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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Dec 23. 2019

[마음을 담은 편지] #20

어렸을 때 살던 집은 전통 가옥이었습니다. 안방에 세 들어 살았는데 틈이 많았죠. 겨울엔 문과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누우면 등짝은 따뜻한데 이불 덮지 않은 얼굴 특히 코끝이 시려웠어요. 문풍지에 바람이 맞닿으며 들리는 소리에 마음도 으시시 떨립니다.


겨울의 틈많은 집처럼 황소바람을 일상에서 맞을 때가 있어요.


좋아하는 활동과 간극 많은 일터에서 찬바람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갑질에 '내가 여기서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습니다. 업무를 비효율적으로 진행할 때마다 '왜 이런 식으로 일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까?' 대상 없는 불만이 주변인들에게 터져요.


틈 많은 일상을 허물고 나만의 집을 짓고 싶어요. 일하는 시간 외엔 클래식 음악 그리고, 발레, 오페라, 그림같은 취미에 푹 빠져 견고합니다. 그런 분야의 책들에 손이 많이 가요. 불멸의 작곡가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말러 등 그들 모두 나름의 틈새에서 느낀 시려움을 음악으로 옮겨 놓은 거 같았어요.


'나'를 둘러싼 시대와의 불협화음이 표현된 것이라는 <클래식 시대를 듣다>의 저자 생각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물론 천재적 노력과 재능이 걸출한 성과를 도왔을 테지만, 근본은 조화와 부조화 사이를 느끼는 가슴에 있었겠죠. 틈 많은 일상에서도 그것들을 발견할 수 있겠구나 여겼어요.


틈새로 들어오는 황소바람, 화나고 귀찮고 짜증나는 순간 '나'라는 악기는 어떻게 연주되고 있던 걸까요? 정신줄을 놓아 아무렇게나 건반을 치고 현을 켜서 소음만 내고 있었을 겁니다. 어설프더라도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요. 틈이 '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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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왕마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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