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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내버려 둬요!

이해할 수 없는 자녀의 행동 5 - 나의 공간을 지키고 싶은 '무능력'

by 마음자리
하루 종일 방에서 게임만 해요. 전 아이에게 바라는 게 없어요.
그저 아이가 방 밖으로 나오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운동을 하자고 해도, 좋은 공연에 가보자고 해도, 뭘 하자고 해도 반응이 없어요.
차라리 왜 이런 걸 안 해주냐고 나에게 화라도 내면서 요구하는 게 있으면 좋을 텐데...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가는데 내 속만 타는 것 같아요.
왜 저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건지.

혼을 내도, 좋은 말로 기다리자 마음먹어도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게 나를 슬프게 해요.
어떻게 하면 그저 철벽이 된 것 같은 아이와 대화할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아이 앞에서 전 늘 자격이 없는 부모가 된 것 같아요.


무능력을 가장하기 - 나는 기계 아닌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어요.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세요.”


멈춰버린 사람. 아무리 두드려도 반응 없는 벽을 대하고 있는 느낌

눈치를 보며 좋은 말로 달래보아도, 없는 힘을 다 내어 화를 내고 혼을 내어도 무표정한 느낌.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부모의 모든 노력은 허공에 날아가버리는 느낌이 든다.

말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때로는 언제 밥을 먹는 건지 식사시간에 조차 그를 만나기 어려워진다.


수업시간에 그저 잠이 드는 아이. 선생님의 훈계도, 벌점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저 세상의 모든 것이 귀찮은 듯 무기력하게 허공을 지나가는 그의 시선을 보고 있으면 부모는 한없는 무기력함에 빠져든다.


공부가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잠이 든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유령처럼...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아이.

차라리 반항을 하여 싸워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언젠가부터 아이는 부모에게 어떤 반응도 없이 자기만의 성을 쌓고 침묵의 벽이 되어버렸다.


'무능력을 가장하기'는 가장 수동적인 형태로 어떤 도움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모든 일상생활에서 물러나 스스로 자신이 부적절한 인간임을 인정한다.


나는 우둔하고, 부적절하고, 정말 희망이 없어.
그렇다면 왜 노력을 해야 하지? 나에게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마.


스스로 우둔하고 게으르고 형편없다 말하고 대부분의 제안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대화는 몇 마디를 이어가기 어렵고 마치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무표정할 따름이다.

부모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듯 속이 타지만 그 마음조차도 아이에게 닿지 않는 듯하다.

세상이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데, 왜 내 아이는 자기 방안에 멈춰서 버린 걸까.


자신이 커다란 사회의 작은 부속품처럼 느껴질 때 나타나는 '무기력을 가장하기'


우리나라에는 정말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미디어에서는 이런 재능을 추앙하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소위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공의 기준이 개인이 만족하는 것 이상의 결과로 평가되기가 쉽다.

자녀가 어떤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우리의 문화는 그래서 결과를 어디까지 낼 수 있는지를 먼저 가늠해보고자 하는 풍토가 있는 것이다.


그저 즐거워서 해보는 일, 호기심으로 다가서는 도전, 재미있으면 해 보고 아니면 말고의 가벼운 도전이 자녀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를 쳐보고 싶었다. 이를 발견한 부모가 몇백만 원이 넘어가는 피아노를 사고 개인레슨을 붙여주며 애처롭게 환한 미소를 보인다. 자녀는 피아노와 짜여진 계획표를 보는 순간 불안을 경험한다. 친구들이 멋진 곳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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