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창환 Oct 21. 2021

미래 (희망 편)

#일상 #누리호

https://news.v.daum.net/v/20211020170547763




우리나라가 우리의 힘으로 로켓을 발사한 날…

많은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뉴스를 보고 분기 보고서, 반기 보고서, 증권사의 리포트들은 보고 있다 보면 멍하니 보게 되는 뉴스가 있고 생각에 잠기게 하거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뉴스가 있곤 하는데… 며칠 전에 보았던 이 뉴스가 오늘 로켓 발사 소식과 함께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 때문에 삶이 변화할 거라는 소식은 접하기 싫어도 접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고 2차 백신까지 맞은 뒤에도 마스크를 쓰는 건 여전히 지속되는 현실이다. 1년 전보다는 덜 하지만 코로나 감염 소식이나 돌파 감염 소식엔 뜨끔하며 어디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절로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외국의 소식들도 정세나 경제보다는 그 나라 사람들의 코로나 감염 소식에 어쩌다 그렇게 걸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살펴보게 되는 식이다.


거의 2년 동안 개인의 삶은 정체하다시피 했지만 큰 규모로 벌어지는 일들은 꽤 많았다. 백신 개발이 가장 크고 치료제의 개발이 뒤따랐으며 그에 따른 폭발적인 소비, 배가 부족해 물건 배송이 어렵다는 소식, 그리고 주식 모르는 사람도 알게 된 유동성 자금에 대한 것들… 멀리 보면 국가 경제에 대한 흐름을 그 어느 때보다 안방에서 접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국경 밖에서, 내가 있는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영국에서 마스크 벗고 축구 봤다가 2천 명이 감염됐다 라는 웃기기도 슬프기도 한 소식이 화제였지…


2년 동안 온 나라를 하나의 관심사로 모을만한 일은 거의 없었다. 정치, 대선이 다가와서 슬슬 뜨거워지기 시작했지만 또 누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과거의 모습이 인터넷을 채웠고 사람들은 코로나만큼 우울한 이 과거의 싸움을 다시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로켓 발사 직전까지 내가 확인한 소식 중의 하나는 간첩 5천 명이 아직도 이 ‘남한’에 활동 중인 상황이라는 어느 국회의원의 발설이었다… 간첩 5천 명이라니… 이게 뭔…


난 오늘 하루 종일 로켓 발사 소식을 거의 실시간으로 켜놓고 있었다. 그 지긋지긋한 화천 대유니 50억이니 하는 의혹에서 눈을 돌리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미 마음은 정한 상황에 그런 부정적인 견해를 본들 흔들리지도 않겠지만 이미 되풀이되는 과거에 이 코로나 시국에 갇혀있는 나 자신을 던져놓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적엔 우주소년단 소속으로 아폴로 11호 다큐멘터리나 칼 세이건 교수님의 코스모스 책을 식탁에서 밥 먹으며 한없이 읽었던 적도 있었기에 잊혔던 그 어린 동심의 마음도 갑자기 커졌던 것도 있다.


로켓… 로켓 발사.


유투부의 데이터를 제대로 볼 줄은 모르지만 오늘 발사 과정에 공중 3사와 기타 주요 방송사가 실시간으로 방송을 했다는 건 알고 있다. 심지어 나로 발사 센터 근처의 우주 전망대엔 평일임에도 2천 명 가까이 모였다고 하고 그 근처 해수욕장에도 꽤 사람들이 있었음을 방송 중에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사의 동시 접속자는 평균 3-5만 명이었고 MBC는 10만 명 가깝게 실시간으로 봤었다. 나도 오징어 게임 영향인지는 몰라도 2명의 할아버지뻘 과학자님들이 나와서 이것저것 말씀해 주시는 MBC로 발사 과정을 봤고… 특히나 아나운서가 고도 600km, 3단계 발사 과정에서 중앙 관제실에 있는 관계자는 지금쯤 뭘 하고 있겠냐는 물음에 발사 과정 책임자이기도 하셨던 노년의 과학자 분께서 다들 발사 속도만 보고 있을 거라는 말씀에 폭소가 터져 나왔었다.


