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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Jul 06. 2020

새집과 남편의 희망과의 상관관계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주말

나와 남편은 아이와 이틀간의 주말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곤 한다.


요즘같이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시기에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이와 집에만 있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큰 탓에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가까운 공원 배회할 때가 많다.


물론 맞벌이 부부다 보니 주말이라 해도 해야 할 집안일들이 남아 있고 그런 일들을 하다 보면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줄  있는 말은 단 하루일 때가 많긴 하지만.


오늘도 그런 주말 중 하루였다.


뭘 할까 고민을 하다가 오랜만에 아이를 키즈카페에 데려가기로 했다.

집 근처에도 몇 군데 키즈카페가 있긴 했지만 오랜만에 조금 멀리 있는 곳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데 말고 @@에 있는 키즈카페에 갈까?"


나의 제안에 남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케이를 외쳤다.

어쩜 키즈카페에 간다는 말에 설레어하는 딸아이보다 남편의 눈이 더 빛나는 눈치였다.


이렇게 남편이 좋아하는 건 키즈카페가 아니라 키즈카페가 있는 @@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은 우리가 작년 고심 끝에 사둔 새로운 아파트 근처였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구도심에 가깝다 보니 아파트와 주변시설들이 오래된 편이었다.

회사가 가깝고 아이를 봐주시는 부모님이 계시는 곳이었기에 이곳에 자리를 잡긴 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새롭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옆쪽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참을 고민 끝에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근처 지역에 아파트를 샀고 그곳에 살고 계시는 세입자분이 이사 가기로 한 시기에 맞춰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그 후부터 남편은 그쪽 지역의 소식에 바짝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와 시설들이 마음에 드는지 늘 입버릇처럼 그곳에 이사 가면..이라는 얘기를 복했다.


언제나 이사라는 이름에 신경 쓸 일이 많아질 것 아 괜스레 인상을 쓰게 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그저 기대와 희망이 가득 보였다.





남편의 본가. 시어머니가 살고 계시는 에 처음 인사를 가던 날, 엄마께서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시어머님이 사시는 곳이 네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을 수 있어. 그렇다 해도 너무 실망한 티 내면 안 돼."


뜬금없는 엄마의 조언에 나는 코웃음을 쳤었다.

사람 사 곳이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며 새 아파트부터 오래된 아파트까지 누가 보아도 평범한 곳에서만 살아온 내가 놀랄 일이 뭐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나는 엄마선견지명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바로 앞에 위치한 남편의 본가는 최소 30년은 더 되어 보이는 낡고 노후된 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당연하고 바깥에 공용화장실이 있는 모습까지. 이제까지 내가 봐온 아파트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거기다 남편의 집이 위치한 5층까지 걸어가기 위해 높은 하이힐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낸 나는 후덜 거리는 다리로 가파른 계단을 올라섰다.


턱까지 차는 숨을 겨우 고르며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내가 어린 시절 살던 아파트들과다른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삐거덕 거리는 거실 마루에 낡을 대로 낡아버린 턱과 문들 그리고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거기다 그동안 집을 손볼 여유가 없으셨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듯 벽지는 낡고 낡아 곳곳이 찢겨 있었다.


"놀랐지? 우린 이렇게 산다."


차 한잔을 타 주시던 어머께서 민망하신 표정으로 입을 여셨다.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솔직히 그동안 내가 살아온 아파트들보다도 낡고 허름한 모습에 많이 놀란 것은 숨길수 없는 진실이었다.


그제야 우리 엄마가 얘기했던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만 같았다.





"언제부터 거기 살았어?"


나의 물음에 남편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초등학교 때쯤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처음 그곳에 이사를 했을 때 시부모님이 참 많이 좋아하셨다는 얘기도 덧붙다.


"집이 참 좋다. 넓어.."


결혼을 하고 우리의 신혼집을 처음 시어머니께 보여드렸을 때 어머님이 집 이곳저곳을 살펴보시며 말씀하셨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신혼집 또한 20년 가까이 된 낡은 아파트에 평수로 치면 시어머님이 살고 계시는 남편의 본가와 그리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마친 신혼집을 보며 본인이 아무것도 보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보태어 한참 동안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셨다.


"진짜 좋은 것 같아.

 역시 신도시라 그런지 주변이 다 새 아파트 단지네."


이왕 온 김에 이사 갈 아파트 단지를 둘러자는 남편의 말에 딸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와 단지 내를 둘러보았다.

새로운 놀이터의 등장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딸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더 신이 난 건 그런 딸아이와 함께 뛰어다니는 남편의 얼굴이었다.




재테크니 부동산 투자니 그런 것들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당연히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재테크 책을 펼치는 순간 머리가 아프고 부동산 투자를 고민하는 순간 당장 내 이름으로 생기게 될 대출금에 소심 해지는 그런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남편 또한 나와 비슷하다.

나와 결혼을 한 순간 살게 된 우리의 낡은 신혼집이 본인 인생에서 최고로 좋은 곳이었고 이번에 이사를 결심하며 구입한 아파트는 어느 순간 남편에게는 꿈같은 곳이 되었다.


"빨리 이사 가고 싶지 않아?!

이사 가면 우리 영원이 방도 꾸며주고.. 이것도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남편은 여전히 설레는 표정이었다.


"그거 다 돈이야."


남편의 말에 나는 투덜거리는 말투로 응수했지만 나 또한 설레는 표정을 숨길수는 없었다.


참.. 오랜만에 설레는 주말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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