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어루만지고 품에 안기고 싶은 어머니
부모님께서 불러주시던 이름은 호칭에 묻히어 7남매의 어머니로 살다가신 최 정 字 희 字
고단했던 삶을 지워 버리듯 기억은 지워가셨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이름 잊지 않으셨죠?
시작과 끝이 하나임을 알려주시듯 어머니께서 세상에 태어나신 날 종재를 맞이하며 저희들은 어머니와 작별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삶에 있어 겪어야 할 과정이며 생과 사가 둘이 아님을 알지만 코로나 벽 앞에서 생이별을 해야했던 시간들이 야속하고 생각할수록 후회스러움만 가득하고 사무치는 마음 뿐입니다.
가림막 사이로 서로를 봐야 했던 짧은 만남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은 한없이 아쉬웠고 야위어가시는 모습만 저희 마음에 담아야 했습니다.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손에 손잡고 드넓은 초원에 모여앉아 어머니 품에 안기어 쌔근쌔근 잠자는 아이들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한 갓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야위어버린 모습 바라보며 아려오는 마음 말없이 건강의 끈을 묶어주듯 어머니의 손 살포시 잡아 보았습니다.
아이가 되어가는 모습일지라도 세월의 흔적을 지워버릴지라도 곁에 계셔줘서 감사했으며 기력충만한 모습으로 조금만 더 곁에 있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부모님을 뵈러 병원으로 향해야 했던 길 이제는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길이 되었습니다.
모든 부모님의 자녀를 위한 마음으로 올리시는 기도 일념으로 살아오신 어머니의 삶
이제는 저희들이 소중한 법연들과 마음의 가르침을 일깨워주신 스승님들과 함께 49일 동안 어머니의 해탈 천도를 염원하며 천도재를 모셔드렸습니다.
어머니 잘 보고 들으셨죠?
스스로 찾아가신 원불교의 인연은 고된 삶 속에 마음의 버팀목이 되셨고
마음의 스승님과 20여년 함께하신 삼밭재 기도는 어머니 아버지께서 서로에게 건강의 끈이셨듯 이 또한 건강의 끈이셨고 고된 삶을 녹여주는 원동력이셨습니다.
기도 도량 쓸고 닦고 가꾸시며 한마음으로 기도 올리시던 모습 그려봅니다.
무거움도 마다 않으시고 기도 터에서 떠오시던 약수는 자녀의 건강을 염원하는 정안수 와도 같았습니다.
어머니 이제는 마음의 애착 탐착 다 놓으시고 청정일념으로 홀연히 가셨다가 선연따라 이 회상에 좋은 모습으로 다시 오세요
육신은 가시었어도 저희 마음에 모시며 7남매 우애하고 배려하고 부모님의 마음처럼 감싸주고 품에 안으며 잘 살아가겠습니다.
“죄는 지은대로 가고 공은 닦은대로 간다. ”입으로 복 감하지 마라.“ 하신 말씀 잊지 않으며 무심으로 베풀며 살아가겠습니다.
저희들 마음에 심어주신 뿌리깊은 심신의 나무 잘 키우며 살아가겠습니다.
홀로 떠나시는 그 길 혜명의 등불 따라 먼저 가신 그리운 님들이 인도하는 걸림 없는 그 곳 광대무량한 낙원세상 잘 여행하고 있다 소식 전해주세요
어머니 잘 다녀오세요
2024년 3월 3일
어머니를 보내드리며 7남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