근래에 보기 힘든 전 국가적인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다. 방송 규모에서도 주요 방송사들이 모두 실시간으로 방송을 했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규모도 올림픽에 못지않았다. 난 다른 어떤 곳보다도 이 발사 과정을 보기 위해 아빠의 등에 업혀 환호하던 어린아이의 뒷모습을 찍은 연합 뉴스의 사진이 눈에 밟힌다. 우리는 오늘 미래를 보았다. 현실에서 코로나와 싸우고 과거에 되풀이했던 대통령 선거라는 케케묵은 모습을 접하던 와중에 그토록 창백하고도 맑은 푸른 하늘에 솟아오르는 미래의 발걸음을 실시간으로 본 거다. 아이들이 환호하고 어른은 감격하거나 환호하고 눈물지었다. 코로나에 갇혀있는 이 현실에 다른 공간, 저 하늘 너머로, 우주로 가려는 로켓에 온 나라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본 거다.


무슨 기분이었을까…?

한마디로, 하나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현실을 넘어 미래, 지구를 넘어 우주로 가는 로켓을 우리 모두는 보았다.

변화를 보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링크한 저 뉴스… 로켓 발사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저 너머의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만큼 나 자신에겐 저 공정위의 대처가 크게 느껴진다. 기업과 경제 환경의 변화에 더 이상 지금까지의 규제 혹은 대처가 통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정부 당국의 공식적인 인정과도 같은 소식이니까. 전기 자동차는 이제 대세가 되어가고 있고 2000년대를 지배했던 이마트는 쿠팡과 마켓 컬리, 네이버에 지고 있으며 방송사는 OTT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카카오 뱅크는 이 나라 기업 제재 중의 큰 축이었던 금산분리 규칙에서 예외가 된 대표적인 기업이다. 변했다. 2000, 2010년의 상황이 끝났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게 불과 며칠 전의 얘기다. 이제 이 흐름은 규제로써 지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규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저 소식의 조치가 흐지부지될 수가 없는 게 이미 현장에선 벌어진 현실이면서 되돌릴 수 없이 진행되어 버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뱅크를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할까? 쿠팡이나 마켓 컬리를 입점 제한에 어떻게 끼워 넣을 건가?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데…


다시 미래를 보면 이제 우리는 독자적으로 궤도에 위성을 올리고, 독자적으로 달의 뒷면 사진을 찍고, 독자적으로 궤도에 우주 정거장을 필요에 의해 올릴 수 있으며, 독자적으로 화성을 유인 탐사하거나, 독자적으로 태양계 너머 성간 저편의 세상이 궁금하면 탐사할 수 있게 될 거다. 우리가 쏘아 올릴 로켓의 사거리를 제한할 수 있는 장애물은 이제 없다. 온전히 우리가 우리의 노력으로 쟁취하면 미래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았다. 무엇보다도… 저 하늘 너머로 가는 우리가 만든 로켓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비록 궤도 상에 위성을 올려놔서 응답을 주고받는 마지막 결과까지는 못 갔지만 카운트 다운, 발사, 상승, 로켓 분리, 궤도 진입, 페어링, 위성 올려놓기까지의 과정을 16분 동안 목격했다. 미래를 현실로 목격한 거다. 2021년 10월 21일, 그 푸른 가을 하늘 아래서… 저 공정위의 소식만큼이나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음을 모두가 목격했다.


이렇게 빨리 궤도권으로 가는 로켓 발사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빠 등에 업혀서 로켓 발사를 전망대에서 봤을 그 어린이가 한없이 부러웠다. NASA에서 그동안 숱하게 진행했던 그 어떤 로켓, 탐사선 발사보다 오늘 실시간으로 보았던 이 광경이 너무나 감격스럽다. 우리나라에서, 전남 고흥에서, 우리나라 방송국으로, 과거에 현저하게 제한이 있었던 나로 호 발사 과정에 있었던 분들의 회한과 감격에 찬 목소리를 들으며 어느 누구의 지원도 없이 우리 스스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로켓을 만들어 발사해 하늘 너머로, 성층권 너머로, 우주로 보냈다. 이 모든 과정을 되새기고 되뇜에도 울컥하는데 그 과정에 참여했던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는 하늘 너머로 간다. 변함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할 자격을 얻은 우리나라는 이제 새로운 가능성은 발견한 거다. 과거의 제도와 제한이 더 이상 통할 수 없음을 자인한 저 공정위의 발언처럼 우린 미래로 간다…


부디… 이 미래의 흐름을 지금처럼 관조하거나 감격하며 바라볼 수 있는 입장이 되기를 스스로 바란다. 뒤쳐져서 고통스럽거나 아예 이런 건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삶에 치이지 않기를… 그러려면 이 흐름에 뒤쳐지면 안 되겠지.


오늘 이렇게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실을 본다.

부디… 오늘처럼, 저 로켓을 보던 것처럼 미래가 행복한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내 재산 지키기... #.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