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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 Apr 16. 2024

대통령 메시지 행간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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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패배 후 국민 앞에 직접 나서기보다 국무회의 모두발언 형식으로 입장을 밝히는 방식도 잘못됐지만, 내용조차 거의 모든 워딩이 "~ 했지만, ~에 부족했다"는 형식. 나는 할만큼 했는데 아래에서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았거나 국민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에 얼마나 기대를 안했으면 여당조차 대통령 발언하는 시간에 대통령 발언에 집중하기 보다 당선인 총회를 했으며,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있은 후 여당으로서 뒤늦게 형식적인 논평을 내놓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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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


대통령의 방향성은 좋은데 장관들의 집행능력이 부족했다?

대통령실 참모를 대거 차관으로 보내 장관의 입지가 흔들리고, 탄핵심판으로 반년 가까이 장관의 직무가 정지되고, 임명 3개월된 장관을 총선에 내보내고, 심지어 몇 개월 째 장관이 없는 부처도 있으니, 국정의 세심한 영역이 제대로 돌아가겠나.

그런 문제점을 총선결과를 보고서야 알았다는 게 더 문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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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우리의 미래와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


야당 대표의 총선공약 중 하나인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이 본인의 생각과 다르면 그냥 "나라 재정과 경기 흐름상 현금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도로도 반대의사 표시가 충분했을텐데, 굳이 마약에 비유했다는 건 은연중 야당대표에 대한 범죄자의 시각이 여전한 것으로 느껴져, 여소야대 정국에서 과연 협치를 위한 만남이나 소통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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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배포용과 다른 발언을 내놨다. 배포용 자료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로 썼지만 실제 발언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로 바꿨다.]


대통령은 행위 주체를 단수에서 복수로 바꾸고 동사를 지시형으로 바꿈으로서 책임을 분산 혹은 전가하려는 느낌을 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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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전반적인 총선 관련 입장을 밝혔으나 회의 후 비공개 시간에 추가로 심경을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결과와 관련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받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과 참모들과의 회의 발언을 전했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이 야당과 언론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 조차 비판을 받자 비공개 회의 발언이라며 뒤늦게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대통령의 추가 메시지를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 잘못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과를 하든, 인과관계는 없더라도 국정 책임자로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당당하게 해명하고 이해를 구하든, 대통령은 무엇때문에 늘 국민 앞에 서서 공개적으로 직접 말하지 못하고 참모를 통해 본인의 생각을 전하는 것일까.

-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취임 전의 당당함은 어디로 증발했을까.

- 그보다 참모가 전하는 말을 대통령이 실제 하기는 했을까.


왜 이리 억측을 양산하는 처신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국가 지도자의 처신이 흔들리고 그로 인해 지도자를 신뢰할 수 없어 발생되는 모든 혼란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내해야 할 몫임을 생각하면 순간순간 이 시간의 흐름이 안타깝기만 하다.


보다 두려운 건, 대통령이 자신은 정말 잘 하고 있다는 확신에 차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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