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편지] #19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을 개봉 첫 주에 봤습니다. 인기가 많아 빨리 예매했는데도 좌석이 많지 않더군요.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괜찮은 자리를 구했습니다. Dolby Atmos 3D 사운드가 적용되어 음향효과 빵빵한 코엑스 메가박스 M2관에서 관람했어요.
영화를 대표하는 OST, 특유의 리듬 '빰빰빠빠(지송^^ 표현이 저렴하네요^^)'가 연주됐습니다. 사운드가 좌측과 우측 그리고 위에서 들리며 점차 커지는 데 그 울림이 심장까지 느껴졌습니다. 영화 속으로 긴장감 넘치게 빨려 들어가고 있던 차.....
제 앞에 거인이 턱하니 앉았습니다. 허걱~ 전체 스크린 중 아래 약 15%를 그 분 머리가 차지하네요. 짜증이 솟구쳤습니다.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로 꼬고, 허리를 우측으로 기울여 불편한 자세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어요. 앞 거인 분도 영화에 푹 빠졌나 봅니다.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가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기대며 보더라고요. 그때마다 톰 크루즈 액션에 푹 빠져있던 시선은 뒤통수에 꽂히며 탄식이 나왔습니다. 점점 더 스크린의 85%보다 15%가 더 신경 쓰였어요. '좀 가만히 봅시다' 말하려다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참았습니다.
좋아하는 배우 옥주현씨가 나오는 뮤지컬 <엘리자벳>은 볼까 말까 망설였어요. 이 작품 음악을 작곡한 사람은 감명 깊게 봤던 <모차르트>와 <레베카>도 만들었습니다. 흥미가 당겼지만, 스토리는 별로라 생각했어요. 오스트리아 여행을 준비하다가 황후 엘리자벳에 대해 알게됐습니다. 드라마틱하더군요.
공연을 예매했습니다. 자주 가던 공연장 블루스퀘어에서 관람했어요. 프로그램 북을 하나 사서 '어떤 감동을 느낄까' 싶은 마음으로 좌석에 앉았습니다. 곧 조명이 꺼지고 오케스트라가 서곡을 연주하며 막이 올랐죠. 이때가 가장 두근거리는 듯 합니다.
앞 좌석이 비었기에 시야마저 트였어요. 기쁨도 잠깐, 서곡 연주가 끝날 무렵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거인이 앉았습니다. 임파서블 그 거인인가? 탄식했어요. 관람석 층간 높이가 극장보다 낮아 뒤통수가 더 커보였습니다. 무대의 약 20%를 뒤통수가 차지했어요.
'왜 하필 이 자리를 예매했지?, 어째 이리 (앉은)키가 크냐, 자세 좀 낮춰달라고 할까?, 이 분도 비싼 자리 값 내고 왔을 텐데' 등 별 생각이 들더군요. 기대했던 대표 아리아 <나는 나만의 것>, <모든 질문은 던져졌다> 등을 보고 들을 때도 감흥이 떨어졌습니다.
잘 보이는 80%의 무대보다 20%의 뒤통수에 더 신경이 갔어요. 집에 오는 길에도 뒤통수가 더 생각났습니다. 저는 아쉬운 것에 미련을 많이 갖네요. 갖고 있는 것보다 놓친 것들, 무어라도 할 수 있는 오늘보다 지간 어제, 그리고 타인에 대한 기대, 이런 것들로 변화를 바란다는 건 역시 '미션 임파서블'이겠죠.
https://youtu.be/hUAN7BghvZg (뮤지컬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 옥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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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왕마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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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2015년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개봉하자마자 뛰어가서 봤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영화 시리즈였었죠. 주인공이 살떨리게 임무 수행을 하려는 차, 제 앞으로 거인 한 명이 앉았습니다. 그 순간 산통이 다 깨지더군요. 한 달 후 옥주현씨가 출연한 뮤지컬 <엘리자벳>을 보러 갔습니다. 서곡이 끝날 때 쯤 또 거인이 제 앞에 앉았어요. 미션 임파서블 그 거인인가 싶었습니다. 둘 다 모두 80%는 스크린과 무대를 볼 수 있었지만 신경은 온통 20%의 거인 뒷통수에 갔어요. 이게 무슨 x같은 일이던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