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개인사 이야기
지난 한 해는 내 삶에 변화가 많았던 해였다. 브런치에는 주로 UX 관련 이야기만 올렸는데, 이번에는 2022년 나에게 있었던 개인적인 사건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하나.
작년 1월 23일에 결혼을 했고 벌써 1주년이 지났다. 전에는 나만 생각하고 커리어를 그려가면 되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남편과 같이 1년, 5년, 10년을 바라보고 맞추면서 가야 한다. 어떻게 살지, 어디에 살지 같은 그림을 함께 그려나간다. 처음에는 서로 그리는 그림이 조금 달랐던 것 같다. 1년간 가끔 싸우기도 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같이 생활하면서 점점 그리는 그림이 비슷해지고 생각도 비슷해진다. 신기하고 재밌다.
물론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편의 삶과 가족이 내 삶으로 들어오면서 전보다 삶이 복잡해졌다. 나와 우리 가족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모님과 시부모님이 자녀를 보내며 겪는 감정의 폭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의 마음은 내가 자녀를 시집 장가 보낼 때가 되어야 정말로 이해하게 되겠지. 이제 새로운 상황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한다. 그런 과정들이 내 삶을 더 확장해준다.
둘.
작년 한 해동안 이직을 2번 했다. PM에서 UX 리서처로 직무를 변경하기 위한 이직이었고, 라인에서 소식이 늦어져 오늘의집에서 3개월 일한 뒤 라인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래서 참 세상 일이 내가 예상한 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그 와중에 오늘의집도, 라인도 정말 좋은 팀과 팀원 분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유저를 향한 열정. 라인에서도 '유저 중심'이라는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오늘의집도 마찬가지다. 다만 의사결정 구조나 UX 리서치의 역할은 사뭇 다르다. 오늘의집에서는 속도가 중요했다. 제품에 의미있는 임팩트를 속도감 있게 내는 것이 중요한 조직이다. UX 리서처 역시, 이런 속도에 맞춰서 리서치 결과를 도출하고 제품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도록 움직인다. 라인은 오늘의집보다 조직 규모가 크다 보니, 하나의 변화를 만드려고 할 때, 관련된 부서도 많고, 설득할 이해관계자도 훨씬 많다. 최근 누군가를 설득하는 스킬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해왔어서, 라인에서 리서처로 일하게 된 것이 성장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셋.
이건 올해이기는 하지만 고양이를 입양했다. 다리가 짧은 먼치킨이고, 이름은 젤리다. 아메리칸 컬 교배종이라 귀가 햄스터처럼 동그랗게 생겨서, 톰과 제리에 나오는 쥐 제리를 닮았다. 제리가 발음하기 쉽지 않아서 젤리가 되었다.
병아리, 다람쥐가 아닌 반려동물을 키워보는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표정이 풍부한게 신기했다. 집을 좀 비우고 돌아오면 표정이 울상이 되어 있다가, 같이 놀아주면 점점 표정이 풀린다. 아침엔 비슷한 시간에 우리를 깨운다. 밤중에는 자기는 깨어있어도 혼자 놀다가 해가 뜨면 우리 코랑 눈썹을 핥으면서 일어나라고 보챈다. 이제 알람 맞출 필요성을 별로 못느낀다.
넷.
처음으로 꽤나 긴 호흡으로 UX 강의를 진행했다. 총 14주 과정 중에서 절반 가량인 7주를 담당해서 UX 강의를 진행하고,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상효 님께서 나머지 7주를 담당해 UI를 강의해 주셨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일하면서 주말에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까 주말이 다가오는게 오히려 부담이 되었다. 또 예상과 다르게 이직을 한번 더 하게 되면서, 온보딩하고 강의를 병행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잘 했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 내가 더 많이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UX를 더 쉽게 가르쳐주기 위해서, 프로세스를 일반화해서 누군가가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내가 일할 때보다 훨씬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했다. 내가 놀랐던 것은, 학생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잘 따라와주셨고 과제를 예상보다 너무 잘해주셨던 점이다. 아무래도 짧은 강의에 비해서는 부담도 컸지만 보람도 컸다.
다섯.
세 번의 해외여행. 긴긴 코로나 시간 동안 해외여행을 못가다가 늦은 신혼여행으로 몰디브와 두바이, 그 뒤에 오사카, 도쿄를 다녀왔다.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건 얼마나 설레는 일이었던가~ 다른 국가에 도착했을때 맡게 되는 이국적인 냄새와 다른 습도. 앞으로 아기를 언제 가질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갖기 전에 해외로 많이 여행다녀야지 하고 다짐했다.몰디브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또 한번 가고 싶다.
왠지 브런치에 개인사를 쓰는 것은 부끄럽기도 하고, 남사스럽기도 해서 쓰지 않았었다. 뭔가 내 브런치의 주제랑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2022년은 나에게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한해이니까 기록으로 남겨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