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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군 Nov 07. 2021

1st Party Data 활용과 개인화 마케팅

맥스서밋 2일차 패널토의 세션


얼마 전에 Max Summit 2021 Conference에서 <1st party data의 활용과 개인화 마케팅> 이라는 주제로 패널 토의에 참여했습니다.  주최측에서 전달해주신 질문들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어요. ^^;;  

라이브로 진행되는 세션이라서 당일에는 좀 정신없이 답변했는데 ㅎㅎ 기록 차원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내용들을 글로도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3rd party data 활용이 어려워짐에 따라 1st party data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마이리얼트립에서는 변화하는 시장에서 1st party data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마케팅에서 1st party data를 잘 써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들 이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죠. ㅎㅎ  마케터 혼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활용하는 걸 온전히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한정된 리소스로 많은 걸 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마케팅을 위한 데이터를 잘 정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미션입니다.  많은 회사에서 마케팅 관련 개발 건들(가령 페이스북 픽셀 오류를 잡는다던가, 네이버 EP를 개선한다던가, 3rd party 데이터와 1st party 데이터를 연결한다던가...)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저는 이걸 특정 부서의 숙제처럼 미뤄서는 해결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1st party data를 활용한 마케팅을, 그냥 마케팅팀에 맡겨버리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죠.  먼저 전사적으로 1st party data에 대한 활용 프로세스와 체계를 잘 만들고, 비즈니스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개별 부서에서 이런 데이터를 잘 쓸 수 있도록 프로세스와 환경을 갖춰야 합니다.  마이리얼트립도 갑자기 어느날 Data-Driven Marketing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사내 데이터 관련 인프라와 문화를 만드는 사전 작업이 필요했고, 이런 전사적인 데이터 분석 환경이 잘 갖춰지고 나서 마케터/분석가/개발자 가 힘을 합쳐서 마케팅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한땀 한땀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군 간 협업을 꼭 강조하고 싶은데요.  예를 들면 페이스북/구글/네이버 등 주요 광고채널에서는 API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실제로 이런 데이터를 잘 가져와서 활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개발자는 마케팅을 모르고, 마케터는 AP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 이걸 가지고 어떤 value를 만들 수 있는지 혼자서는 판단하기 어렵거든요.  이 때 데이터분석가나 PO의 지원이 있다면, 직군 별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 마이리얼트립에서는 마케팅과 Growth를 담당하는 분석가와 PO가 따로 배정되어서 이런 부분을 챙기고 있어요.


요약하면 1) 특정 부서의 일로 미루지 말고, 전사적인 데이터 활용 문화와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2) 직군 간 협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1st party data는 CRM과 연결될 것 같은데, 마이리얼트립이 자랑하고 싶은 CRM 전략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스템과 활용 전략 두 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1st party da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Braze라는 마케팅 자동화 툴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Braze의 User Attribute, Event 등의 기능을 활용해서 1st party 데이터에 기반한 캠페인 타겟팅이 (굉장히 자세한 레벨까지) 가능합니다.  또한 Braze에 앱 푸시 이외에도 이메일, LMS, 카카오톡 등 다양한 채널이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캠페인별로 멀티 채널 커뮤니케이션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구요.  CRM 캠페인별 전환 성과를 볼 수 있는 자동화 대시보드가 만들어져 있어서, 마케터가 매번 여기저기서 숫자를 복사&붙여넣기 하지 않더라도 진행중인 캠페인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구축해놓은 시스템인만큼, 이를 잘 쓰기 위한 활용 전략도 중요할텐데요.  마이리얼트립은 1st party 데이터를 비롯한 여러 소스들을 잘 활용해서, 각 캠페인에 가장 적합한 타겟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똑같이 제주도를 여행하더라도, 가족 여행을 가는 사람과 커플 여행을 가는 사람은 찾는 상품이 다를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똑같은 호캉스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는 상품과 여러 가지 부대시설을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찾는 상품은 다르구요.  마이리얼트립에서는 2주 단위로 마케팅 캠페인에 대한 리뷰 미팅을 진행하는데요.  이 시간에 어떤 가설을 세워서 실험했고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꾸준히 논의합니다.


