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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선생 흔적 따라 도래울 맛집 따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래울 마을 맛집 답사 

임란 때 향병 이끌고 왜적에 맞선 의병장    

개그맨 출신 전창걸의 냉삼집 ‘삼촌식당’   

건강한 인덕션 이태리 요리점 ‘더페스타’     


자료를 찾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청 홈페이지 들어갔더니 ‘고양특례시’라고 써 붙어 있다.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는 들어 봤어도 특례시 제도는 생소해서 이 또한 찾아봤다. 특례시는 인구 100만 이상 자치시에 대해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지자체는 수원, 고양, 용인, 창원 등 모두 4곳이다.      


단순히 인구 100만 이상 도시를 편의상 부르는 것이지 광역시, 특별자치시와 같은 행정구역의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광역시나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등은 지방자치법 제2조에 자치단체의 종류로써 명시되어 있지만 특례시는 없다. 그래서 특례시로 지정돼도 행정단위로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고양특례시청이 아닌 고양시청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 행정안전부 입장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4대 특례시 중 하나란 것을 뒤늦게 알았다. 홈페이지에 쓰든 말든 지자체 자유다.      


고양시는 고봉과 덕양 합쳐 만든 도시…2022년 특례시 지정    

   

고양이란 이름은 조선 성종 13년(1413년) 고봉과 덕양 두 고을의 이름에서 한자 씩 따서 만들었다. 성종 원년(1470년)에는 현에서 군으로 승격하지만 연산군 10년(1504년) 국왕을 모독한 죄인들이 살았다는 이유로 혁파되기도 하는 등 역사적으로 부침이 많은 곳이다.      


근대에 들어서는 고양군 소속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재밌는 사실은 1914년 고양군청은 지금의 충정로 1가에 있었다는 것이다. 일제에 의한 대대적인 행정개편으로 수많은 군들이 통폐합되면서 경성부는 축소됐다. 성저십리가 모조리 고양군으로 편입되면서 고양군청이 이전한 것이다.     

 

도래울의장대공원 근처 맛집 많아

도래울의장대공원을 사이에 두고 이번 소개하는 삼촌식당과 더페스타가 위치해 있다. 석탄 이신의가 왜적과 맞선 의장대와 두 식당 외관.

1920·30년대에는 고양군청은 당시 주소로 경성부 황금정 육정목에 있었다. 지금의 을지로 6가다. 지도를 살펴보면 현재 동대문 밀리오레가 있는 위치다. 1945년 해방 후 고양시 관할 일부가 서울로 편입되자 군청은 1961년 원당면으로 다시 이전했다. 일산 신도시가 개발되기 전 인구 20만 명 대민업무 규모로 지은 터라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이전을 계획했지만 시와 의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고양에 도래울이란 아름다운 지명을 가진 곳에 맛있는 식당 두 곳이 있다는 소문에 걷기를 좋아하는 지인과 함께 찾았다. 지하철 3호선 원흥역에서부터 식당이 있는 도래울의장대공원까지 걸었다.      


공원을 사이에 두고 돼지구이 전문 ‘삼촌식당’과 이태리음식점 ‘더페스타’가 위치해 있다. 자주 가기 어려운 동네라 두 곳을 모두 들른다. 지난해 삼촌식당이 개업했을 무렵 갔을 때는 이곳을 먼저 들렀고 이번에는 반대로 ‘더페스타’부터 시작했다.   

   

풍미 좋은 제주흑돼지 원육에 수준급 밑반찬

  

제주흑돼지 냉동삼겹살 전문점 ‘삼촌식당’ 음식.

삼촌식당은 SBS 공채 개그맨이자 영화감독인 전창걸 씨가 지난해 문을 연 냉동 흑돼지 삼겹 전문점이다. 그는 개업 전후 벤치마킹을 다니면서 여러 가지 팁을 쌓았다. 자신의 SNS 계정에 그런 과정을 기록해 놓는 공부하는 외식인이다.       


“조금씩 팁이 쌓인다. 고기도 조금 더 두껍게 식감을 살리고 흑돼지는 암퇘지만 까다롭게, 밑반찬은 좀 더 개성 있게. 다닐수록 걱정보다 전투력이 솟는다. 동기부여. 성공비법을 알려주는명강사들이 말한다. ‘어차피 알려줘도 안 해요’. 나는 합니다.“          


음식을 보면 그의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삼촌식당은 제주 흑돼지 원육 풍미와 밑반찬이 상당히 정성스럽고 맛있다는 평이다. 다녀간 식객들의 후기에도 밑반찬 맛있다는 칭찬이 줄을 잇는다. 손맛 좋은 전 씨의 부인 솜씨다. 강원도 평창의 처갓집에서 직접 공수하는 갖은 식재료도 맛을 내는 큰 요인이다.      


