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자녀의 행동 4 - 자신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보복하기
저 아이가 내 아이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욕을 하고...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눈빛. 적의를 가득 담은...
솔직히 무섭기도 해요. 어떻게 키운 아인데 내게 이럴 수 있는지.
이젠 남보다 더 서늘한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우리 사이에 어떤 대화가 가능할까요?
절망감만, 눈물만 흐르다 밤을 지새우고...
어떨 땐 내가 무슨 짓을 하게 될지 내가 무서워지곤 해요.
“나는 사랑받을 수 없어.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들을 해칠 수 있지. 그러면 그들도 내 가치를 알게 될 거야.”
자녀로 인해 절망의 끝을 달리게 되는 관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어떻게 저 아이가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는지.
밤새 고민을 해도 답을 찾기 어려운 막막함에 눈물 흘리는 부모들...
아이는 부모가 받은 상처에 아랑곳없이 심장에 비수를 꽂는다.
엄마 아빠가 나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
그러게 누가 나를 낳으래! 내가 죽어버리면 되잖아!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말들이 내가 그토록 애지중지하고 키웠던 아이의 입에서 쏟아질 때, 부모는 상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도대체 어떻게 산건가라는 삶의 무의미함을 느끼게 된다.
화산처럼 불타오르는 분노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듯한 절망감이 오가는 밤.
차마 남들에게 우리 아이가 이래요...라고 말하기도 수치스러운 부끄러움이 오가고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 없는 슬픔이 무기력함으로 가라앉는다.
나도 무섭게 같이 화를 내보기도 하고 이판사판 덤벼보아도 이미 어린 시절에 부모를 두려워하던 아이가 아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보복하기의 양상은 부모에게 상처가 되는 다양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적극적 보복하기 - 품행불량 / 훔치기 / 밤에 오줌 싸기 / 싸우기
소극적 보복하기 - 방해하기 / 은밀한 수단으로 공격하기 / 무책임하기
보복하기에 이르면 그들은 타인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하여 타인의 호의를 오히려 조롱하거나 거부한다.
노안영, [개인심리학 상담 원리와 적용] 중에서
학교현장에서 다정하고 호의적인 여교사들이 (대체적으로 여교사들이 대상이 될 때가 많다) 보복하기 수준에 이른 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하다 그들의 폭력성에 심한 충격을 받곤한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했고 우리가 가까워졌다고 느꼈을 때 갑자기 나타나는 공격적인 행동.
'몇 번의 친절로 나를 다 아는 듯이 굴지 말라'는 경고다.
상대와의 호의를 거부하는 '보복하기'는 나를 무시하는 세상에 대해 '존중'을 바라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나는 보복하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자녀의 마음을 부모에게 이해시켜야 할 때 부부간의 갈등을 예로 들곤 한다. 결혼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사랑하겠다 선서했지만 대부분의 부부가 함께 살면서 서로 다른 어느 지점에서 갈등을 경험한다. 분명히 내 마음을 알고 있으리라. 상대가 이 상황에서 내가 경험하는 어려움을 모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상대를 신뢰하고 있기에 기대하게 되는 마음이다.
나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을 상대가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올라오는 배신감.
참고 참았던 시간들... 불꽃처럼 부딪치게 되면 상대에게 건네는 첫마디는 결코 아름다운 대화이기 어렵다
나는 이미 여러 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기에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나의 낭패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에 골몰하다 보면 부부간의 대화는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찾아 서늘한 창을 던지는 보복하기를 시도하게 된다.
오늘은 웬일로 일찍 들어와? 해가 서쪽에서 뜰일이네.
옆집은 해외로 여행을 간다더라. 참 능력 있는 남편이지 뭐야...
당신 어머님이신데... 어련하시겠어...
비꼬는 말투로 차갑게 시작하는 부부간의 갈등. 그간에 쌓여있던 아픔을 진실되게 말해봤자 소통하기 어려우리라는 확신을 가질 때 내가 느낀 슬픔을 돌려주고 싶은 보복하기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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