흔히 CRM 메시지는 저비용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푸시메시지는 비용이 들지 않고, LMS라고 하더라도 20~30원 내외면 발송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CRM 마케팅에는 숨겨진 비용이 있습니다.  원치 않는 메시지를 받은 사용자들의 앱 삭제, 탈퇴, 마케팅 수신거부 등이 대표적인 숨겨진 비용이라고 할 수 있겠죠.  만약 논타겟팅 메시지를 전체 회원에게 무차별적으로 발송한다면, 이런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이리얼트립에서도 과거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보냈던 논타겟팅 메시지 때문에 앱 삭제가 급 증가했던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ㅠㅜ)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마이리얼트립에서는 타겟팅 하지 않은 전체 유저 메시지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보내는 편입니다.  또한 대규모로 CRM을 발송하는 경우에는 uninstall이나 unsubscription 등의 숨겨진 비용 지표를 꼭 체크하고 있습니다.



CRM은 기존 유저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은데, 신규 유저 유입 관점에서도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이 질문에 내포되어 있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퍼포먼스와 CRM의 타겟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비회원에게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해서 신규 사용자로 만들고, 기존 회원에게는 CRM 메시지를 보내서 전환을 유도하는 식으로 말이죠.

  
매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사는 것 이라는 글에서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을 Publisher Buying이 아닌 Audience Buying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원/비회원을 기준으로 유저를 나누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지요.  진행하는 캠페인 대상인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하고, 캠페인 대상이 되는 유저라면 퍼포먼스와 CRM을 종합적으로 활용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은 '많은' 메시지를 받아서 불쾌해하는 게 아니라, '관심없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불쾌해합니다.  잘 타겟팅 된 메시지라면 커뮤니케이션 빈도를 조금 늘려도 크게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구요.



마이리얼트립 같은 경우, 평소에도 고객의 니즈가 다양했겠지만 판데믹으로 인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고객들의 니즈를 발견하고 커뮤니케이션했는지 궁금합니다.


마이리얼트립이 일하는 방식 중 핵심가치 1번은 '고객 중심'인데요.  실제 전사적으로 고객을 잘 이해하기 위한 활동들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데이터 환경을 만들고, 마케팅 성과측정 플랫폼을 구축하고... 하는 등의 정량 데이터 확보를 위한 액션들도 진행하고 있지만, 직접 사용자들 만나서 이야기들 듣는 사용자 인터뷰도 굉장히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코로나 이후 국내여행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제주로 여행을 떠나는 사용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특히 사업 담당 부서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용자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반복적으로 전사에 공유해 주셨어요.  문득 생각나는 사례가 있는데요.  사업팀 멤버 한 명이 살고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제주 여행 계획중이신 분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전단지를 붙이는 모습 보고 이 분들 진짜 사용자에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많은 회사들이 고객중심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진정한 고객중심은 마인드가 아니라 액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과거와 같은 접근의 마케팅이 과연 유효할 지 고민스러우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관련하여 조언 주실 만한 내용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광고에서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이슈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 프레임워크를 출시하면서, 광고에서 사용되던 개인식별자(IDFA)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실제로 이 이후 앱 마케팅은 굉장히 흐릿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데이터는 모호한 형태로 들어오고, 추적할 수 없는 범위의 데이터들이 늘어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같아요.  어트리뷰션 서비스나 광고 매체마다 나름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 현실적으로 의미있다 싶은 방안은 아직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공식적으로 가이드하고 있는 SKAdNetwork도... 잘 모르겠네요 -_- 어쩔 수 없이 보긴 해야하지만, 과연 이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이런 맥락 때분에 1st party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매체의 최적화를 믿고 맡긴 다음(?) 한발 떨어져서 하는 마케팅을 해도 나쁘지 않은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다시 하나하나 내부적으로 챙겨야 하는 시대가 오는 거죠.  예전에는 그냥 소재만 잘 세팅해두면 페이스북이 머신러닝으로 타겟팅은 잘 해줄거야!... 같은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그게 효과적이었는데, 이제 이런 프레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ATT 프레임워크 적용 후, 단적으로 페이스북 광고 효율이 많이 낮아졌죠?  최근 페이스북의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도, 3rd party data 기반 마케팅이 예전처럼 만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시그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다보면 결국 마케팅이라는 건 무엇인가? 하는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우리 서비스의 Competitive Edge는 무엇일까.  마케팅의 4P를 우리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다시 이런 Classical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 누가 더 사용자를 잘 이해하고, 보유한 데이터에 기반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이 과정에서 빠르게 배움을 얻는가... 하는 부분이 마케팅 조직의 역량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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