지난해 겨울 찾았을 때는 특별히 굴 보쌈도 맛보기로 내놓는 등 이벤트를 가끔 열어 식객들 입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전 씨와 첫 만남은 필자가 ‘지혜와 경험을 나누는 인문학 강연’을 모토로 진행하고 있는 문화지평의 문지인문아카데미에서다. 또 한 번은 그가 만든 대마초 관련 영화 ‘떨’ 시사회 때다.      


그럼에도 얼마 전 찾아갔지만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 같았다. 물론 필자 역시 불필요하게 아는 척하진 않았다. 언제 또 갈진 몰라도 그냥 식당 주인과 손님으로 이어질 것 같다. 필자는 음식에 방점을 두지 친분 관계를 앞세우지 않는다. 음식 맛이 없으면 친분이 외려 불편함이 되기 때문이다.      


전면이 트여 개방감 좋은 공간이 강점

더페스타’의 스테이크와, 파스터, 샐러드, 피자 등 음식.

인근에 있는 ‘더페스타’는 독특한 방식으로 요리를 하는 이태리요리점이다. 이곳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조리 열원이 직화가 아닌 인덕션으로 하는 것이다. 스테이크에 그릴무늬가 없는 이유다. 인덕션은 외식업체와 호텔, 대형 급식처 등에 납품하고 있는 ‘디포인덕션’제품이다.      


지난 6월 들렀던 제주 대정리 이태리요리전문점 ‘바다마르마레’에서도 디포인덕션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디포인덕션을 만든 허진숙 대표가 우연히 찾아와 식사를 하고 간 에피소드가 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허 대표에 대해 조금 안다.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아무튼 인덕션 요리가 주는 장단점이 있는데 ‘더페스타’는 장점을 충분히 살려 맛을 잘 잡았다. 스테이크는 직화가 주는 불향이 없어 다소 아쉽지만 타지 않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하면 맛과 교환가치가 충분하다. 인덕션은 상판을 닦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위생관리가 편하고 유해가스 방생에 따른 조리사 건강에도 좋다. 무엇보다 가스레인지보다 화재 안전성도 높은 게 특징이다.      


한편 ‘더페스타’ 리뷰를 살펴보면 맛이 1위를 기록했고 친절, 신선한 식재료, 가성비, 청결한 매장이 뒤를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높은 천장과 폴딩도어로 전면이 확 트인 시원한 개방감에 점수를 주고 싶다. 또 공간이 분할돼 있어 회의하면서 식사까지 할 수 있다. 와인은 물론 소주도 팔아서 주당들에겐 부담 없이 이태를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석탄 묘소 있는 석탄공원도 둘러볼 만

도래울석탄공원에 있는 표석과 묘지, 신도비 등과 전경.

두 식당 사이에 있는 도래울의장대공원은 이 지역에서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운 문정공 석탄 이신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도래울의 원래 이름은 돌여울이었다. 한자로 석탄촌(石灘村)이라 불렀고 이를 한글로 풀이해 돌여울이라고 한 것이다. 아호가 석탄이던 이신의의 아호에서 지명이 탄생한 것이다. 현재는 도내동으로 변화돼 쓰이고 있다.        


이신의는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임진왜란 때인 1592년 향군(鄕軍) 300여 명으로 조직한 ‘이신의창의대’를 거느리고 적과 싸워 공을 세운 의병장이다. 의장대는 당시 창릉천 강 건너에 진을 치고 있던 왜적들이 약탈과 침략을 막기 위한 전략 지휘소다. 이 동네에는 의장대공원 이외 석탄 이신의 관련 유적이 제법 있다. 1760년 영조 16년에 ‘이신의창의대’를 기리는 장대비가 세워졌고 사실상 의장대공원과 이어진 석탄공원에는 선생의 묘소와 신도비, 기념관, 충의사, 양소당 등이 남아 있다.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식사 전후 겸사로 방문해서 석탄 선생의 업적을 추모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이런 ‘식사+역사문화’ 경험이 필자의 ‘맛있는 동네산책’ 기본 콘셉트다. 한마디로 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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