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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Sep 10. 2020

[아빠표 간식] 고구마 맛탕

흉년이 들거나 해서 식량이 부족할 때 주식을 대신하여 먹을 수 있는 농작물을 구황작물이라 한다. 가뭄이나 장마 등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고, 재배하기가 쉬워야 구황작물로서 구실을 할 수가 있다. 주식으로 삼는 작물의 흉작이 예상될 때 급하게 심어야 하므로 재배기간도 짧아야 한다. 감자, 옥수수, 고구마 따위가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요즘은 쌀농사 법도 많이 개량되었고, 설사 흉년이라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수입을 해 오는 등의 방법이 있기 때문에 딱히 구황(救荒)의 목적보다는 기호식품의 용도로 재배한다.


우리나라에서 고구마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대마도에 갔다 오던 통신사가 들여왔고 처음에는 감저(甘藷)로 부르다가 이후에 일본식 발음인 고귀위마(高貴爲麻)가 변형이 되어 고구마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를 먹는 감자와 달리 고구마는 뿌리를 캐서 먹는데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많이 이용된다. 섬유질도 많아서 장 건강에도 이롭다.


어렸을 적에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께서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내어 주시곤 하셨다. 직접 재배를 하신 옥수수나 고구마가 대표적인 간식이었다. 외갓집의 재래식 부엌에는 아궁이가 있었는데, 커다란 솥에 밥을 지으신 후, 고구마 몇 개를 잔불 밑에 묻어 두었다가 밥을 다 먹고 난 뒤에 꺼내어 주셨다. 특히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호호 불면서 까먹는 군고구마의 맛은 일품이었다. 시뻘건 아궁이에서 고구마가 익어 가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이제는 현대식 부엌으로 개조하여서 민속촌이나 가야 아궁이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이어트를 해 보겠다고 고구마를 잔뜩 사서는 구석에 쟁여 두고 잊어먹고 있었다. 고구마에서 삐죽삐죽 줄기가 솟아 나오고 있어 서둘러 처분할 요량으로 고구마 맛탕을 해 보기로 하였다. 고구마 맛탕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설탕을 기름에 넣어 코팅하는 방법(빠스)도 있고, 고구마를 튀겨 낸 후 조청 등에 버무리는 방법도 있다. 설탕보다는 조청을 더 좋아하니, 조청에 버무리는 것으로 해 보았다. 조청에 버무린 고구마 맛탕은 시간이 지나면 눅눅해진다. 적당한 양을 튀겨서 따뜻할 때 바삭한 맛을 즐기는 것이 좋다.


고구마는 껍질째로 튀겨도 되고 벗겨내고 튀겨도 된다. 흙이 묻어 있는 고구마여서 껍질을 벗겨내 튀겼다. 조금 작게 썰어야 적은 기름으로 빨리 튀겨낼  있다. 크기가 작으면 먹기에도 좋으니 일석이조다. 생고구마는 단단해서 칼로 자를  손을 베이지 않도록 주의해서 잘라야 한다. 왼손을 칼등에 올리고 최대한 천천히 잘랐다. 기름을 달군 뒤에는 제일 작은 고구마 조각을 넣어서  튀겨지는지 확인하고 나머지를 넣는다. 기름을 적게 쓰는 대신 고구마를 자주 뒤집어 주어야 고르게 튀겨낼  있다. 집게나  젓가락을 사용해서 조심스럽게 뒤집는다. 고르게 일차로 튀겨진 고구마는 꺼내어  소끔 식혔다가 다시 한번 튀긴다. 이렇게 하면 조금  바삭한 고구마 맛탕이 된다. 고구마를 튀긴 다음에는 팬에 조청을 조금 넣고 살짝 끓인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고구마를 넣고  버무린다. 조청이 고구마에  입혀지면 불을 끄고 고구마를 그릇에 옮긴다. 완전히  식기  따뜻할  먹어야 바삭하고 달콤한 고구마 맛탕을 제대로 즐길  있다.


준비물: 고구마, 조청, 기름, 깨

요리법:
1. 고구마의 껍질을 까고 한 잎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물로 씻어서 전분기를 없앤다.
3.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2분가량 돌려서 살짝  익힌다.
4. 물기를 한 번 닦아 낸다.
5. 튀김 용기에 고구마의 2/3가 잠길 정도로 기름을 넣고 한 번 튀겨서 약간 식힌다.
6. 한 번 더 튀긴다. 두 번 튀기면 더 바삭해진다.
7. 프라이팬에 조청을 두르고 끓기 시작하면 고구마를 넣고 조청과 잘 섞어 준다.
8. 그릇에 담고 깨를 뿌려 낸다.




*cover image by Louis Hansel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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