엔 정말 현금, 그것도 달러를 손에 쥐기 위해 모든 자산을 처분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고 진짜 위기가 실감나기 시작했다. 도무지 상승이나 반전을 노릴만한 여지가 없어 보여서 인버스 ETF 를 이용한 매매를 해야 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선물이나 옵션은 건들 엄두도 안 났다. 방향은 더듬더듬 잡을 수 있어도 어느 틈에 어떤 사건이 펑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가득 했으니까... 결론을 내리고 18일, 바로 인버스 ETF 를 감당 가능한 만큼 매수했다. 차트를 보고 지정가를 미리 예상해 주문을 넣곤 했었는데 이번엔 그 시점이 도무지 안 보여 시장가로 바로 주문을 했고 그렇게 내 수중엔 인버스 ETF 가 들어왔다.


그리고... 19일.



미국에서 코로나의 공포가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만큼 급격하게 퍼져나갔고 이는 곧 주식 시장에도 파급되었다. 연준의 금리 인하와 미 정부의 비상 조치 등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시중에서 자금을 급속하게 회수하였고 그 결과가 바로 지수 하락에 따른 서킷 브레이커 발동이었다. 나의 인버스는 단 하루만에 허탈한 웃음이 나오게 만들 수익률을 기록했고 난 미련없이 매도를 해버렸다. 더 보유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이만큼 지수가 빠지면 이제 정부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정부가 개입했다. 단순히 주식만이 아닌 기업의 자금 순환에서부터 말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다방변에서의 유동성 공급을 골자로 하는 대책이 발표되었고 난 이 속보를 늦은 점심을 먹으며 화면으로 지켜봤다. 단 하루 사이로 나는 유동성의 어마어마한 흐름을 경험했고 그저 돈을 넣었다가 다시 꺼내는, 그 정도밖에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다시 받아야만 했다. 그동안의 거래 방식과는 달리 방향성만 보고 급하게 결정해야 되는 상황이 답답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나의 답답함과는 관계가 없었다. 20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일, 금요일... 시장은 19일 하락된 만큼 도로 올라갔다. 통화 스와프의 체결 소식과 함께 유가가 미친듯이 올랐다는 뉴스와 함께 전해졌다. 그리고 주식 시장도 거기에 반응하듯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하루 전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 했었지만 하루가 지난 뒤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단지 1일이 지났을 뿐인데 난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현실감이 없었다. 이런 일이 어떻게 휙휙 일어나는지 느낌이 와닿지 않았다. 붕 떠있는 느낌을 지우지도 못한체 시장은 끝나버렸고 난 인버스 ETF 를 통한 수익을 남기며 한 주를 마감했다.




코로나는 아직 치료제가 없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코로나의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유가는 아직도 20달러 선에서 정체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의 영향이 한계점을 넘어 버려서 전세계의 회사와 공장이 마비되어 가고 있는게 현실화 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전염병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정말로 확진자가 없는지는 통계로는 모르는 상황이고 일본은 재건이라는 단어에 미쳐 버렸는지 모든 역량을 올림픽에 집중하고 있어서 전염병의 창궐은 아예 신경을 안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찌어찌 통제하고 있지만 우린 무역국가다. 우리의 무역 대상 국가가 마비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손 쓸 수 있는건 없다. 다음주에도 좋지 않는 소식이 예상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뉴스를 보고 방향성을 잡아 거래를 하는 이 방식은 다음주에도 유효할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전진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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