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자리 Mar 30. 2019

에러야... 근데 너무 아름다운 거지

 우리가 잃어버린 것. 사람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습관



잘못된 교육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너무 지나친 요구에 직면한 아이는 자신은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는데, 이러한 감정은 그의 마음속 깊이 각인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아이에게 그들이 작고 열등하며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계속 주입시킨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이를 장난감 공이나 오락물로 취급하기도 한다. 혹은 애지중지하는 물건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귀찮은 짐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런 일들을 한꺼번에 경험하기도 하며, 때로는 이 사람을 통해 때로는 저 사람을 통해 자기가 단지 어른들에게 기쁨을 주거나 아니면 불쾌감을 주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한 심한 열등감은 우리 문화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한층 더 심해질 수 있다. 아이들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습관뿐 아니라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며 아무런 권리도 없으며 어른들에게 항상 양보해야 하고 공손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행위가 바로 그런 것이다. 아무리 옳은 것이라도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가르치게 되면 아이들은 당연히 반발한다.

알프레드 아들러(라영균 역, 2009): 인간 이해, 일빛, p75


1926년 11월에 쓰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인간 이해라는 저서는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오늘 일을 기록한 것처럼 생생합니다. 위의 한 문단을 섬세하게 살펴보아주십시오. 


잘못된 교육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너무 지나친 요구에 직면한 아이는
자신은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는데,
이러한 감정은 그의 마음속 깊이 각인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는 요구들.. 실상 우린 그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못합니다. 

아침에 늦지 않게 일어나고 학교에 지각하지 않으며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과 우애 있게 지내며 학원에 빠지지 않고 숙제를 다하며 컴퓨터나 핸드폰 시간을 지키고 늦지 않게 잘 씻고 자는 일...
부모로선 학생이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역지사지 한다면 상황을 달리 볼 수 있을까요. 만약 헬스나, 여타의 복지관의 교육을 신청해 수강해 보신 부모님들이 있으시다면 매일 늦지 않게 과제를 다하고 성실히 끝까지 출석하고 수강하는 것이 아주 쉬운 일이었던 가요. 여기에 조금을 더해 매일 청소하고, 새로 반찬을 하고 집안 정리를 꼼꼼히 하며 가계부를 정확하게 쓰고 일정을 놓치지 말고 집안 대소사를 모두 챙기는 것이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기본이라 말한다면 어떻게 느껴지십니까. 확실히 지나친 요구사항이라 여겨지실 겁니다.


자녀들은 이에 더해 추가의 요구사항을 받습니다. 공부를 잘해야 하고 반에서 중심이 되어야 하며 예의 바르게 어른들을 대해야 합니다. 이에 더해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아주 요긴한 직업을 찾아 지금부터 노력하라는 추상적인 요구까지 받게 됩니다. 지나친 요구사항들은 지금 현재 존재하고 있는 나를 나태하고 능력이 부족하며 불성실한 사람이라 여기게 하기 쉽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아이에게
그들이 작고 열등하며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계속 주입시킨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이를 장난감 공이나 오락물로 취급하기도 한다.
혹은 애지중지하는 물건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귀찮은 짐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런 일들을 한꺼번에 경험하기도 하며,
때로는 이 사람을 통해 때로는 저 사람을 통해
자기가 단지 어른들에게 기쁨을 주거나 아니면
불쾌감을 주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몇 번을 읽어보아도 부끄러운 문장입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들.


위험해. 너는 아직 어려서 할 수 없어.

아주 귀엽고 예쁜 아이구나

너는 나의 소중한 보물이야

정말 지친다. 넌 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니


우리가 어렵지 않게 하는 말입니다. 악의를 가지고 무섭게 대하거나 때리는 폭력적인 부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의를 가지고 무심하게 하는 말과 태도들에도 아이가 못할 것이라는 걸 암시하거나, 장난감 오락물로 취급하거나 애지중지하는 물건으로 혹은 귀찮은 짐으로 간주하는 의미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습관에 대해 아들러는 지적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한 심한 열등감은 
우리 문화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한층 더 심해질 수 있다.
아이들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습관뿐 아니라
아이들은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며 아무런 권리도 없으며
어른들에게 항상 양보해야 하고 공손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행위가
바로 그런 것이다.
아무리 옳은 것이라도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가르치게 되면
아이들은 당연히 반발한다.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의무가 있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회복해야 할까요.

아들러가 지적하듯이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습관. 더 나아가 나 자신을 포함해 존재를, 사람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문화를 다시 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들러가 살았던 1927년의 독일은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고자 나치즘이 성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성공과 명예로움을 강조하며 참혹한 폭력이 정당화되던 시기. 우리 역시 오랫동안 전쟁의 참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명예로운 성공을 쫓아가며 자녀를 교육시키며 부족한 것, 실패하는 것, 열등한 것에는 가치를 둘 필요가 없다고 암시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오로라. 이게  에러야. 에러. 에런데.... 근데 너무 아름다운 거지...


내 자녀에게 보여지는 에러.

내 삶에 스며든 에러.

우리는 습관적으로 무시해 넘겼습니다.

존재를 진지하게 대하는 습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오로라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www.simjimind.com

매거진의 이전글 죄책감이 없는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